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도 산책을 나간다.

 

, 특별한 것은 없다. 일상적인 행사라고나 할까.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나 할까. 이것도 아니면 운동 삼아 바람 좀 쐬러 밖으로 나간다.

 

우연한 산보, 라는 만화책이 있다. 주인공은 산책을 의미 없이 걷는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조사하지 않고, 옆길로 새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관광 가이드><동네 산책 매뉴얼> 등 책이나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보고 나가지 않는다. 사전에 지도를 보고 간다고 해도, 걷기 시작하면 그 때 그 때 재미있어 보이는 쪽을 향해 적극적으로 샛길로 샌다.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그 날 안에 정하려고 하지 말고 느긋하게 걷는다.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유일한 것이 산책이었다고 합니다.” 만화책의 울림이 상당하다.

 

이 책도 만화책이다. 우연찮게…….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글 지옥에서 벗어나가 위해 그림책(만화책)을 선호할 때가 있다. 눈의 피로를 덜어줄 겸, 산책하는 마음으로 여백의 미를 즐기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보고)즐긴다. 빼곡히 들어선 글 숲보다 듬성듬성 말풍선으로 되어 있는 만화책이 통찰력을 줄 때가 있다. 우연한 산보처럼. 그림은 덤이다.

 

일상에서의 산책은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하루 일과 중에 산책을 하지 않으면 몸 여기저기가 쑤시기도 하지만 거품인 빠진 맥주처럼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정도면 삶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책 또한 산책을 하면서 주변 풍경과 사물에 빗대어 삶의 통찰을 깨닫게 해준다. 느긋하고 한가롭게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유유자적 흘러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 번잡스러운 고민이 한 꺼풀 벗겨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다.

 

평상 시 적극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산책이야말로 삶의 활로를 되찾게 해주는 동시에 바쁜 나머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감정이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과거 어느 시점에 나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각자 다른 속도로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인간도 이와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작년에 본 길고양이를 우연찮게 오늘 보면서 생의 소중함을 넘어 경건함을 느끼게도 해주니 말이다.

 

이 책, 짧지만 깊이가 있고 엉뚱하지만 재미가 있다. 느긋하게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싶다.

 

그래서 오늘도 산책을 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과 끝이 다른 소설. 절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소설. 줄거리를 얘기하면 이 짧은 소설의 매력이 상쇄되므로 간단히 첫 장면만 말하자면, 페이스북에서 30년 만에 만난 연인들이 온라인으로 러브레터를 주고받는다. 그것도 결혼식에 오지 않은 연인과의 은밀한 편지를. 첫 장이 시작하면서 결혼식에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 하는 의문점을 가지고 끝까지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의 끝에 도달한다. 잠시 숨도 쉴 새 없이 반전의 반전과 의문점 투성이로 무장한 소설의 전개에 끝내 실소를 머금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과연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집요하게 천착하는 동시에 마력 같은 줄거리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믿음이 없으면 한시라도 살 수 없는 게 인간의 본질임을 상기시켜보자. 그것도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소설의 말미에 이르면, 이와 같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이 이 소설에 있다.

 

운명이라는 것을 믿진 않지만,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많은 문제들수많은 불행과 고통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빗나간 운명에 그대로 노출된 불쌍한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예기치 않은 운명의 손짓(여기에선 불행을 몰고 오는 불행의 신을 말한다)에 연약한 부위가 노출되면 인간은 스스로 극복하며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없을까. 성선설과 성악설, 과연 인간은 어디에 속한단 말인가.

 

요즘 TV를 틀면 악마에 가까운 인간들을 자주 보게 된다. , 저런 인간들이…….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어려운, 입에 담는 것조차 싫은 인간들을 보면 악마의 본모습을 본 것처럼 치를 떨게 한다.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살해당하고, 유치원의 아동학대, 성노리개로 전락한 여성들, 학교폭력에 왕따로 전락한 학생들,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무수히 많은 인간들의 만행들, 그리고 인간이 저지른 전쟁들…….

 

짧은 시간에 책 한권을 뚝딱 헤치었다. 많은 생각들이 뒤미처 올라오지만 꾹꾹 눌러 담는다. 악마의 본색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 소설 마지막 한 장이 왜 접혀있는지,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구둣방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업의 존재 이유. 이건 대명제다. 누구든 창업을 하게 되면 이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든, 큰 기업을 경영하든.

자본주의의 목적은 생산성을 늘리는데 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생산을 멈추지 않는 게 지상목표가 된 현대사회는, 생산성 증대라면 사람을 기계화시켜서라도 불구덩이 속으로 서슴지 않고 뛰어든다. 그럼 사람을 중시 여기는 인본주의 경영을 하는 기업은 생산성과는 멀 수밖에 없는 것이고, 기업의 존재 이유에는 늘 물음밖에 던질 수 없단 말인가.

