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스천도 불안할 수 있습니다 - 뇌·마음·영혼을 함께 돌보는 불안 솔루션
이기원 외 지음 / 두란노 / 2026년 5월
평점 :
우리는 역사 상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부유하고,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정신적인 고통과 불행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수면장애, 중독, 불안 등의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목회자로 살아가면서, 성도들을 심방하다 보면, 마음의 상처로 인해 고통 중에 있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최근에 심방하면서, 불안의 문제로 고통 당하고 있는 성도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작은 일에도 쉽게 불안해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걱정했습니다. 그로 인해 중요한 결정 앞에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초초해하고, 불안해 하셨습니다.
가정 심방을 통해서, 그 분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시편 42편으로 불안과 관련된 말씀도 전하고, 기도도 해드렸지만, 짧은 일회적인 만남만으로는 그 분을 도와드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목회자로서 그 분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돕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크리스천도 불안할 수 있습니다』라는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불안'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세 명의 전문가(목회자, 상담가, 정신과 의사)가 통합적인 관점으로 쓴 좋은 책입니다. 온누리교회에서 회복 및 치유 사역을 전문적으로 섬겨온 이기원 목사님, 심리상담분야에서 상담가로, 교수로 내담자와 학생들을 섬기셨던 채규만 교수님, 그리고 가톨릭대성모병원에서 정신과의사로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오신 채정호 교수님이 함께 공저한 책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심리적인 이슈에 대해서, 이렇게 목회자, 상담가, 정신과의사가 함께 연합해서 공저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은 신앙적인 측면만 다루거나, 심리학적 설명에 그치거나, 의학적 정보만 전달하는 방식으로 끝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성경적 통찰과 심리학적 이해와 정신과적 지식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영혼과 마음과 몸이 분리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전인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불안'이라는 문제를 온전히 이해하고 치유하기 위해서 세 차원이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점이 이 책이 지닌 차별성이자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의학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리 '몸'의 작동 원리를 알려 줍니다. 심리학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을 밝혀 줍니다. 성경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참된 '치유와 성숙'을 얻도록 인도합니다. 다시 말해 몸의 치유, 마음의 회복, 영혼의 돌봄은 따로따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 아닌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온전한 치유의 길 위에 서게 된다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뇌를 돌보고, 상담사가 마음을 돌볼 때, 목회자는 영혼을 돌봅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인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영과 혼과 몸 모두가 치유되어야 합니다."
- p. 129 -
"우리는 보통 기분이 좋아지면 그때 뭔가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지행동치료나 수용전념치료에서는, 행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래서 다시 행동을 시도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우울과 불안은 회피를 낳습니다. 회피하다 보면 활동 범위가 좁아지고, 좁아진 삶은 다시 우울과 불안을 더합니다. '불안-회피-고립-더 큰 불안'이라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반면에 먼저 행동하면 '행동-성취감-자신감-불안 감소'라는 선순환이 생깁니다. 이처럼 불안이나 우울 치료에서는 먼저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행동 활성화'라고 합니다."
- p. 162 -
이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지만, 그 중에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중에 하나는 '영성 챙김'이라는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그동안, 심리학 책을 통해서 '마음 챙김'이라는 용어는 들어 봤지만, '영성 챙김'이라는 용어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용어였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채정호 교수님이 '마음 챙김'을 기독교식으로 적용하기 위해, '영성 챙김'이라는 용어를 만드신 것 같습니다.
'영성 챙김'은 감정을 설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잠시 내려놓고, 존재 자체로 하나님 앞에 머무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떠올릴 때, 나의 언어로 반드시 하나님께 무엇을 말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곤 합니다. 그러나, 영성 챙김 안에서는 '언어'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 아닌, 내 '존재' 자체로 하나님 앞에 머무는 것으로 기도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님 앞에 머무는 기도의 훈련을 할 때, 말하려는 기도에서 머무르는 기도로, 설명하려는 태도에서 존재하는 태도로,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맡기는 태도로 이동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특별히,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도 하나님 앞에 머무는 자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내가 찾아가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나와 함께 동행하고 계시고, 지금 여기에 나와 계신 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불안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내려놓고, 불안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고 하나님과 함께 머무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불안의 문제로 고통당하고 있는 분들, 특별히 이 불안의 문제를 신앙적, 심리학적, 의학적인 통합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싶은 분들, 불안의 문제를 겪고 있는 성도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섬기기를 원하는 목회자나 셀 리더, 그리고 불안의 문제를 겪고 있는 내담자를 잘 이해하고 돕기를 원하는 심리 상담가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