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정신 - 절벽에도 길은 있다
고도원.윤인숙 지음 / 해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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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69 [고도원 정신] 고도원, 윤인숙. 2023 (분야 : 에세이, 명사에세이)


이번에 읽은 책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고도원 선생님의 책이다. 

고도원 선생님께서는 벌써 칠십 고개를 넘어서, 인생의 후반전을 달리고 계신다.

이 책의 머리말 부분에 숫자 '일곱' 이 들어간 지난 인생을 돌아보시는 부분이 있다. 


1) 일곱, 자주 굶어서 늘 배고팠던 시기

2) 열일곱, 아버지에게 대놓고 반항하던 시기

3) 스물 일곱, 대학에서 재적, 꿈이 산산조각난 시기

4) 서른 일곱, 꿈꾸었던 신문기자, 특종기자가 된 시기

5) 마흔 일곱, 대통령 연설문 쓰는 책임자 되어 정점에 오른 시기

그러나 육체의 한계에 부딪혀, 강제 멈춤을 당하고, 새로운 시작을 한 시기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시작하고, '명상'을 접한 시기..


6) 쉰 일곱, 명상센터 '깊은산속 옹달샘' 시작한 시기

7) 예순 일곱, 20년 목표였던 '깊은산속옹달샘' 10년만에 완공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라, 치유 여행을 시작하며, 과거의 나를 만나서

대성통곡을 하고, 용서하고, 눈물을 흘리고, 원한과 상처의 줄을 끊어낸 시기


'일곱'이라는 숫자가 담겨있는 시간을 꺼내서, 되돌아 보는 그 짧은 문장 속에

고도원 선생님이 걸어오신 인생의 희노애락과 애환과 기쁨이 모두 녹아 있었다.

마치 한 사람의 일대기를 필름을 넘기듯이 연속해서 보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이 책이 쓰여진 배경과 과정이 참 흥미로웠다. 10년 전, 잡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던 윤인숙 선생님께서, 고도원 선생님을 인터뷰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고도원 선생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깊은산속옹달샘'이 만들어진 배경에 관해, 책을 쓰려고 하였다. 그런데,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과정 중에, '고도원' 선생님께서걸어론 '삶의 여정'과 그가 품고 있는 '삶의 정신'에 관한 것으로 좀 더 확장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떤 정신과 태도로 고단한 삶을 견디고, 지탱해 왔는지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통 6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6개의 장은 저자가 삶 속에서 추구했던 정신과 태도를 보여준다.


1장. 불굴_부딪히더라도 버티고 나아가다

2장. 도전_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던지다

3장. 꿈_세상에 없던 길을 내다

4장. 리더십_함께 걷고 같이 이루다

5장. 치유_고요히 길고 싶은 숨을 쉬다

6장. 이타심_더 먼 곳을 바라보다


저자가 어떠한 정신과 태도로 삶을 살아왔는지를 볼 수 있다. 내러티브 형식으로, 한 인물의 일대기를 소개하고, 그가 추구했던 삶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를 이야기의 말미에 소개해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 형식, 내러티브 형식의 글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글 속에서, 한 인간이 걸어온 고통, 그 고통을 넘어서면서 생겨난 꿈의 실현에 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초희망(Beyond hope)'을 발견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권하고 싶다.


인생은 결코 쉽지 않다. 녹록하지 않다. 

어려운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정신으로 살아가느냐가 결국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두 가지 더 추가되었다.

하나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깊은산속옹달샘' 을 방문해서, 고도원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절벽에도 길이 있음을, 

절망 중에도 희망이 있음을, 

글과 삶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꼭 인사를 드리고 싶다. 


밑줄 친 부분


p.24  <1장 #1. 산티아고 황톳길에서 엉엉 울다>


그 어떤 길이든 걷기에 온 마음을 싣고 오래도록 걸어보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답을 그 길 위에서 찾게 될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평범한 일이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답은 길 위에 있다.


p.27 <1장 #2. 소년의 통학길>


돌아보면 먼 길을 걸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3년이 내 인생의 크나큰 선물이 되어주었다. 담력과 체력과 결기가 생겨났고, 내가 굴복해서는 절대 어려움을 건너갈 수 없다는 신념을 심어준 것이다. 그 덕택에 어떤 고생길이든 피하지 않고 돌아가지도 않았다. 다른 가능성이 있으면 돌아가도 되지만, 그 길밖에 없으면 정면 돌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부딪히고 부서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으니 정신도 단단해졌다. 불굴의 정신으로 몸과 마음이 강해지면 인생에 어떠한 고비와 변수가 찾아오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게 된다. 어린 시절은 강한 멘탈을 키울 수 있는 혹독한 단련의 시간이었다.  



