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의 모든 것 - 여자의 몸과 성에 관한 내밀한 질문들
실라 드 리즈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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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72 [버자이너의 모든 것] 실라 드 리즈. 2023 (분야 : 건강정보, 성클리닉)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 부부생활을 하면서 '여성'의 몸과 '성'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깊이 깊이 절감했습니다. 여성의 신체와 부부의 성생활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던 저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질문과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남성과는 전혀 다른 신체구조를 지닌 여성의 몸, 여성의 성, 월경과 호르몬의 상관관계, 부부의 성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지... 등등


질문은 많아졌지만, 그러한 은밀한 질문을 가족이나 주변에 있는 지인들에게 하는 것이 부끄럽고, 조심스러워

그래서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반갑고도 고마운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버자이너의 모든 것>이라는 책입니다. 버자이너(vagina)는 여성의 생식기인 '질'을 의미합니다. 이 책은 책 제목 그대로, 여성의 성에 관한 모든 지식을 총망라하여서, 백과사전 형식으로 쉽고, 명쾌하게 독자들에게 전해줍니다. 1990년대, 성 교육 전문가로 활약하셨던 구성애 선생님께서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했던 성에 관한 지식들을 쉽고, 명쾌하게 전해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간 많은 연구 경험과 다양한 임상 경험을 지니고 있는 의학박사이자, 여성 건강 건위자인 '실라 드 리즈 선생님' 이십니다. 그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년 여성의 몸과 성에 재탄생을 말한 책 <불 위의 여자 Woman on Fire>이 10만 이상 판매 되면서, 많은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현재 언론과 방송을 통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분이십니다.


이 책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자칫하면,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매우 실용적으로 그리고 쉽고 명쾌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질, 자궁, 유방, 월경, 성병, 임신, 피임, 갱년기 등등 여성의 건강과 성에 관련된 지식을 자세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러스트와 삽화 그림 자료를 통해서, 다양한 여성의 신체 부위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고, 여성의 건강과 성에 관해서 생길 수 있는 의문이나 질문에 대해서 매우 상세하고,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시원시원한 그런 책입니다.


아마도, 저자가 매우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그녀가 30년간 여성의 성과 건강에 관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다양한 여성들을 실제로 만나서 임상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이 책은 독일에서 30주 연속 '베스트 셀러' 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입니다.


여성의 건강과 성에 관한 지식을 배우기 원하는 분들,

산부인과에서도 알려주지 않은 최신 정보를 얻고 싶은 분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자신의 신체와 몸을 관리하고, 돌보고,

행복한 부부의 성생활을 영위해 가기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의 1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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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 - 이 시대의 남편, 아들, 아버지를 위한 자기회복 심리학
최광현 지음 / 유노라이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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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71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 최광현. 2023 (분야 : 심리학, 교양 심리학)


군 생활 중에, '아버지 학교' 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내용의 강의를 듣고, 그 내용을 삶 속에 실천하고, 적용하며 소그룹과 대그룹 안에서 마음과 삶을 나누는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많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버지'와 '남편'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고단함'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아버지들이 아프고, 외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슈퍼맨'처럼 강인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여전히 사랑과 존중이 필요한 '연약한 소년'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 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감정과 느낌이 몰려오는가? 따뜻함, 편안함, 안정감이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어색함, 무거움, 두려움이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 나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가까이 하기에는 먼 당신'과 같은 분이었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지금에는 이전보다 관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어린시절에  '아버지'는 나에게 있어서 무섭고, 두려운 분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언제부터인가 마음 속에 한 가지 '꿈'을 품게 되었다. 어린시절 내가 경험했던 아버지와는 다르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꿈이었다. 미래에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 자녀들에게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닮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꼭 닮아있는 내 모습을 보고 많이 좌절했었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닮아가게 된다. 아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무의식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아버지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이 책은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아버지의 시선, 아버지의 결핍, 아버지의 정체성, 아버지의 역할, 그리고 남성의 회복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지, 아버지가 해야 할 역할과 정체성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서 남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다.