이 책에 나오는 아지오라는 회사는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청각장애인들이 모여 일하고 시각장애인 대표가 경영하며 맞춤 수제화를 만드는 기업 아지오는 세상의 질서와 반대로 간다. 빠르고 싸게 대량 생산을 하지 않고, 고객의 발을 직접 만져가며, 한 땀 한 땀 지어 만든다. 불편한 사람들이 모여 가장 고객의 편안한 발을 위해 일하는 아지오의 구두를 찾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한 번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다시 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한 번의 실패가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사례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무엇이 뼈아픈 고통을 겪고 나서도 다시 일어날 용기의 기반이 되는지 말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성공이란 함께하는 것, 그리고 계속하는 것입니다.”

아지오는 존재 자체가 목적인 기업이다.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기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수많은 구루들의 경영기법과 마케팅기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간절함이 아닐까싶다. 정상인들도 어려운 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들이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며 소중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지오라는 기업이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는 이유는, 이 땅위에 경쟁만 판치는 자본주의의 속성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마음이 가는 기업, 아지오는 계속 살아남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꼭 그러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과거에서 보내 온 편지가 있다. 예전에 우리도 5년 후,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그리며 자신에게 쓴 편지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떳떳하게 살고 있는 미래의 나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리움과 설렘이 묻어있고, 만약 그때 쓴 편지를 지금 읽어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상상만 해봐도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그게 코로나19라는 극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면 어떤 느낌일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행 간 장소라면 어떻겠는가. 어느 신혼부부가 먼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20년 결혼기념일에는 여기로 다시 한 번 옵시다, 라던가, 가족여행을 떠난 여행지에서 엄마가 자식들에게 여기 참 좋다. 나중에 너희들이 크면 엄마, 아빠하고 다시 여기에 오자, 라는 약속을 우리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다. 만약 그때 옆에 타임머신 캡슐이 있다면 우리는 편지를 써서 서슴지 않고 뚜껑을 봉한 후 미래로 날려 보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같은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의 오롯한 진심을 고이 접어 고스란히 당신 손에 쥐여 주고, 과거의 따스한 온기 앞에 지금의 저를 데려다 놓고 싶었어요. 그곳의 공기와 햇살과 바람과 미소와 나무를 잊지 않도록. 여행이 사라진 시간에도 우리의 여행이 계속되도록.”

_ 프롤로그 「먼 시간, 먼 곳에서 부치는 여행」 중에서


처음엔 책을 읽으면서 좀 당황했다. 장마다 맨 끝에 보면 일시가 적혀 있는데, 죄다 과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의아심을 가지고 앞뒤로 뒤적이다가 ‘아 이건 과거에서 온 편지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거에서 온 편지라, 의미심장한 문장을 음미하면서 계속 읽어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성능이 인공지능 수준이라 예상치 못한 과거 사진을 보며 놀랄 때가 있다. 사진을 넘기면서 그때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복기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에 빠져든다. 사진도 이럴진대 편지가 어느 날 나에게 온다면 놀라움을 넘어 감탄을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런 즐거움에 빠질 것이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책을 통해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싶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을 떠올리고 감상에 젖을 때, 책은 저절로 우리를 그때 그 시절로 인도할 것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한껏 여유를 부려보자. 이 또한 게으른 책읽기의 별미가 아니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아 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의 기술이 되는가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지음, 조율리 옮김 / 다산초당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손에 달린 것과 달려 있지 않은 것을 구분하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삶의 기술에는 위와 같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코로나와 같은 예기치 못한 재난이나 질병은 우리의 선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렇다고 무방비로 방치한 채로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린, 우리의 일에 집중하며 나아가는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스토아 철학은 불행을 이기는 철학이다. 삶에 적용 가능한 진짜 철학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생을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고, 인생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고난과 재난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뜻하지 않을 불행을 피할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이미 일어난 불행에 의미 없이 계속 집착하지 말고, 평정심(아파테이아)을 실현하며 그저 지금 할 일을 해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스토아 철학은 고난에 휘둘리지 않고 삶의 균형을 지키는 기술을 알려준다. 노예 출신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노동의 대가는 없었고, 주인에게 혹사당해 한쪽 다리까지 절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만들 순 없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며, 그 선택이 결국 우리가 어떤 인생을 살게 할지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우리에게 준다. “옳은 일을 하라.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심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라.”, “나 자신이 될 수 없다면 죽는 게 낫다.”


아울러,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가 제시하는 아침저녁의 일상을 바꾸는 스토아 철학의 메시지는 다음 일곱 가지다. 첫째, 늘 옳은 일을 하라. 둘째, 현재의 삶을 사랑하라. 셋째,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라. 넷째, 방해물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다섯째, 에고를 버려라. 여섯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일곱째,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스토아 철학은 통제하기 힘든 난관에 부딪혔을 때, 내 삶을 지켜줄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라고 혼돈의 시대 속 불안한 미래에 대처하는 실리콘밸리 리더들은 말한다.


삶 자체는 고통임에 틀림없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미 이천년 전의 철학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귀중한 이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를 깨닫는 삶의 여정이 아닐까싶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이는 자세다. 아무리 멋있고 훌륭한 말이라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니 말이다. 삶의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진리는 이천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삶의 기술이, 이 책 한 권에 전부 들어있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