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 - 멈춘 사유의 감각을 되살리는 51가지 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편역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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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느 날 문득, 숨 가쁘게 달려온 삶을 되돌아보니 거창한 설계도 한 장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쌓아 올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꽤 근사해 보이는 ‘건축물’일지도 모르지만, 제 눈에는 늘 빈틈 많고 위태로운 벽돌집처럼 보였습니다. 왜 이토록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지, 이 사소한 일상의 반복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깊은 권태와 무의미의 늪에 빠져들곤 합니다. 오늘 소개할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는 바로 그런 막막함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냉정하지만 따스한, 역설적인 위로를 건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비관주의 철학자'라는 꼬리표 뒤에 가려진 쇼펜하우어의 진짜 메시지를 꿰뚫어보는 탁월한 편역서입니다. 기존의 어렵고 방대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우리 삶의 가장 근본적인 고통과 불안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재구성했습니다. 편집자 김욱은 쇼펜하우어의 묵직한 사유를, 마치 오랜 시간 삶의 파도를 겪은 인생 선배가 건네는 조언처럼 친절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냅니다. 덕분에 철학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망설였던 독자들도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그의 차가운 통찰이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책이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삶은 설계도 없는 건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일의 방향도, 최종적인 형태도 모른 채 오늘 하루치의 벽돌을 쌓아 올립니다. 거창한 목표와 화려한 성취만을 좇으며 내가 쌓아 올리는 이 벽돌들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회의했던 우리에게, 쇼펜하우어는 바로 그 작은 벽돌 하나하나가 당신의 삶이라는 거대한 구조를 완성해 가는 과정임을 역설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시간 속에서도 의미는 만들어지고 있다는 그의 통찰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하다는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거대한 목표가 아니라, 그 목표에 닿지 못할까 봐 초조해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쇼펜하우어는 삶이 고통의 바다이며 욕망이 불행의 근원이라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삶을 포기하라는 절망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헛된 쾌락과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는 삶에서 벗어나, 고통이라는 거울을 통해 삶의 진짜 모습을 직시하라는 실존적 조언입니다. 타인의 박수와 명예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사유와 배움을 통해 스스로를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지적인 생활'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괴테가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꿋꿋이 색채학을 연구했던 일화처럼,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독립과 정신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고귀함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끊임없이 갈망하는 '행복'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을 향해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는 단순히 철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고통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선물해주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이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추천합니다.

*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며 권태를 느끼는 20-30대 청년들
* 열심히 살아왔지만, 늘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직장인들
* SNS 속 남들의 화려한 삶과 비교하며 불안해하는 모든 사람들
*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쳐 홀로 서는 법을 배우고 싶은 독자들

이 책은 고통을 없애주는 마법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온전히 끌어안고, 그 안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를 읽어보시기를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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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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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 시대의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명작.


누구에게나 익명은 친숙한 존재입니다. 온라인 게임의 아이디부터, 한 번쯤 방문했을 익명 게시판, 그리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 소셜 미디어의 부계정까지. 익명은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자유가 때로는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9년 출간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사이버 폭력 문제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이 책은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이야기는 트루먼 중학교의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제이비와 그의 친구 아무르가 ‘트루먼의 진실’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됩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올릴 수 있는 이 공간은 순식간에 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선의의 의도로 시작된 공간은 순식간에 변질됩니다. 익명의 누군가가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인싸’ 릴리 클라크의 과거 사진을 올리며 비방하는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글 밑에는 수백 개의 악의적인 댓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무차별적인 악플의 공격에 릴리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 집을 나가기까지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소설은 그 익명의 게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따라가는 흥미진진한 추리극으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제이비, 아무르, 릴리, 그리고 방관자의 위치에 있던 헤일리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줍니다. 특히, 소설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익명'의 시점은 독자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웹사이트를 만든 제이비일까요, 릴리의 과거를 올린 익명의 게시자일까요, 아니면 그 게시물에 수백 개의 악플을 달았던 수많은 학생들일까요, 혹은 이 모든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던 방관자들일까요?

책을 읽는 내내, 저는 각 인물의 시점에 이입하며 마치 제가 사건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트루먼의 진실’에 올라온 글을 보며 릴리가 느꼈을 수치심과 절망, 그리고 익명의 가면을 쓰고 글을 올리며 느끼는 가해자의 복잡한 심리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오늘날의 사이버 폭력은 단 한 명의 가해자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모두가 알게 모르게 가해자 혹은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이 책은 끄집어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익명성이 사라졌을 때 벌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보여줍니다. 릴리의 과거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학교 내 친구들과의 관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됩니다. 친구를 가려서 사귀는 헤일리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겉으로 보이는 ‘인싸’의 삶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안겨줍니다. 릴리의 과거는 단지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숨기고 싶은 약점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청소년들에게는 물론이고, 그들을 둘러싼 어른들에게도 중요한 책입니다. 책 소개에서 언급된 것처럼, 수많은 독서 토론 기관에서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작품이 단순히 흥미로운 추리 소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익명이라는 가면을 썼던 모든 순간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독자분들께 특히 추천합니다.