만약,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갈등과 어려움이 지금도 남아있다면, 그것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직면하고, 꼬인 관계의 실타래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첫번째로 필요한 것은 바로, 나의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이라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미해결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나의 자녀에게 똑같은 상처와 아픔을 되물려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칼 융은 말했다. "좋은 부모는 자기가 물려받은 카르마(업보)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나와 같이 아버지와의 관계가 힘들고, 어려웠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최광현 교수님께서는 30년 넘게 가족치료를 해오신 가족심리치유 전문가이시고, EBS강좌,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셔서 귀한 강의로 섬기셨다. 또한, <가족의 두 얼굴>, <가족의 발견>, <가족 공부>, <관계의 심리학>과 같은 대중들이 쉽게 읽고, 소화할 수 있는 많은 교양심리서의 저자이기도 하시다. 


지난 날,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기를 원하시는 분들, 

좋은 아버지, 좋은 부모가 되기를 꿈꾸고 소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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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크리스천 맞아? 이어령 대화록 2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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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70 [당신 크리스천 맞아] 이어령. 2023 (분야 : 인문학, 교양 인문학)


초대 문화부장관을 역임했고, 이화여대 교수,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의 최고의 지성인 중 한 사람 이셨던 이어령 선생님께서 지난 2022년 2월 26일, 향년 89세의 나이로 하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그는 원래 기독교와 신앙을 철저하게 부인했던 무신론자였다. 그러나 뒤늦게 70이 넘어 세례를 받고 크리스천이 되셨다. 그 당시 그 뉴스는 한국의 교계에서 큰 화제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많은 궁금증을 낳았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지성인이던 그는 어떻게 '지성에서 영성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일까? 무엇이 그의 마음과 영혼을 '지성에서 영성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준 것일까? 철저한 무신론자였던, 그가 크리스천이 된 이후에 삶 속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겼을까? 참된 신앙, 참된 믿음은 과연 무엇일까? 그가 소유하게 된 믿음과 신앙이 오늘날의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시기에, 이제는 생생한 육성으로 그 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과거에 남겨놓은 책과 인터뷰, 강연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故이어령 선생님이 다양한 장소와 매체에서 주고받았던 대화, 인터뷰, 간증, 강연 내용들을 책으로 묶어서 출판한 것이다.


책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면서, 그 분께서 어떻게 크리스천이 되셨는지, 그리고 크리스천이 되신 이후에 어떠한 삶의 변화가 있었는지, 어떠한 가치관을 추구하며 사셨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통해서, 과거에 나누었던 故이어령 선생님의 대화에 간접적으로 함께 참여하면서, 그 분이 평생 추구하고, 의지하고 살아온 '지식', '지성'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게 되었다. 믿음의 세계로, 영성의 세계로 들어와 보니, 자신이 붙잡고, 추구하며 살았던 지성은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언어였음을 깨닫게 되셨다고 하셨다. 그러한 의미에서 신앙은 자신의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언어의 세계를 한 차원 더 확장케 해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故이어령 선생님의 대화록을 읽다 보니, 두 인물이 생각났다. 하나는 20세기의 최고의 변증가인 C.S 루이스,다른 하나는 사도 바울이다. C.S 루이스도 젊은 시절 철저한 무신론자에,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그러나, 회심한 이후에 그의 훈련된 지성은 영성의 세계를 설명하고, 변증하는 일에 아름답게 사용이 된다. 사도 바울 역시 가말리엘의 문하생으로 당대의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지성인이었다.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직접적으로 만나기 전까지, 예수의 존재 및 신성을 철저하게 부인하고, 박해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예수를 만난 이후에, 예수를 변증하고, 예수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가 된다.


