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숲속에서는 웅진 세계그림책 238
필리프 잘베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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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 찾기

오늘 숲속에서는/필리프 잘베르 글. 그림/김윤진 옮김/ 웅진주니어 2023



[오늘 숲속에서는]은 펜화로 숲속 그림을 그리면서 숨은 그림 찾기를 넣어둔 책이다. 숨은 그림은 숲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 아기 다람쥐를 따라 숲속을 여행해야 한다. 장면을 쫙 펼쳐 왼쪽만 읽으면 주황빛으로 가득한 사슴, 고슴도치, 여우, 멧돼지 같은 주인공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많은 숲속 생물을 만나고 싶다면 오른쪽에 있는 설명을 따라가면서 장면마다 늘어나는 동물들을 찾으면 된다.


필리프 잘베르의 [오늘 숲속에서는]은 오랜만에 자세히 그려진 세밀화 책이다. 사람의 손으로 한 획 한 획 그린 그림 속에서 정성을 들여 찾은 동물은 우리가 숲속에 찾아가 얼마나 귀 기울이고, 관찰해야만 만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숲을 가서 가만히 여유를 갖고 보면 다람쥐도 만날 수 있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면 박새, 쇠박새, 꾀꼬리, 뻐꾸기, 직박구리, 딱따구리 같은 작은 소리를 내는 새도 만날 수 있다. 새가 지어놓은 새집과 새들의 짝짓기 비행은 더불어 받을 수 있는 선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빨리 읽는 책이 아니다. 천천히 숨은 생물을 찾다 보면 책을 빨리 읽을 수 없고, 천천히 읽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진다.


가볍게 보고 싶다면 장면의 왼쪽에 있는 지문만 읽으면서 책을 감상해도 좋고,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장면의 오른쪽 본문 내용까지 함께 보면 좋겠다. 다만 책의 경계면에 숨어 있는 그림이 있어 완전히 펼쳐지는 제본 방식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가만히 마음을 기울여 봐야 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마음을 기울여 책 속 숲에 있는 생물을 만나듯 실제 자연에서 관심을 기울이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내가 얼마나 마음을 다해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에서 찾을 수 있는 숨은 이야기가 많다는 걸 알려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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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화가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괵투 잔바바 지음, 제이훈 쉔 그림, 이난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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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자리

하늘 화가/괵투 잔바바 글/제이훈 쉔 그림/이난아 옮김/한울림 어린이


하늘 모습을 변할 수 있도록 하는 구름 배달꾼, 별 부인, 그리고 하늘 화가.

[하늘 화가]는 별 부인과 구름 배달꾼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욱 슬퍼지는 하늘 화가는 "캄캄한 어둠 때문에 아무도 날 볼 수 없겠지" 하고 생각한다. 폭폭폭 구름을 배달해서 아이들이 꿈꾸게 할 수 있다면, 밝은 별빛 속에 있다면 모두가 자기를 알아볼 거라는 생각을 하는 하늘 화가는 어느 날 별을 따서 자기 몸에 달고 세상을 여행하면서 진정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가 어딘지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늘 화가는 자기가 가진 재능보다 다른 사람이 가진 재능을 더 크게 보는 보통의 사람 모습 같다. 어둠만 그리는 화가라 어둠 속에 자신을 보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만 어둠이 있기에 별이 더 빛나고, 어둠이 있기에 생물들이 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없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자신의 존재 이유, 자신의 능력을 존중할 수 있게 된 하늘 화가는 이제 누구보다 자신을 믿고 아끼고 사랑할 거라 믿는다.


모두에게 자기 나름의 자리가 있고 자기 나름의 역할이 있음을 자주 잊는다. 다른 사람이 부럽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내가 하면 좋을 것 같은 부러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있는 자리의 내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내 주변의 세상은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 밝게 빛나야만 보이는 게 아니야. 모두가 밝게 빛날 필요는 없어."

"넌 하늘 화가잖아. 밤을 그리는 화가이고, 꿈을 짓는 건축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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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월의 딸기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윤미경 지음, 김동성 그림 / 다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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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그날

그 오월의 딸기/윤미경 글/김동성 그림/다림2023


요즘 딸기의 계절은 겨울에서 초봄까지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딸기는 5월 즈음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에나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표지에 하얀 딸기 꽃과 탐스럽게 열린 딸기밭에 딸기 두 알을 가지고 개미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은 비밀을 나누는 듯한 모습이다. 오월의 딸기가 아니라 [그 오월의 딸기]라는 제목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날을 말하는 듯하다.


윤미경 작가의 [그 오월의 딸기]는 딸기밭을 하는 아이의 눈에 비친 딸기와 딸기밭,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아이의 입을 통해 사투리로 전한다. 글에는 5월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는 말한다.


"이상하고 이상했어요. 1980년 5월에 열렸던 그해, 딸기."


딸기는 이렇게 탐스럽게 자라는데, 다른 해보다 게으르게 마냥 매달려있고, "딸기가 단디 하나도 안 달어요" 하는 아이의 말에 아빠는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어서 근갑다"하는 말뿐이다. 하지만 그림작가 김동성은 글로는 표현하지 않은 5월의 모습을 딸기밭에 함께 그렸다.