  • 청소년 독자들: 디지털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10대들에게 자신의 온라인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 부모님과 교사들: 자녀나 학생들의 온라인 문화를 이해하고,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 성장소설과 사회 문제를 다룬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 가볍게 읽히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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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구위안인 지음, 송은진 옮김 / 라의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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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관계와 소통,

그 모든 곳에 숨어 있는 영향력의 설계도

우리 삶은 수많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관계 속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합니다. 때로는 나만의 의지라고 믿었던 그 선택들이 사실은 주변 사람들의 권유, 미디어의 메시지, 그리고 심지어는 찰나의 표정과 몸짓 같은 작은 신호에 의해 좌우되기도 합니다. 중국의 최고의 심리상담사인 구위안인님의 『영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힘, ‘영향력’을 명쾌하게 해부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추상적인 심리학 개념을 현실적인 인간관계의 문제와 연결하며, 그 해답을 65가지의 흥미로운 심리 실험에서 찾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실험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왜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동조하고, 때로는 권위에 복종하며, 어떤 표정이나 몸짓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그 심리적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책은 크게 일곱 개의 챕터로 나뉘어 영향력의 A부터 Z까지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제 마음에 와닿았던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기분 좋은 관계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1부 '영향력을 키우고 싶은 당신에게'와 2부 '영향력의 시작'은 관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핵심 심리를 다룹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호감을 얻는 것을 넘어, 관계를 형성하는 심리적 기제들을 설명합니다. 애쉬의 첫인상 실험과 자이언스의 단순 노출 실험을 통해, 좋은 첫인상과 자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또한, 인간은 빚을 지고는 살 수 없다는 리건의 호혜성 실험을 통해 먼저 호의를 베푸는 용기가 관계의 문을 열어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책은 관계의 시작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들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지 보여줍니다.

말보다 강한 비언어적 힘과 집단의 마법

3부 '언어를 지배하는 비언어의 힘'은 제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주로 말의 내용에 집중하지만, 사실 우리의 눈빛, 표정, 몸짓이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 책은 과학적으로 증명합니다. 클라인크의 눈빛 실험은 눈 맞춤이 신뢰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며, 뒤센의 웃음 실험은 진정한 미소의 힘이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강력한 방탄조끼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나아가 4부 '혼자보다 여럿, 집단의 힘'에서는 개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집단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코트렐의 사회촉진 실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존재가 나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셰리프의 규범 형성 실험을 통해 집단 내에서 합의된 규범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밀그램의 6단계 분리 이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이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며, 그 연결망 속에서 나의 영향력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영향력의 완성은 결국 진심과 행동에 달려있다

5부 '타인과 나, 서로 주고받는 영향력'과 6부 '영향력의 완성'은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심화 과정을 다룹니다. 단순히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을 넘어, 진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진정한 영향력을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허록의 피드백 실험과 뮐러와 드웩의 칭찬 실험을 통해 긍정적인 피드백과 진심 어린 칭찬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자극제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번의 약속 실험과 반두라의 볼링 실험은 '말'보다 '행동'이 훨씬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일관성 있는 행동이 신뢰를 쌓고 궁극적인 영향력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마지막 7부 '당신이 버려야 할 것들'은 습관적인 미루기, 감정의 노예가 되는 행동, 그리고 다수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는 태도 등 우리가 관계에서 버려야 할 잘못된 습관들을 짚어줍니다. 이는 단순히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을 넘어, 스스로를 성찰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이 책의 추천 독자