C.S 루이스, 사도바울, 故이어령 선생님

세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라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故이어령 선생님을 그리워하시는 분들

故이어령 선생님의 문학작품과 책을 좋아하는 분들

故이어령 선생님의 지성과 영성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

신(하나님)의 존재와 믿음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분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인터뷰 내용, 간증, 강연 등의 내용을 보기 좋게, 그리고 읽기 쉽게 정리해서

출판해주신 열림원 출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p.21

E.M 포스터가 쓴 소설이 있는데, 박사 학위논문을 쓰려고 어마어마한 자료를 가지고 시골의 장원으로 가게 된 청년이 마중 나온 옛날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요. 그곳의 별장지기였던 거지요. 마차를 타고 가는데 큰 협곡을 지나다가 그만 마차가 갑자기 기우뚱 기우는 바람에 논문을 쓰려고 준비한 엄청난 자료들이 골짜기로 떨어져버립니다. 겨우 책 몇 권을 구하죠.


절망한 그에게 옛 친구가 시골에서 지내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것을 들은 그 청년은 책 속에서만 살았던 자신의 생을 돌아다보게 됩니다. 배운 것은 없어도 육체노동을 하며 자연 속에서 흙, 바람, 나무... 이런 시골에 묻혀 사는 것이 뒤떨어진 삶인 줄만 알았던 그에게 충격을 주었던 거지요.


p.21-22

지식인들이 마지막에 생각의 상자나 지식의 상자에서 벗어나는 순간, 마지막에 지식을 버리는 단계에 이르러야 그의 삶을 판단할 수 있는데, 저는 거기에도 못 미친 도중에 책이 별 거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그런 걸 이제야 알았나 싶어 창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는 것과 절실하게 느끼고 깨닫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p.23

신앙이 아닌 다른 얘기에 대해서라면 나는 내가 가진 지식으로 자신 있게 말합니다. 하지만 신앙의 대상은 지식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 앞에서는 지식도, 지위도, 돈도, 아무런 의미도 없고 모두 평등하지요. 나에게 문학을, 세계정세를, 문명을 얘기하라고 하면 진짜 잘난 체하죠. 하지만 신앙에 대해서 라면 내가 지금껏 쌓아온 지식은 의미가 없습니다.


p.25

진화론이란 자연현상을 부분적으로 설명한 데 불과해서 본질은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는 질문에 답을 하고 과정을 설명하죠. 그런데 그게 무엇이냐, 왜 그렇게 됐냐, 무엇을 위해서냐, 라고 물으면 입을 다물죠.



p.26

그러니까 과학적 사실과 존재의 진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과학자 얘기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건 존재에 대한 부분적인 설명이지 전체 속에서 생명의 질서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p.27

저 역시 이십 대 때 실존주의 철학, 사르트르, 카뮈 등에 탐닉했습니다. 키르케고르 같은 유신론적 실존주의도 공부했고 감명을 받았는데, 이제 내가 신자가 된다고 했을 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차원이 달라진 것이지요. 내가 해온 것을 바라볼 줄 아는 또 하나의 시선이 생긴 것입니다. 내 언어를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가 생긴 거죠. 그것이 바이블의 언어들이죠.


p.33

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웃으면 남은 사람은 울어주고 내가 울면 남은 이들은 웃는 거예요. 빙그레 웃으며 떠나는 것, 그게 참되고 아름답고 즐거운 삶이고 창조적인 삶입니다. 하루하루를 창조해라. 그것이 제가 이웃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요.


p.34

우리가 감사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건 실제로는 받았으면서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생명이 그렇지요. (중략)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 그 생명을 준 분이 누구입니까? 우선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지만 부모님께 생명을 준 존재는 누구입니까? 이 생명의 근원에 무엇이 있나요? 이 생명의 근원이 있었기에 우리가 기쁨을 느끼고 빛을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p.35

나는 교회 가서 우는 사람들, 할렐루야 하고 우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했습니다. (중략) 그런데 지금은 알겠어요. 그 사람들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이런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거죠.



p.36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죽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그렇다면 하나님이란 존재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그래서 내가 예수를 안 믿었거든요.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살고 싶어 하는데 나를 사랑해서 붙들려 하는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이렇게 원통하게 떠나게 하십니까? 당신은 눈물이 없으십니까? 이게 마지막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 아니고 영생을 약속하셨다면 그렇지 않죠. 죄지은 사람들은 슬픔으로 끝을 맺지만 그 죄가 멸해지면 영원한 삶과 사랑을 누릴 수가 있다. 그 순간이 이 세상의 모든 걸 바쳐서 감사하는 거죠.



