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 두번째로 읽어보게 된 나일강의 죽음. <아무도 없었다>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작품도 큰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았다. 너무나 큰 기대를 가졌던 걸까... 중반까지 큰 사건도 없고 아무런 살인도 일어나지 않아서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졌다. 미스터리/추리물은 살인사건이 좀 빵빵터져줘야 재밌다고 느끼는 편이기에 책을 덮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읽어나갔다. 거의 3/4되는 부분에서야 사건들이 발생하고 탐정이 본격적으로 추리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부유한 리넷이 친구 재클린의 애인 시몬을 가로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으로 이집트로 떠나게 된다. 재클린은 리넷에게 복수를 하고자 이들 부부를 뒤쫓아 와서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며 그들의 신혼여행을 방해한다. 휴가중인 탐정 포와로가 나와 그들의 얽힌 관계에 관심을 보이며 휴가를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여러 등장인물이 얽힌 관계와 과거... 주로 인물에 대해 풀어가다가 나중에는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리넷의 죽음으로 인해 여러 사실들이 밝혀지고 탐정 포와로와 함께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마지막 반전도 꽤나 흥미로웠고, 결말에서는 모든 것을 다 가진줄로만 알았던 리넷이 사랑에서는 그러지 못했다는 거에 조금 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일강의 죽음은 사람들의 돈에 대한 욕망과 물질적인 것보다는 사랑이 더 값진 것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적인 작품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추리소설에도 조금씩 흥미를 가지면서 이 작품을 알게되었다.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하는 후회가 들정도로 너무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인디언 섬으로 8명의 사람들이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초대를 받게 되고 그곳의 하인 부부와 함께 섬에 고립되면서부터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그곳에 전해지는 인디언 동요에 따라 10명의 사람들이 차례 차례 죽어나가기 시작하는데... 그들이 어떻게 해서 이 섬으로 불려오게 됐는지 그리고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죽임을 당하는지 차례로 밝혀진다. 10명 외에 다른 누군가가 이 섬에 있는걸까... 아니면 저 10명 중에 범인이 있는걸까... 끝까지 누가 범인인지 예상이 안 될정도로 많은 인물들 덕분에 중간 중간 조금 헷갈리기는 했지만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로워 마지막 사람이 모두 죽을 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진실. 전혀 예상도 못한 인물이어서 더 짜릿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사람은 역시 죄를 지으면 그에 마땅한 벌을 받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 책으로 인해 작가가 남겨놓은 수많은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된지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짜임새있고 너무나 흥미로운 작품이라 추리소설의 여왕이란 칭호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작가라 생각된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의 저자인 미치 앨봄이 새로운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어렸을 적 다녔던 유대교 회당의 랍비인 렙으로부터 자신의 추도사를 써달라고 부탁받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추도사를 쓰기 위해 그 사람을 잘 알아겠다고 생각하여 렙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갖으면서 보낸 8년간의 이야기이다. 렙의 이야기 중간 중간 헨리의 삶에 대해서 나오는데 헨리는 화려한 과거를 가진 기독교 목사이다. 두 성직자의 삶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전해준다. 미국의 종교사상은 우리나라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정서적으로 동감할 수 없어 미치 앨봄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냥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에 랍비인 렙의 삶은 그다지 특이한 것도 없는 것 같고, 헨리는 너무나 화려한 과거를 가졌는데 한 교회의 목사라는 사실이 도저히 나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어 어이없을 정도였다. 렙은 항상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말에 음을 넣어 흥얼거릴 정도로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항상 긍정적이고 회당의 신도들 개개인에게 신경을 써주는 친절한 랍비이다. 나는 렙보다는 헨리의 삶의 모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느꼈다. 헨리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위급했던 순간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신은 그에게 손을 내밀어 구해주었다. 그제서야 헨리는 신의 존재를 확실히 믿고 한평생 신의 대리인으로 살아간다. 헨리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다른 사람들을 물질적으로 도와줄 순 없지만 온 마음을 다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준다. 이런 헨리의 모습을 통해서 믿음 하나가 사람을 뒤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구원의 확신만 있다면 죽음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비종교인들보단 종교인들이 읽기를 바란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런 감흥도 얻지 못할테니 말이다.
올해부터는 고전문학을 조금씩 접해보자 다짐을 하고 첫번째 책으로 선택한 것이 인간 실격이었다. 인간 실격을 푸른문학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통해 먼저 접해보아서 대략적인 줄거리도 알고 있어 다른 고전 작품들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술술 읽히고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다만 책 자체의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술술 읽히는 거에 비해 시간은 좀 오래걸렸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기에 인간 실격을 제목으로 한걸까? 다른 인간들에게 피해를 준것도 아니고 화를 내지 못할만큼 누구보다 착한 사람이고 그의 단점으로 치부하기엔 어색한 것이 있다면 세상에 자연스럽게 융화되지 못하고 다른 인간들과 쉽게 관계를 맺지 못한 것 뿐인 것 같은데 인간 실격을 제목으로 하다니...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제목을 정했는지 궁금해진다. 이 작품은 작가 본인의 삶과 연계되어 있는 작품으로 작가의 삶을 바탕으로 자전적인 작품이라 생각하면 쉬울 듯 하다. 다른 사람이 실망하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타인의 기대에 맞춰주기위해 세상에서 살아가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감추고 가식적으로 살아가는 요조의 인생이 너무나 암담해보여 서글프게 느껴졌다. 이 세상은 꼭 누군가와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나 자신만 생각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이 왠지 모르게 비판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요조를 결국은 죽음으로 내몬 이 세상이 그리고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요조의 나약함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직소>는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를 등장시켜 그가 고발하는 당시의 장면을 함께 듣는 것처럼 보여주는 짤막한 단편이다. 어찌하여 유다가 예수를 팔 수밖에 없었는지와 예수를 향한 유다의 사랑을 만족시켜주지 못한 분노, 질투같은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유다의 감정의 변화부분도 꽤 재미있었고 성경의 한 부분을 유다의 입장으로 색다르게 재탄생시킨 것이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