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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공부책 - 만들면서 배우는 라면의 모든 것 ㅣ 놀라운 한 그릇 5
정원 지음, 박지윤 그림 / 초록개구리 / 2024년 10월
평점 :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라면 공부책’는 너무 반가운 책이다. “엄마 아빠 없을 땐 역시 라면이지!”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이 책은 라면 한 봉지의 매력을 샅샅이 파헤친다. 물 끓이고, 스프 넣고, 꼬불꼬불 면발을 넣고, 마지막으로 대파와 달걀물까지 – 이렇게 단순한 조리 과정을 다들 아는 것 같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들이 쏟아진다.
예를 들어, 한국 최초의 라면이 매운 국물이 아니라 닭 육수로 만든 하얀 국물 라면이었다는 사실. 게다가 그때는 한 봉지에 10원이었으니, 요즘 라면 가격을 생각하면 놀랍지 않은가? 책에 따르면, 삼양라면 창업자는 한국전쟁 이후 꿀꿀이죽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에게 친숙한 라면이 탄생했다니, 라면을 먹을 때마다 조용히 경건해질 지경이다.
이 책은 또 우리가 라면을 조금 더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꿀팁들도 알려준다. 예를 들어, 라면 끓일 때 양파나 양배추를 넣으면 지방과 나트륨이 줄어들고, 국물에 우유를 살짝 타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보충된다니, 다음에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 라면 스프에는 고춧가루와 버섯가루, 소금 등이 들어가고, 건더기는 대파와 당근, 미역 등으로 구성된다고 하니, 우리가 무심코 먹었던 그 조각들에도 다 사연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라면 면발이 왜 꼬불꼬불한지 궁금한 적이 있었는가? 빨리 익고, 국물과 양념이 잘 배고, 쉽게 부서지지 않게 설계된 것이란다. 책을 읽다 보면, 라면에 이렇게 과학이 숨어 있다니 그저 감탄이 나온다. 아, 그리고 컵라면의 탄생도 놓치지 말자. 이 책에 따르면 컵라면은 1971년에 만들어져 한국에는 1972년에 도입됐는데, 그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라면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라면 공부'는 단순히 라면 레시피만 전수하는 게 아니라 라면이라는 음식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배경까지도 재미있게 담아낸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당장이라도 라면 한 그릇을 끓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라면’이라는 단순한 음식에 이런 깊이가 있다니, 라면 덕후라면 꼭 한 번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