p.37-38

지식은 생명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생존하다가 삶을 잃어버렸고, 지식 때문에 지혜를 잃어버렸고, 정보 때문에 지식을 잃어버린 세대가 우리에요. 그러니까 생명을 갖고 사는 게 아니라 정보를 갖고 사는 거예요. 이제 생명 단계까지 올라가야죠. 정보에서 지식으로, 지식에서 슬기로, 슬기에서 생존으로, 생존에서 생명으로, 우리는 교회에서까지 자꾸 정보를 구하지 생명을 구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구하러 교회에 가는 사람은 나날이 드물어지고 있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의 고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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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정신 - 절벽에도 길은 있다
고도원.윤인숙 지음 / 해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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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69 [고도원 정신] 고도원, 윤인숙. 2023 (분야 : 에세이, 명사에세이)


이번에 읽은 책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고도원 선생님의 책이다. 

고도원 선생님께서는 벌써 칠십 고개를 넘어서, 인생의 후반전을 달리고 계신다.

이 책의 머리말 부분에 숫자 '일곱' 이 들어간 지난 인생을 돌아보시는 부분이 있다. 


1) 일곱, 자주 굶어서 늘 배고팠던 시기

2) 열일곱, 아버지에게 대놓고 반항하던 시기

3) 스물 일곱, 대학에서 재적, 꿈이 산산조각난 시기

4) 서른 일곱, 꿈꾸었던 신문기자, 특종기자가 된 시기

5) 마흔 일곱, 대통령 연설문 쓰는 책임자 되어 정점에 오른 시기

그러나 육체의 한계에 부딪혀, 강제 멈춤을 당하고, 새로운 시작을 한 시기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시작하고, '명상'을 접한 시기..


6) 쉰 일곱, 명상센터 '깊은산속 옹달샘' 시작한 시기

7) 예순 일곱, 20년 목표였던 '깊은산속옹달샘' 10년만에 완공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라, 치유 여행을 시작하며, 과거의 나를 만나서

대성통곡을 하고, 용서하고, 눈물을 흘리고, 원한과 상처의 줄을 끊어낸 시기


'일곱'이라는 숫자가 담겨있는 시간을 꺼내서, 되돌아 보는 그 짧은 문장 속에

고도원 선생님이 걸어오신 인생의 희노애락과 애환과 기쁨이 모두 녹아 있었다.

마치 한 사람의 일대기를 필름을 넘기듯이 연속해서 보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이 책이 쓰여진 배경과 과정이 참 흥미로웠다. 10년 전, 잡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던 윤인숙 선생님께서, 고도원 선생님을 인터뷰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고도원 선생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깊은산속옹달샘'이 만들어진 배경에 관해, 책을 쓰려고 하였다. 그런데,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과정 중에, '고도원' 선생님께서걸어론 '삶의 여정'과 그가 품고 있는 '삶의 정신'에 관한 것으로 좀 더 확장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떤 정신과 태도로 고단한 삶을 견디고, 지탱해 왔는지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통 6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6개의 장은 저자가 삶 속에서 추구했던 정신과 태도를 보여준다.


1장. 불굴_부딪히더라도 버티고 나아가다

2장. 도전_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던지다

3장. 꿈_세상에 없던 길을 내다

4장. 리더십_함께 걷고 같이 이루다

5장. 치유_고요히 길고 싶은 숨을 쉬다

6장. 이타심_더 먼 곳을 바라보다


저자가 어떠한 정신과 태도로 삶을 살아왔는지를 볼 수 있다. 내러티브 형식으로, 한 인물의 일대기를 소개하고, 그가 추구했던 삶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를 이야기의 말미에 소개해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 형식, 내러티브 형식의 글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글 속에서, 한 인간이 걸어온 고통, 그 고통을 넘어서면서 생겨난 꿈의 실현에 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초희망(Beyond hope)'을 발견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권하고 싶다.


