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의 기억 (Leaves)
스티븐 헉튼 지음, 김지유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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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추억

나뭇잎의 기억/스티븐 헉튼 글·그림/ 김지유 옮김/언제나 북스

산책을 다니면서 나무랑 풀 곁에 머물러 느끼기를 좋아한다. 겨울이면 겨울,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의 나무와 풀은 내게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 스티븐 헉튼의 [나뭇잎의 기억(leaves)] 을 쓴 스티븐 헉튼은 나무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그림책을 냈을까 궁금했다.


노르웨이 서쪽 해안에서 살고 있는 스티븐 헉튼의 첫 데뷔작인 [나뭇잎의 기억]은 큰 나무가 가까이 있는 작은 나무를 돌보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전해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뭇잎 하나하나에 새겨지는 기억 중 좋은 기억을 간직해두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힘이 되어줄 거라는 말도 전해준다. 큰 나무가 작은 나무에 전하는 지혜 중 내게 가장 와닿는 부분이기도 했다.



큰 나무가 전해주는 지혜 중 "강한 바람에 맞설 수 있는 법, 때로는 구부릴 줄 아는 유연함"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끔씩 멈춰 서서 지금을 즐기기"는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이 잊고 있거나, 알고 있으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라 느껴져서 마음 깊이 다시 새기며 실천을 다짐하게 해주었다.


스티븐 헉튼 [나뭇잎의 기억] 그림의 따스한 색감이 좋았다. 윗세대가 아래 세대에게 전하는 내리사랑의 따스한 마음이 표현된 듯 느꼈다. 글의 내용도 내가 했던 따뜻한 경험을 떠올리며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에 세 김을 하게 했다.


하지만 [나뭇잎의 추억]에서 큰 나무가 작은 나무에 가르침을 전하면서 걸어 다니는 모습은 아쉽게 느꼈다. 나무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찾아오는 이를 맞아주고 쉬어가게 해주는 존재다. 깊은 뿌리를 내려 그 자리에 있지만 찾아오는 새나 곤충에게 보금자리를 내주면서 자기 근처에 싹 틔운 작은 나무에도 분명히 전하는 바는 있을 거라 본다. 움직이면서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나무가 아니라 다른 소재였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푸르렀던 나뭇잎을 떨구거나 마른 나뭇잎으로 겨울을 나는 나무가 많은 지금 남아있는 나뭇잎을 보면서 어떤 좋은 추억이 남아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속에 남아있는 따뜻한 기억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에게 더 의미 있게 남을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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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루다네 통일밥상 초등 읽기대장
박경희 지음, 남수 그림 / 한솔수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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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듣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게 낫디요

리루다네 통일 밥상/박경희 글/남수 그림/한솔수북

 

 

'박경희 작가와 함께하는 인문학 수업'을 탈북 친구들과 10년 동안 진행한 박경희 작가는 탈북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통일이 무엇인지 아이들도 접하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선으로 탈북 이야기를 쓰고 있다. [리루다네 통일 밥상]도 자신이 만났던 탈북 친구들과 경험을 기초로 쓰인 책이다.

 

 

<리루다네 통일 밥상>은 북한의 고위 당원이었던 국희네 아빠가 죽자 옥류관에서 일하던 엄마가 먼저 남으로 탈북후, 국희도 탈북시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탈북해서 대한민국에 온 국희는 리루다로 이름을 바꾼다. 엄마는 탈북 후 일했던 식당에서 만난 대성이 아빠와 결혼해서 환상촌의 일원이 된다. 북한에서 고위 당원인 아빠와 살 때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엄마를 보면서 루다는 마음이 혼란스럽다. 환상촌 성벽 근처로 나갔다가 다리가 다친 유기견을 발견한 루다는 털 알레르기가 있는 아빠와 대성이 때문에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지 못한다. 환상촌 정자에서 강아지를 키우면서 마음을 준다. 북한 옥류관 출신 요리사 엄마와 중국집 주방장을 했던 아빠가 낸 서울 옥류관은 생각처럼 장사가 되지 않는다. 이후 북한에서 루다의 외할머니까지 탈북해서 환상촌에 함께 정착하면서 진정한 통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다.