  • 영향력을 키우고 싶은 모든 분: 일상적인 인간관계부터 업무에서의 협상, 리더십까지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 과학적 근거를 선호하는 분: 단순히 감성적인 조언이 아닌, 검증된 심리학 이론과 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 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분: 타인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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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리스타트 - 여성 호르몬이 바꾸는 뇌 건강의 비밀
리사 모스코니 지음, 김경철.김예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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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갱년기’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삶의 활기를 잃고, 여러 증상에 시달리는 고통스러운 시기. 그러나 리사 모스코니의 『브레인 리스타트』는 이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수고, 갱년기를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재해석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아, 갱년기는 끝이 아니라 뇌가 더 멋진 모습으로 리부팅되는 놀라운 과정이구나’라는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리사 모스코니는 타임스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과학자로 선정된 영향력있는 분입니다. 신경과학자이기도 한 그녀는 갱년기의 불편한 증상들이 단순히 호르몬 수치 감소 때문이 아니라,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에 뇌가 반응하며 일어나는 신경학적 현상이라는 혁신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동안 많은 의학 서적이 갱년기를 주로 산부인과적 관점에서 다뤄왔다면, 이 책은 '뇌과학'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증상의 근본 원인을 파헤칩니다. 마치 뇌와 난소라는 두 운명의 파트너가 서로 대화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여성의 일생을 세 가지 ‘P’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바로 사춘기(Puberty), 임신(Pregnancy), 그리고 갱년기(Perimenopause)입니다. 사춘기의 변덕스러운 감정부터 임신과 출산 후의 복잡한 감정 변화, 그리고 갱년기에 겪는 다양한 증상까지, 이 모든 것이 호르몬과 뇌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섬세한 설명은 갱년기를 앞둔 여성은 물론, 감정 변화를 겪는 아내나 어머니를 둔 가족들에게도 큰 이해의 폭을 넓혀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갱년기를 회피의 대상이 아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을 인용하며, 폐경이 인류의 진화와 생존에 기여한 자연의 지혜라고 설명합니다. 번식 의무를 마친 여성들이 손주 양육을 돕고 공동체에 기여함으로써 인류의 생존율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폐경 이후에도 삶의 의미가 충분히 존재하며, 오히려 공감 능력과 정서적 안정감이 더욱 깊어진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갱년기 이후의 뇌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전보다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깊은 위로와 함께 새로운 용기를 선사합니다.

『브레인 리스타트』는 단순히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갱년기를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활력 있는 삶을 위한 운동 습관, 식단과 영양소 섭취, 스트레스 관리 등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호르몬 요법과 비호르몬 요법을 균형 있게 다루고, 트랜스젠더를 위한 ‘젠더 정체성 지지 요법’까지 언급하는 점은 이 책이 얼마나 포괄적이고 섬세한 시각을 가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추천 독자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여성: 이 책을 통해 당신이 겪는 증상이 결코 기분 탓이 아니며, 당신의 뇌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갱년기를 앞둔 여성: 미리 준비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 시기를 훨씬 더 부드럽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갱년기 여성의 가족들(남편, 자녀 등): 사랑하는 사람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생리 주기에 따라 감정 변화를 겪는 모든 여성에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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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 절망의 이야기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길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옮김 / 지베르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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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이야기’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길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이 명제를 첫머리부터 단단하게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이야기는 우리의 신념을 만들고, 행동을 결정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고 말입니다.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돈을 어디에 쓸지, 심지어 이웃을 어떻게 대할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우리가 접하고, 공유하는 이야기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뉴스,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 삶에 스며드는지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특히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이야기는 인류가 문명을 이룩한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정적 이야기'에 지나치게 노출될 경우 무력감과 냉담함을 학습시키는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저널리스트인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은 우리가 '부정적인 이야기'에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피가 흐르면 톱기사가 된다"는 언론의 불문율처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는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결국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이라는 독을 우리에게 주입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나쁜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여기서 바로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인 '문제+X' 공식이 등장합니다. 사회적 불공정, 기후 변화, 개인의 어려움 등 어떤 문제든, 그 문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X)'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세상의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건설적인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비관주의를 넘어서, 세상은 사실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나아져왔다는 낙관론을 받아들일 것을 권합니다. 이 낙관론은 현실을 외면하는 안일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각자의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이자, 나쁜 소식에 대처하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보호복과 같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잘못 알고 있는지 통계를 통해 보여주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절망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삶이 어렵지 않다거나, 불공평하지 않다거나, 복잡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부정적인 것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라는 저자의 문장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는 마치 흰 종이 위에 있는 작은 검은 점만 보느라 종이의 거대한 여백을 놓치지 말라는 깨달음과도 같습니다.

결국, 이 책은 우리가 '이야기의 소비자'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의 생산자'가 될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단순히 뉴스를 비판하고 탓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며, 건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주체로서 살아가자는 제안입니다.

이 책을 아래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립니다.

-매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에 지쳐, 세상을 향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분
-자신의 삶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든 분
-미디어 종사자, 저널리스트, 또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를 다루는 모든 분들

이 책을 읽고 나면, 두려움과 무기력함에 갇혀 있던 당신의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지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이야기는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까?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이야기를 변화시키는 첫걸음을 내디뎌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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