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만나게 해 준 시선과 이야기에 관하여>그저 저자의 시선 뒤에 서서 나의 시선을 따라갔을 뿐이었다. 그녀가 마주한 모든 것들, 예를 들어 약국을 방문한 손님이나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수업 중에 실험체로 사용한 귀뚜라미와 어느 순간 돌려본 책과 영화 등에서 나온 사유에서 어떤 이끌림 같은 게 있었다. 그것 모두 신파처럼 억지로 무언가를 자아내는 게 아닌, 정처없이 걷다보니 마주한 신비로운 장소 같다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 나를 둘러싼 사람과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거기서 떠오르는 추억과 그 너머의 이야기에 오래도록 몸을 맡겨보는 것. 잃어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무수한 것들이 다시금 내게 돌아오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