 

 

박경희 작가는 낙산 성곽 근처 마을에 자리 잡고 살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환상촌'이라는 마을로 그려 통일 밥상의 배경으로 삼았다. 작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이지만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동네, 서로가 서로를 돌보면서 정이 있는 마을의 모습이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탈북한 루다와 엄마, 외할머니를 통해 북한의 음식인 노치, 어복쟁반, 두부밥, 돼지 종다리 쌈, 소갈비 중탕도 만날 수 있고, 북한의 고위층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대성이처럼 북한은 먹고살기 힘들고 가난하다고 생각했는데 고위층은 잘 살고 먹는 것도 풍족하다는 사실이 새롭고 흥미롭다고 했다. 나야 어릴 적부터 받은 교육의 영향이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도 그렇게 생각하다니 현실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접해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 대한민국은 자기 능력만 있다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점에 꼭 공부만이 전부인 듯 한 점은 좀 불편하게 느꼈다. 공부만이 자신의 전부인 듯 생각하는 엄마와 루다의 태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모습일 수 있으나, 요즘은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서 능력을 키우고 꿈을 키우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통일. 통일하면 남북한의 통일이 우리에겐 이루어야 할 과제다. 너무나 오랜 시간 떨어져 남남처럼 지낸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통일을 위해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성이와 루다가 먹는 음식부터 문화까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느꼈지만 마음을 닫지 않고 계속 묻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말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겪어가면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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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깍나라 제각각 시계 햇살어린이 79
임어진 지음, 주민정 그림 / 현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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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리에 맞춰 제각각 시계

재깍 나라 제각각 시계/임어진 글/주민정 그림/ 현북스

 

 

임어진 작가의 [재깍 나라 제각각 시계]는 크게 4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재깍 나라 제각각 시계>, <미래의 엄청난 숙제>, <먼지하고 놀았어>, <동티 재판>이다. 각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임어진 작가는 단편동화집 [재깍 나라 제각각 시계]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고 본다.

첫째, 우리 모두 자기 삶을 나름의 시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틀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삶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본다. 자기 소리를 내면 서 자기 삶을 살 때 진정한 행복은 온다. <재깍 나라 제각각 시계>의 시계들이 자기가 내고 싶은 소리를 내면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진정 그렇다.

 

"거봐요. 나도 태엽시계 안 할 거예요."

다운이는 씩 웃어 주고는 제방으로 폴짝 뛰어 들어갔어요. 입속으로는 토끼가 하던 말을 속살대면서요.

"제각각, 제각각, 제각각, 제각각."(31쪽)

 

 

둘째,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먼지하고 놀았어>에 나온 이야기처럼 우리는 우주에서 보면 먼지만큼 작은 존재이다. 그런 작은 존재는 <미래의 엄청난 숙제>에서처럼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아끼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게 삶이다. 자기 이익만을 바라며 다른 이를 해 코치하지 않고 살 때 서로가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동티 재판>에서처럼 당장 불편하고 편의주의적 삶을 찾기보다는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면 사람뿐 아니라 느티나무, 느티나무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도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터나 누구나 집 같은 걸 함부로 손대려다 화를 입는 걸 동티라고 하지이 "(102쪽)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뜨끔하게 남는 내용이 있었다. <먼지하고 놀았어>의 미솔이의 부모는 어린이날 즐거웠던 일을 일기로 써 가야 한다는 숙제를 위해 어린이날이라고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고, 어버이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인사 다니고, 집에 와서는 엄마 아빠 친구가 왔으니 이제 방으로 가서 숙제를 하라고 한다. 하지만 미솔이는 쓸 게 없다고 고민하다가 집에 와서 만난 상상친구 먼지하고 만 놀았다고 적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시간인가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아이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다녔지만 정작 아이에게 남은 건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던 시간이다. 아이를 정말 위한다면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이와 대화를 통해 잘 알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늘은 2021년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날의 서평을 쓰면서 내년에는 우리 식구가 자기 시각으로, 자기 걸음으로,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눠봐야겠다 다짐한다. 내 걸음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삶을 지지해 줄 수 있는 동반자로의 삶을 살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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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돼요? 햇살어린이 동시집 1
이주영 지음, 시은경 그림 / 현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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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돼요?

이주영 동시집/ 이주영 글/시은경 그림/현북스

 

 

[이래도 돼요?]는 제목처럼 질문을 던지는 동시집이다. 작가 이주영은 30여 년간 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한 작가이다. 어린이 도서연구회, 한국 어린이 글쓰기연구회 활동도 하면서 삶을 바로 보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기를 바라는 저서도 썼다.

 

 

[이래도 돼요?]는 당연한 걸 당연하게 보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걸 상대방도 그렇게 느낄까 하며 다시 생각하게 해보는 작품이 많다. 1부 생명이 생명을 만나요에 있는 <감자 한 알>은 마트에서 쉽게 살수 있는 감자 한 알을 얻기 위해 풀을 뽑고, 개미굴을 파헤치면서 얼마나 많은 목숨과 바꿔 자란 귀한 감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아기 지렁이>에서는 길 위에 나와 있는 지렁이를 구한다면서 옮겨주는 게 맞는지,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두었을 때 어떻게 아기 지렁이가 움직이는지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생각해 보게 한다.

 

 

 

2부 이래도 돼요?, 3부 궁금해요 궁금해는 계속 내가 아는 게, 내가 사는 삶이 맞는지 묻는다. 무언가를 바라볼 때 부정적인 면을 볼 건지, 긍정적인 면을 볼 건지 <진눈깨비>를 통해 말한다. <대한민국 어린이> 시리즈는 이 동시를 읽었으면 하는 어린이에게 "너 이렇게 살고 있니?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게 사람답게 사는 걸까?"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시였다. 4부 내 생각이에요는 아이들이 자기 삶의 순간을 잡아서 자신처럼 표현하길, 그리고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시로 채워져있다.

