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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 - 흔들리는 나를 위한 라틴어 문장들
니콜라 가르디니 지음, 전경훈 옮김 / 윌북 / 2023년 9월
평점 :
평소 언어에 관심이 많고 라틴어는 많은 언어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익히 들었는데, 이 책이 라틴어로 된 고전에서 문장들을 뽑았다는 얘기에 이 책을 꼭 보고 싶었다.
이 책은 의미 있는 글귀들이 참 많았는데 라틴어의 깊은 뜻과 의미를 차근차근 따라가니 무척 심오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랑은 위험에 빠졌을 때 재야 하고
역경에 처했을 때 알게 되노라.
그제야 그의 목소리가 참으로 영혼 속에서 올라오고,
그의 가면도 흩어져 본질만이 남는구나.
여기서 res라는 라틴어 단어가 첫 번째는 완곡 어법으로 역경, 두 번째는 가면을 뜯하는 persona의 반대말로 쓰였다는 설명을 보면서 원어를 읽을 때 얼마나 깊이가 있을지, 감탄이 나올지 짐작이 갔다.
놀라운 건 아이네이스라는 작품 중 디도는 아이네이아스를 향한 사랑 때문에 목숨을 끊었는데 아이네이아스는 저승으로 디도를 찾아가 카르타고를 떠난 것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신들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변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마지못해, 여왕이여, 나는 그대의 해안을 떠났소.
근데 세이머스는 이 구절을 이렇게 번역했다.
나는 그대의 해안에서 배에 올랐소. 나의 여왕이야. 나의 뜻을 거슬러.
같은 문장을 이렇게 번역하다니 정말 마술같고 놀랍다.
언어의 아름다움이란! 깊이란!
유베날리스의 글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는데 표현이 참 멋지다. 표현의 기본 단위는 끊임없이 세계를 돌리고 뒤섞으며 만화경처럼 수많은 장면을 여러 가지 색조로 채색한다고. 그 유베날리스의 글은 정말 그렇다.
사람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 욕망, 공포, 분노, 쾌락,
기쁨, 방황이 다 내 책을 위한 사료라네.
프로페르티우스의 멋진 구절...
그대의 것이 될 수 없기에, 나는 홀로 될 것이라.
시인이란 제대로 사는 사람이라는 책의 후반부가 강렬하게 와 닿았다. 글과 삶의 일치. 교육과 타고난 천성, 예절과 자발이 상응하는 작가라는 것을 보여준 호라티우스의 라틴어를 들며.
저자가 발췌해서 실은 라틴어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이해할 수 없는 아쉬움은 당연히 있겠지만 핵심적인 단어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와 오랫동안 고뇌하고 고민한 번역문을 볼 수 있어 참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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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컬쳐블룸에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