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8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 시대의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명작.
누구에게나 익명은 친숙한 존재입니다. 온라인 게임의 아이디부터, 한 번쯤 방문했을 익명 게시판, 그리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 소셜 미디어의 부계정까지. 익명은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자유가 때로는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9년 출간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사이버 폭력 문제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이 책은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이야기는 트루먼 중학교의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제이비와 그의 친구 아무르가 ‘트루먼의 진실’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됩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올릴 수 있는 이 공간은 순식간에 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선의의 의도로 시작된 공간은 순식간에 변질됩니다. 익명의 누군가가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인싸’ 릴리 클라크의 과거 사진을 올리며 비방하는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글 밑에는 수백 개의 악의적인 댓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무차별적인 악플의 공격에 릴리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 집을 나가기까지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소설은 그 익명의 게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따라가는 흥미진진한 추리극으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제이비, 아무르, 릴리, 그리고 방관자의 위치에 있던 헤일리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줍니다. 특히, 소설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익명'의 시점은 독자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웹사이트를 만든 제이비일까요, 릴리의 과거를 올린 익명의 게시자일까요, 아니면 그 게시물에 수백 개의 악플을 달았던 수많은 학생들일까요, 혹은 이 모든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던 방관자들일까요?
책을 읽는 내내, 저는 각 인물의 시점에 이입하며 마치 제가 사건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트루먼의 진실’에 올라온 글을 보며 릴리가 느꼈을 수치심과 절망, 그리고 익명의 가면을 쓰고 글을 올리며 느끼는 가해자의 복잡한 심리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오늘날의 사이버 폭력은 단 한 명의 가해자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모두가 알게 모르게 가해자 혹은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이 책은 끄집어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익명성이 사라졌을 때 벌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보여줍니다. 릴리의 과거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학교 내 친구들과의 관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됩니다. 친구를 가려서 사귀는 헤일리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겉으로 보이는 ‘인싸’의 삶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안겨줍니다. 릴리의 과거는 단지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숨기고 싶은 약점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청소년들에게는 물론이고, 그들을 둘러싼 어른들에게도 중요한 책입니다. 책 소개에서 언급된 것처럼, 수많은 독서 토론 기관에서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작품이 단순히 흥미로운 추리 소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익명이라는 가면을 썼던 모든 순간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독자분들께 특히 추천합니다.
청소년 독자들: 디지털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10대들에게 자신의 온라인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부모님과 교사들: 자녀나 학생들의 온라인 문화를 이해하고,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성장소설과 사회 문제를 다룬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 가볍게 읽히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