 

 

이주영 작가는 [이래도 돼요?]를 통해 아름답고 귀여운 동시를 노래하지 않는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어린이에게 읽힐 목적인 동시를 쓰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를, 자신이 살아갈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 누구나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동시는 어린이를 위해 어른인 작가가 쓰는 시이다. [이래도 돼요?]는 아이들이 현재 자기가 사는 삶을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계속 돌아보면서 자기 삶이 맞게 가고 있는지 질문하는 동시집이었다. 3학년 이상 아이와 이야기 나눈다면 이 사회를 바로 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나눌 수도 있겠다. 어른이 본다면 조금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를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자라도록 도와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 이래도 돼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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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바이러스 현북스 청소년소설 7
김태라 지음 / 현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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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보는 대로, 자기가 느끼는 대로

러브 바이러스/김태라/ 현북스

 

김태라 작가의 [러브 바이러스] 속 나나는 불신 바이러스(디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1급 감염자로 자가 방에 격리되어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산다. 나나는 인공지능 가상친구를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인 5차원을 이용해 가상 친구를 만들어 믿음을 회복해 보려고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 정성을 다해 만든 '친구49(너너)'를 통해 자기 믿음이 쌓여가는 게 아니라 불신이 더욱 깊어가자 마음이라는 게 뭔지 왜 자신을 더욱 못 믿게 되는지 질문을 품게 된다. 어느 날 열린 라홀을 통해 믿음의 세계로 가 자기와 꼭 닮은 남자아이인 지오를 만나 믿음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기 믿음을 회복한다는 이야기이다.

 

김태라 작가는 세상은 자기가 보는 대로, 자기가 느끼는 대로 인식하게 됨을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나나는 옴니폰이 보여주는 자기 불신감을 그대로 믿으면서 그 숫자가 낮아질수록 자기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닌 기계의 수치를 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은 이미 기계만을 믿고, 왜곡될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지오를 만나면서 지오를 통해 믿음으로, 사랑으로 세상을 보면서 나나는 1년 동안이나 회복하지 못한 자기신뢰도를 하루 만에 회복했다고 느낀다. 누군가를 통해 보는 세상이지만 그 세상이 밝은 것을 보게 해주는 눈이라면 내 눈도 밝은 곳을 향해 가게 된다. 셋째, 나나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자기 방문은 한 번도 잠긴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나가 마음의 문을 닫았을 뿐이다. 세상이 나를 밀어내더라도 내가 마음을 열었다면 닫히지 않았을 문.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신이란 믿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다른 데에 믿음을 주는 걸 뜻해. 믿음 받을 것이 아닌 딴 것에."(94쪽)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불편한 마음이 머무는 것이 바로 옴니폰이었다. 자기 신뢰도를 나타내주는 폰이라니. 요즘은 스마트 워치를 통해 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까지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나나처럼 내 모든 걸 기계가 알려주는 정보에만 의존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정보가 중요할 때도 있지만 정보가 아니라 내 마음처럼 객관화할 수 없는 것까지 기계에 의존했기 때문에 나나는 믿음을 회복하기가 더 어렵지 않았나 싶다. 난 믿음을 어디에 두고 있나? 과연 믿음 받을 것을 향해 믿음을 주고 있는지 내 마음을 잘 살펴야겠다. 내 마음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다. 그런 내 마음을 확인하려면 자주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신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사춘기라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으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 하며 많은 질문을 하는 시기이다. 김태라 작가는 [러브 바이러스]에서 계속 질문을 던진다. 청소년 시기 누구나 할 법한 질문, 그리고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끌어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임을, 누구에게 인정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믿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김태라 작가는 [러브 바이러스]를 통해 계속 이야기한다.

 

"세상을 믿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모든 믿음의 시작이자 끝이지요."(30쪽)

 

그 아이에게 준 자신의 마음이 아직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어쩌면 그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건지도 몰랐다. 시간을 초월하는 시간 동안 그 마음의 주인 곁에서 친구처럼 한께 살아가는 건지도 몰랐다. 마음은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많이 줘도 준 만큼 또 가질 수 있는 것이 마음이었다. 나나는 이제야 이걸 깨달았다. '친구49가'가 영원히 사라져 버린 지금에서야.(70쪽)

 

지오는 진짜 자기 모습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괴로움에 빠져 있을 때, 그것이 자기 모습이라 믿으면 더 큰 괴로움에 빠지기 때문이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 허우적댔던 지난날의 경험을 통해 이를 몸소 체험했다. 어두운 마음의 흐름은 그저 떠내려가는 것일 뿐,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134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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