인생은 결코 쉽지 않다. 녹록하지 않다. 

어려운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정신으로 살아가느냐가 결국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두 가지 더 추가되었다.

하나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깊은산속옹달샘' 을 방문해서, 고도원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절벽에도 길이 있음을, 

절망 중에도 희망이 있음을, 

글과 삶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꼭 인사를 드리고 싶다. 


밑줄 친 부분


p.24  <1장 #1. 산티아고 황톳길에서 엉엉 울다>


그 어떤 길이든 걷기에 온 마음을 싣고 오래도록 걸어보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답을 그 길 위에서 찾게 될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평범한 일이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답은 길 위에 있다.


p.27 <1장 #2. 소년의 통학길>


돌아보면 먼 길을 걸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3년이 내 인생의 크나큰 선물이 되어주었다. 담력과 체력과 결기가 생겨났고, 내가 굴복해서는 절대 어려움을 건너갈 수 없다는 신념을 심어준 것이다. 그 덕택에 어떤 고생길이든 피하지 않고 돌아가지도 않았다. 다른 가능성이 있으면 돌아가도 되지만, 그 길밖에 없으면 정면 돌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부딪히고 부서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으니 정신도 단단해졌다. 불굴의 정신으로 몸과 마음이 강해지면 인생에 어떠한 고비와 변수가 찾아오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게 된다. 어린 시절은 강한 멘탈을 키울 수 있는 혹독한 단련의 시간이었다.  



p.33 <1장 #3. 목사의 아들로 산다는 것>


아버지는 당시 많은 장서를 가진 독서가였다. (중략) 아버지는 늘 책 속에 파묻혀 지냈다. 항상 책을 읽었다. (중략) 아버지는 목사가 책을 보지 않는 것과 서재의 빈곤은 곧 목회의 빈곤을 의미한다고 여겼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는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와 아놀드 포인비의 『역사 연구』 상·중·하, 이렇게 4권을 건네주면서 책 읽고 밑줄 긋는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독서 카드를 쓰게 했다. 독서카드 앞장 윗줄에는 책 이름, 저자, 그 책을 읽은 날의 날씨나 사건 등을 쓰고 그 밑에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적게 했다. 뒷장에는 나의 생각을 압축해서 적게 했다. 


p.37 <1장 #4. 행복과 불행 모두 글의 재료다>


한수산 작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재수 없는 사람, 풀리지 않는 사람이 쓰는 게 글이다." 넘어지고 깨지고 아파봐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뜻이었다. 


p.38~39 <1장 #4. 행복과 불행 모두 글의 재료다>


똥통에 빠진 그날 이후 나는 심각한 대인기피증에 걸렸다. 아주 내성적인 소년이 되었다. (중략) 그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에 나는 책을 읽었다. 한 사람의 독서가 똥통에서 나왔다. 밖에 나가지 못해 생긴 독서 습관은 내 글쓰기에 다시없는 자양분이 되었다. 


p.40 <1장 #4. 행복과 불행 모두 글의 재료다>


결국 나를 글쟁이로 만든 것은 고난의 경험이었다. 글의 재료는 행복한 시간보다 불행한 시간, 고난의 시간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재수 없는' 시간, 일생에서 가장 재수 없는 시간에 만들어진다. 사람을 믿었다가 한순간에 똥통에 빠진 그 재수 없는 시간이 나를 독서가로 만들었고, 고되고 힘들었던 가난이 나를 글쟁이로 만들었다.


p.43~44 <1장 #5. 글쟁이의 시작>


(중략)긴급조치 9호로 제적을 당했다. 그러고는 바로 군대에 강제 입영을 하게 되었다. 제적당해 졸업장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목사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다. 가파른 시대 상황에 부딪혀 내 삶이 토막 나는 순간이었다. (중략) 그 때 어머니는 실망하는 표정을 짓기는커녕 눈물 할 방울 흘리지 않고 내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우리 아들 장하다. 하나님이 너를 다른 방식으로 쓰시기 위해 이렇게 하신 것이다." 

