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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곧게 세운 자, 운명조차 그대를 따르리라 - 율곡 이이·신사임당 편 ㅣ 세계철학전집 5
이이.신사임당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9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시대를 넘어선 두 거인의 지혜
최근에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 책 중에 제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있습니다. 모티브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철학전집 시리즈입니다. 역사 속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상가, 위인들의 철학 및 사상을 오늘날의 언어로 쉽게 풀어쓴 철학 시리즈입니다. 쉬운 문체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의 무게와 깊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정말로 고마운 책입니다. 이 철학 시리즈를 출간하고 계시는 이근오 작가님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약 500년 전, 조선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두 인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입니다.
우리는 흔히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을 역사 교과서 속의 딱딱한 위인이나 화폐 속의 인물로만 기억합니다. 율곡은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정치가,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상징.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삶과 사상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간적인 고민과 치열한 성찰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 두 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입니다. 특히, 이 책은 율곡의 『격몽요결』, 『성학집요』, 『동호문답』 등 주요 저술과 신사임당의 가르침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오늘날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혜를 제시합니다.
신사임당: 현모양처를 넘어선 자기 주도적 삶의 교육자
신사임당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현모양처'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틀을 깨고, 신사임당을 자신의 예술과 삶을 조화롭게 일군 주체적인 여성이자 자녀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이끌어낸 선구적인 교육자로 조명합니다. 1장은 신사임당의 가르침을 깊이 있게 다루며, 오늘날의 부모님들과 교육자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게 만든 교육법’ 등의 소제목들은 단순한 양육 기술을 넘어, 자녀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근본적인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신사임당의 교육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질문의 힘’입니다. 신사임당은 자녀에게 정답을 주입하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게 함으로써 주체적인 사고 능력을 길러주었습니다. 이는 "무엇이 옳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삶의 방향을 찾아가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 교육법은 오늘날 우리가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에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또한, ‘말보다 삶으로 보여줘라’는 가르침은 부모의 솔선수범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신사임당은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예술 활동에 매진하고,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삶을 꾸려나감으로써 자녀들에게 가장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육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율곡 이이: 격몽요결로 마음의 기틀을 세우다
책의 후반부는 율곡 이이의 삶과 사상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격몽요결』은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입니다. 『격몽요결』은 '어리석은 사람을 깨우치는 비결'이라는 뜻으로, 학문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올바른 공부법, 그리고 삶의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격몽요결』의 내용을 ‘학문을 왜 배워야 하는가’, ‘먼저 뜻을 세워야 하는 이유’, ‘배움을 방해하는 8가지 나쁜 습관’과 같은 현대적인 소제목으로 재구성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율곡은 학문의 목적을 단순히 지식 습득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학문을 통해 ‘마음을 바르게 하고, 올바른 삶의 태도를 갖추는 것’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그의 가르침은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흔들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또한, ‘책을 현명하게 읽는 방법’은 책의 내용을 단순히 외우는 것을 넘어, 삶의 지혜로 체화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500년 전의 학자 율곡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성학집요와 동호문답: 시대를 읽는 통찰력과 리더십
『마음을 곧게 세운 자, 운명조차 그대를 따르리라』는 율곡의 『성학집요』와 『동호문답』을 통해 그의 정치 철학과 리더십을 다룹니다. 『성학집요』는 ‘성인(군주)’이 되기 위해 필요한 학문과 덕목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은 이를 ‘마음의 중심을 잡는 일에 대하여’, ‘그릇이 큰 사람에 대하여’와 같은 내용으로 풀어내며,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필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율곡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리더의 자기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합니다.
『동호문답』은 율곡이 스물아홉 살에 선조에게 올린 일종의 개혁 제안서입니다. 이 책은 이 내용을 ‘왜 지식은 넘쳐도 세상은 나아지지 않는가’, ‘시대를 읽는 자가 뛰어난 인재다’와 같은 제목으로 흥미롭게 다룹니다. 특히, “왜 지식은 넘쳐도 세상은 나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지식은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정작 사회는 더 나아지지 않는 오늘날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율곡은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경세(經世)’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행동하는 리더십을 역설합니다. 이는 오늘날의 조직과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가르침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와 추천 독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전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원문 해설이 아니라, 각 내용을 삶의 실제 문제와 연결시켜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려운 한자어나 개념 대신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 독자들이 율곡과 신사임당의 지혜를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두 인물의 삶과 사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마음을 곧게 세우는 것’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바로 세우는 근본적인 힘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합니다.
『마음을 곧게 세운 자, 운명조차 그대를 따르리라』는 다음과 같은 분들께 특히 추천합니다.
인생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분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율곡의 『격몽요결』은 삶의 첫걸음을 어떻게 내디뎌야 하는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리더십과 통찰력을 기르고 싶은 분들: 조직을 이끌거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리더들에게 율곡 이이의 『성학집요』와 『동호문답』에 담긴 지혜는 더없이 값진 교훈이 될 것입니다. 시대를 읽는 안목과 실천하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깊이 있는 자녀 교육 철학을 고민하는 부모님들: 자녀에게 단순한 지식보다 올바른 인성과 삶의 태도를 가르치고 싶은 부모님들께 신사임당의 교육법은 새로운 영감을 줄 것입니다.
고전을 가까이하고 싶은 분들: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고전이 얼마나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