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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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만나게 해 준 시선과 이야기에 관하여>

그저 저자의 시선 뒤에 서서 나의 시선을 따라갔을 뿐이었다. 그녀가 마주한 모든 것들, 예를 들어 약국을 방문한 손님이나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수업 중에 실험체로 사용한 귀뚜라미와 어느 순간 돌려본 책과 영화 등에서 나온 사유에서 어떤 이끌림 같은 게 있었다. 그것 모두 신파처럼 억지로 무언가를 자아내는 게 아닌, 정처없이 걷다보니 마주한 신비로운 장소 같다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 나를 둘러싼 사람과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거기서 떠오르는 추억과 그 너머의 이야기에 오래도록 몸을 맡겨보는 것. 잃어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무수한 것들이 다시금 내게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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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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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는 우리 현실의 이상향으로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모두가 생각하는 최선, 그러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허. 이렇듯 유토피아는 최선과 공허를 먹고 자란다. 그렇다면 그와는 반대로 뻗어, 극한으로 치닫는 디스토피아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반이상향, 하지만 공허보단 실존에 가까운 무언가.

저자가 소설에서 구축한 세계는 자못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진 세계. 그곳에서 인간들은 점차 발 디딜 곳을 잃어간다. 바이러스를 품은 빙하가 바다에 녹아들자 그들은 생존을 위해 유전자 편집을 시도한다. 바다와 육지 생물의 유전자와 인간의 그것을 결합하여 살길을 모색하는 이들. 살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 앞에 윤리적 가치는 궤상공론이었다.

생존은 본능. 하지만 생존 앞에 무엇도 우선할 수 없자 본능은 욕망으로 변질한다. 살기 위한 몸부림에 인간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마저 희생하기에 이른다. 그들의 억척스런 노력은 육지가 바다에 모두 잠겨도 일부 살아남는 결과를 낳는다. 탐욕스런 그들에게 바다와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대다수의 인간들에게 바다란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기에 익숙해진, 적응한 이들에게 바다란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탐욕스런 인간이 만들어낸 신인류. 그들은 바다를 한없이 아름다운 곳이자 생명이 깃드는 곳으로 여겼다. 욕심으로 점철된 인간들 탓에 그들은 피해를 보거나, 때론 죽음을 맞이하지만 결코 인간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죽음은 순환이고,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바다에 압도된 인간들이 생존을 위해 내린 선택들이 되레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모습. 그들은 육지를 잃고, 선상을 떠도는 배를 잃고, 해저 도시를 잃고, 돔을 잃는다. 모든 걸 잃은 그 세계를 디스토피아라 여겼건만, 탐욕으로 점철된 잘못된 세계가 다시금 회복되는 걸 두고 마냥 디스토피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덮자 디스토피아마저 실존이 아닌 공허에 가까워 보였다.

#출판사 @rabbithole_book 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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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오후 4시 반 - 당신의 성장은 계속되어야 한다
양윤정.이승우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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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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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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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무는 시대,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


이상한 '그'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나는 그만 멀거니 눈만 끔뻑일 따름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행동, 사회가 만들어내고 은연중에 자리한 나의 편협한 상식으로는 도통 그들을,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버거웠다. 우유에 피를 섞어 마치 삼국지의 세 장수가 그러하듯 도원결의의 상징 삼아 핑크빛 액체를 들어마시는 두 여자가 있었고, 그들은 이내 죽음을 향한 호기심에, 자신이 죽은 뒤 남은 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지레 그려보며 몸을 맡기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한 명은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긴다. 두 사람이 나눠마신 피 우유, 그러니까 핑크빛 그것은 분홍이라는 색에 지닌 여성스러움이나 설렘이라는 무조건 반사처럼 튀어나오는 생각을 뒤집어 끈적끈적하고, 불길함을 띠는 요소로 둔갑했다. 색에 지닌 편견을 깨부수고 인간을 이해하는데 안성맞춤이 되는 기준 같은 건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아뿔싸, 이상한 사람들은 고작 두 여자로 그치지 않았다. 배 속에 들어선 아이를 유산하고 일상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는 여자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그 기억이 잊혀질 거라는, 쉽게 말하고 함부로 뗘들어대는 주변에 비하면 그녀는 꽤나 정상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내 눈에 밟힌 건 사산한 아이의 몸 조각조각을 환영으로 보고, 어느 순간 수족관에서 문어가 자기 촉수를 하나하나 뜯어먹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이다. "부서진 몸을 먹어치우고 세포 하나하나를 소화시킨 뒤 새로운 시작을 맛보아야 한다"는 그녀의 독백처럼 그녀 나름대로 아이를 유산한 슬픔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겠다.


힘의 방향은 여전히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흐르는 걸까

남편과는 별거 중이며, 딸의 경멸을 사는 여자가 있다. 그녀를 향한 딸의 그것은 보편같은 경멸과는 결이 사뭇 달랐다. 이는 그녀가 벌인 일과 관련이 있었다. 남편이 아닌 남자를 만났고, 그와 잠자리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그녀였다. 이에 남편은 그녀를 바람 핀 여자로 비하하고, 딸은 더이상 어머니를 예전처럼 대하지 않는다. 딸이 어머니를 그렇게 대한 건 바람을 피워서가 아닌 더이상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 때문이었다.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그러니까 남편이 아내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다면 쥐 죽은듯 조용히 사는 그녀와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까. 작금의 시대에서 어디까지가 바람이고, 그것을 누가 행하는지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달라지는 걸까.

이해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이해해보겠다며 발버둥 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일을 마주했을 때 한 번쯤은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생각의 저변을 확대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처럼 작품성 짙은 문학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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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para Writing Passion Lv.3 Parapara Writing Passion 3
변선호 지음 / 마치모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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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집은 어순으로 짓습니다."

영어가 입에 익는 모습을 꿈꿔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상상하고 있죠.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서고자 노력을 게을리하진 않았습니다. 외려 전공한 일본어만큼 많은 수고를 들였습니다.

쉐도우 리딩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문장을 덩어리째 외우기도 했지요. 원어민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을 받아쓰고, 따라 읽기도 했습니다. 재미는 없어도 맺을 결실을 기약하며 꾸역꾸역, 그렇게 하루 치 분량을 겨우내 완수하곤 했습니다. 기실 성과도 있었습니다. 공인 영어 능력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거두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영어가 입에 붙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그때 이 책을 만났습니다. 책에서 요하는 커리큘럼을 따라 아주 작은 수고를 들였을 뿐인데 어순이 자연스레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억지로 쉐도우 리딩을 하겠다고 진을 빼지 않아도 음성 파일을 따라 문장이 입 밖으로 술술 새어 나오더군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표현을 완벽하게 익힌다고 하여 제 꿈에 완전히 다다르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이 책을 읽어내려갈 생각입니다.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고, 영어 어순에 익숙해지리라 확신을 받았거든요.

영어 공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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