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는 우리 현실의 이상향으로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모두가 생각하는 최선, 그러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허. 이렇듯 유토피아는 최선과 공허를 먹고 자란다. 그렇다면 그와는 반대로 뻗어, 극한으로 치닫는 디스토피아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반이상향, 하지만 공허보단 실존에 가까운 무언가.

저자가 소설에서 구축한 세계는 자못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진 세계. 그곳에서 인간들은 점차 발 디딜 곳을 잃어간다. 바이러스를 품은 빙하가 바다에 녹아들자 그들은 생존을 위해 유전자 편집을 시도한다. 바다와 육지 생물의 유전자와 인간의 그것을 결합하여 살길을 모색하는 이들. 살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 앞에 윤리적 가치는 궤상공론이었다.

생존은 본능. 하지만 생존 앞에 무엇도 우선할 수 없자 본능은 욕망으로 변질한다. 살기 위한 몸부림에 인간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마저 희생하기에 이른다. 그들의 억척스런 노력은 육지가 바다에 모두 잠겨도 일부 살아남는 결과를 낳는다. 탐욕스런 그들에게 바다와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대다수의 인간들에게 바다란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기에 익숙해진, 적응한 이들에게 바다란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탐욕스런 인간이 만들어낸 신인류. 그들은 바다를 한없이 아름다운 곳이자 생명이 깃드는 곳으로 여겼다. 욕심으로 점철된 인간들 탓에 그들은 피해를 보거나, 때론 죽음을 맞이하지만 결코 인간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죽음은 순환이고,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바다에 압도된 인간들이 생존을 위해 내린 선택들이 되레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모습. 그들은 육지를 잃고, 선상을 떠도는 배를 잃고, 해저 도시를 잃고, 돔을 잃는다. 모든 걸 잃은 그 세계를 디스토피아라 여겼건만, 탐욕으로 점철된 잘못된 세계가 다시금 회복되는 걸 두고 마냥 디스토피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덮자 디스토피아마저 실존이 아닌 공허에 가까워 보였다.

#출판사 @rabbithole_book 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