그 말은 내 평생 가슴에 품은 축복의 말이 되었다. '다른 방식으로 쓰시기 위해' 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p.45

"모든 것이 막힌 절망의 끝자락에서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다.

끝점이 곧 시작점인 것이다."


p.53 <1장 #7. 높은 산봉우리는 깊은 계곡을 품고 있다>


이력만 들으면 내가 승승장구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출셋길, 꽃길만 걸어온 사람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한 사람의 삶을 산봉우리만으로 요약하다 보면 꽃봉오리처럼 보기 쉽다. 그러나 산봉우리가 있다는 것은 그 밑에 계곡이 있다는 뜻이다. 계곡이 없는 산봉우리는 없다. 산봉우리가 높을수록 계곡은 더욱 깊다.


p.56 <1장 #7. 높은 산봉우리는 깊은 계곡을 품고 있다>


(중략) 아내에게 한 달 만에 쫓겨났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어서 한동안 숨겼다. 매일 아침 양복을 차려입고 출근하는 척하면서 사글셋방을 나왔다. 그렇게 집을 나서면 갈 곳이 없었다. 하루 종일 길거리를 방황했다. 그때 가장 많이 찾아간 곳이 남산도서관이었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책 읽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어느 순간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버섯구름처럼 솟구쳐 올라왔다. 두툼한 노트를 사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절망의 노래였다. 아니, 깊은 절망의 우물에서 퍼올리는 희망의 노래였다. 


p.60 <1장 #7. 높은 산봉우리는 깊은 계곡을 품고 있다>


"꿈을 적어놔라.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꿈을 말해라."


꿈을 글로 적는 것이 먼저다. 이것은 건축가가 설계도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자기의 과거 경험과 꿈꾸는 미래 사이에 상상력과 통찰력을 발휘해서 설계도를 먼저 그리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글이었다. 꿈을 적은 글은 무서운 힘이 있다. 언젠가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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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정신』에 인용된 책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고도원의 사과청국장 다이어트> 고도원

<혼불> 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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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를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 책 쓰기에 푹 빠진 일곱 작가의 삶 속 책 출간 이야기
이삼현 외 지음 / 봄풀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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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68 [책 쓰기를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이진국 외 6인, 2023 (분야 : 인문학, 출판/편집)


군생활 중에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한 편이 있다.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주연의 <버킷 리스트>라는 영화다. 이 영화의 부제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다. 두 주인공이 병실에서 만나, 우정의 관계를 맺게 되는데, 모건 프리먼이 사형 선고를 받게 되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즉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함께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나 또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었다. 거의 15년 전 일이라서, 그 리스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과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과 도움을 주는 좋은 책을 쓰는 저자가 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 내 모습을 되돌아보니, 군 시절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버킷 리스트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내딛고 전진하고 있었다. 집 한 켠에 서재의 공간이 마련되었고, 책장에는 내가 좋아하는 저자와 주제의 양서들이 1000권 이상 채워졌다. 글쓰기 학교에도 참여하고, 꾸준히 일기와 서평을 통해 글쓰기를 연습하고 훈련하게 되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어쩌면, 좋은 책을 쓰고 싶다는 그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도약하도록 도와 준 디딤돌 역할을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은 서로 다른 배경과 직업을 가진 일곱 작가가 삶 속에서 책을 출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이 책은 어쩌면 나와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들이 책 쓰기에 도전하고, 진행하게 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일곱명의 공저자가 함께 쓴 책인데, 책 쓰기를 꿈 이야기로 풀어낸 문윤선 선생님의 이야기와 바빠서 책을 못 쓴다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심어준 이소정 선생님의 이야기, 그리고 살리는 글쓰기를 하라는 더 멋진 꿈을 심어준 김승환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에게 와닿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쓰기에 도전한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빨리 그 꿈을 향해 도전하고, 시도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느꼈다. 


글쓰기, 책 출판에 대한 꿈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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