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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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이 다른 소설. 절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소설. 줄거리를 얘기하면 이 짧은 소설의 매력이 상쇄되므로 간단히 첫 장면만 말하자면, 페이스북에서 30년 만에 만난 연인들이 온라인으로 러브레터를 주고받는다. 그것도 결혼식에 오지 않은 연인과의 은밀한 편지를. 첫 장이 시작하면서 결혼식에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 하는 의문점을 가지고 끝까지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의 끝에 도달한다. 잠시 숨도 쉴 새 없이 반전의 반전과 의문점 투성이로 무장한 소설의 전개에 끝내 실소를 머금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과연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집요하게 천착하는 동시에 마력 같은 줄거리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믿음이 없으면 한시라도 살 수 없는 게 인간의 본질임을 상기시켜보자. 그것도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소설의 말미에 이르면, 이와 같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이 이 소설에 있다.

 

운명이라는 것을 믿진 않지만,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많은 문제들수많은 불행과 고통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빗나간 운명에 그대로 노출된 불쌍한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예기치 않은 운명의 손짓(여기에선 불행을 몰고 오는 불행의 신을 말한다)에 연약한 부위가 노출되면 인간은 스스로 극복하며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없을까. 성선설과 성악설, 과연 인간은 어디에 속한단 말인가.

 

요즘 TV를 틀면 악마에 가까운 인간들을 자주 보게 된다. , 저런 인간들이…….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어려운, 입에 담는 것조차 싫은 인간들을 보면 악마의 본모습을 본 것처럼 치를 떨게 한다.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살해당하고, 유치원의 아동학대, 성노리개로 전락한 여성들, 학교폭력에 왕따로 전락한 학생들,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무수히 많은 인간들의 만행들, 그리고 인간이 저지른 전쟁들…….

 

짧은 시간에 책 한권을 뚝딱 헤치었다. 많은 생각들이 뒤미처 올라오지만 꾹꾹 눌러 담는다. 악마의 본색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 소설 마지막 한 장이 왜 접혀있는지,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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