p.33 <1장 #3. 목사의 아들로 산다는 것>


아버지는 당시 많은 장서를 가진 독서가였다. (중략) 아버지는 늘 책 속에 파묻혀 지냈다. 항상 책을 읽었다. (중략) 아버지는 목사가 책을 보지 않는 것과 서재의 빈곤은 곧 목회의 빈곤을 의미한다고 여겼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는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와 아놀드 포인비의 『역사 연구』 상·중·하, 이렇게 4권을 건네주면서 책 읽고 밑줄 긋는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독서 카드를 쓰게 했다. 독서카드 앞장 윗줄에는 책 이름, 저자, 그 책을 읽은 날의 날씨나 사건 등을 쓰고 그 밑에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적게 했다. 뒷장에는 나의 생각을 압축해서 적게 했다. 


p.37 <1장 #4. 행복과 불행 모두 글의 재료다>


한수산 작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재수 없는 사람, 풀리지 않는 사람이 쓰는 게 글이다." 넘어지고 깨지고 아파봐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뜻이었다. 


p.38~39 <1장 #4. 행복과 불행 모두 글의 재료다>


똥통에 빠진 그날 이후 나는 심각한 대인기피증에 걸렸다. 아주 내성적인 소년이 되었다. (중략) 그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에 나는 책을 읽었다. 한 사람의 독서가 똥통에서 나왔다. 밖에 나가지 못해 생긴 독서 습관은 내 글쓰기에 다시없는 자양분이 되었다. 


p.40 <1장 #4. 행복과 불행 모두 글의 재료다>


결국 나를 글쟁이로 만든 것은 고난의 경험이었다. 글의 재료는 행복한 시간보다 불행한 시간, 고난의 시간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재수 없는' 시간, 일생에서 가장 재수 없는 시간에 만들어진다. 사람을 믿었다가 한순간에 똥통에 빠진 그 재수 없는 시간이 나를 독서가로 만들었고, 고되고 힘들었던 가난이 나를 글쟁이로 만들었다.


p.43~44 <1장 #5. 글쟁이의 시작>


(중략)긴급조치 9호로 제적을 당했다. 그러고는 바로 군대에 강제 입영을 하게 되었다. 제적당해 졸업장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목사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다. 가파른 시대 상황에 부딪혀 내 삶이 토막 나는 순간이었다. (중략) 그 때 어머니는 실망하는 표정을 짓기는커녕 눈물 할 방울 흘리지 않고 내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우리 아들 장하다. 하나님이 너를 다른 방식으로 쓰시기 위해 이렇게 하신 것이다." 

그 말은 내 평생 가슴에 품은 축복의 말이 되었다. '다른 방식으로 쓰시기 위해' 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p.45

"모든 것이 막힌 절망의 끝자락에서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다.

끝점이 곧 시작점인 것이다."


p.53 <1장 #7. 높은 산봉우리는 깊은 계곡을 품고 있다>


이력만 들으면 내가 승승장구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출셋길, 꽃길만 걸어온 사람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한 사람의 삶을 산봉우리만으로 요약하다 보면 꽃봉오리처럼 보기 쉽다. 그러나 산봉우리가 있다는 것은 그 밑에 계곡이 있다는 뜻이다. 계곡이 없는 산봉우리는 없다. 산봉우리가 높을수록 계곡은 더욱 깊다.


p.56 <1장 #7. 높은 산봉우리는 깊은 계곡을 품고 있다>


(중략) 아내에게 한 달 만에 쫓겨났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어서 한동안 숨겼다. 매일 아침 양복을 차려입고 출근하는 척하면서 사글셋방을 나왔다. 그렇게 집을 나서면 갈 곳이 없었다. 하루 종일 길거리를 방황했다. 그때 가장 많이 찾아간 곳이 남산도서관이었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책 읽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어느 순간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버섯구름처럼 솟구쳐 올라왔다. 두툼한 노트를 사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절망의 노래였다. 아니, 깊은 절망의 우물에서 퍼올리는 희망의 노래였다. 


p.60 <1장 #7. 높은 산봉우리는 깊은 계곡을 품고 있다>


"꿈을 적어놔라.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꿈을 말해라."


꿈을 글로 적는 것이 먼저다. 이것은 건축가가 설계도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자기의 과거 경험과 꿈꾸는 미래 사이에 상상력과 통찰력을 발휘해서 설계도를 먼저 그리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글이었다. 꿈을 적은 글은 무서운 힘이 있다. 언젠가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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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정신』에 인용된 책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고도원의 사과청국장 다이어트> 고도원

<혼불> 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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