세발자전거에 동생을 태우고 광장의 처참한 모습을 본 아이는 이를 앙다물고 화난 표정으로 자전거를 굴러 광장을 벗어난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행진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만난 아이는 잠시 머물러 응시한다. 아이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1980년 5월 18일. 43년이 지난 지금도 아픔의 흔적은 남아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알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다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진정한 민주주의는 무엇이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그림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고맙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계기로 오월의 그날을 이야기 나눠야겠다. 나부터 그날을 기억하며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애씀의 결과임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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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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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지는 세계사가 아닌 느끼는 세계사

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송영심/팜파스 2023


핸드폰이나 컴퓨터, 전화가 있기 전부터 사람들은 소통을 위해 애써왔다. 이전에도 사람들은 소통을 위한 여러 수단 중 가장 오래된 역사가 있는 것이 편지다.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역사를 가진 편지 속에 숨겨진 내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책이 [편지로 읽는 은밀한 세계사]다. 학창 시절 역사나 세계사 시간이면 교과서 속 역사보다 비화가 더 재미있었던 건 내가 알지 못한 다른 측면을 볼 수 있어서였다. 편지는 비화로 전해지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직접 표현한 것이니 가장 은밀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송영심의 [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는 16통의 편지를 역사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담다, 그들은 죽음 직전에 무엇을 적었을까, 편지에 담긴 역사 속 인물의 진실 찾기라는 3부분에 16통의 편지를 나누어 수록하였다. 편지를 본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인 만큼 편지의 내용은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기도 하고, 내가 알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이 편지 중 가장 오래된 편지이면서 가장 처음에 소개된 사마천이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이 사형집행 대신 궁형을 선택한 까닭과 그때 느꼈던 심정이 절절히 담겨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만 떠올렸지 어떤 마음으로 사기를 썼는지 알게 되니 사기를 읽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사람의 마음에 공감한다는 건 그 사람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그럴 수 있겠다고 하는 거라 한다. 3자 입장에서 보는 편지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음을 더욱 알게 하고 그 사람이 관련된 역사적 사실마저 다시금 보게 한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내가 다양한 시각과 시좌에서 보려는 노력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학교에서 수업이 은밀한 편지와 함께 한다면 머리에 새겨지는 지식으로 가 아니라 마음에 기억되는 역사가 될 것이다. 역사를 배워가는 학생들이, 역사의 다른 면을 보고 싶은 어른이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듯하다.


나는 최후에는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진실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어떤 것도 진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빛이 비추기를 원하지 않는 범죄인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빛이 비추일 때까지 생명까지도 쾌히 바칠 각오가 있는 정의의 수호자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지하에 묻히며 거기에서 자라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여 드디어 터지는 날 모든 것을 날려 버릴 것입니다.

(30쪽, 에밀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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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할 수 있을 거야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2
이모겐 팍스웰 지음, 아냐 쿠냐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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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넌 할 수 있을 거야

넌 할 수 있을 거야/이모겐 팍스웰 글/아나 쿠냐 그림/신형건 옮김/보물창고



"그들은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어.

싸울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말했지.

······어쩌면 넌 할 수 있을 거야 "


[넌 할 수 있을 거야]의 주인공 아이가 태어난 나라는 푸르른 것이나 자라나는 것이 하나도 없고 메마른 지구상에서도 가장 메마른 곳이었다고 말한다. 초원은 사막으로 변했고 강물은 말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헐벗었다고 한다. 보잘것없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씨앗을 찾은 아이는 말라죽어 버린 강바닥에 구멍을 파고 씨앗을 심었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주고 바람으로부터, 태양으로부터 보호하며 키워낸다는 이야기다.


아무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씨앗은 자라서 희망을 주고,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보이는 것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킨다. 희망은 무조건 환하게 자라지 않지만 꺾이더라도 이미 경험한 마음속 희망은 쉽게 꺾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포기하지 않고 " 어쩌면~ "이라는 말고 함께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준다.


그림 작가인 브라질 출신의 아나 쿠나는 "저항하고 싸우며 생명을 지키는 브라질의 모든 원주민 공동체를 위해"라는 헌사를 남겼다. 브라질은 지구 산소의 20%를 공급하는 세계의 허파로 불리는 곳이었지만 2019년 불로 아마존 밀림이 상당 부분 파괴되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생명을 지키려는 브라질 원주민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바꿀 수 없는 게 아니라 "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을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작은 실천이 얼마나 큰 힘을 내는지 보여준다.


메마른 벌판에 서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앞면지에 외롭게 보였다. 하지만 뒷면지는 아이와 친구들의 노력으로 브라질의 푸르러진 밀림과 강이 펼쳐진다. 하늘을 나는 새와 유유히 배를 노 저어 가는 모습이 작은 힘이 얼마나 큰 힘을 이루어내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듯하다. 아이의 살짝 감은 듯한 눈은 정면을 한 번도 응시하지 않는다. 아이의 자세는 언제나 기도하는 모습 같다. 우리는 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할 수 있을 거야. 주문을 외는 듯하다. 아이의 작은 노력은 세상을 바꾸었다. 처음 문장에서 내 마음속 들려오는 작은 소리는 이제 세상을 향한 큰 소리가 되어 외친다. 그리고 함께 하자고 한다. 지구를 살리는 작은 일이라도 무엇이든 함께 하자고.


그들은 네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겠지.

싸울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무언가 자라도록 도와야 해.

넌 알아차리기 어렵겠지만···

··· 어쩌면 넌 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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