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 돈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3
이시백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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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물질 만능 주의가 만연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질만능적인지를 잊고 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물질을 추구하는 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사회가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티비 광고와 같은 매체는 물질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재현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아파트 브랜드 광고가 있다. 여자 친구를 자기 아파트로 초대한 초등학생, 결혼할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하기 위해 집으로 초대한  20대 여성, 고교 동창의 차를 타고 자신의 아파트를 찾아가는 40대 여성이 각각 등장한다. 광고의 마지막 멘트는 이러하다. “OOO씨는 OOO에 살고 있습니다.” 이 일련의 아파트 브랜드 광고는 자녀가 친구를 집에 초대한다든가, 동창생이 집을 찾아오는 등의 매우 일상적인 상황,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내밀한 속물근성을 매우 자연스러운 것인 양 재현한다. 물질에 대한 욕망을 부채질하고, 더 나아가 그런 욕망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재현하는 이러한 광고는 우리 사회가 물질 만능 주의에 만연한 정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따라서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 주의의 심각성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하여 경고를 날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시민에 대한 경제학 교육이 유행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돈을 갈구하면서도 돈의 본질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돈을 버는 것도 맹목적이게 된다. 이를 극복하자면 결국 본질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인문학 교육터인 ‘길담서원’에서 청소년인문학교실을 마련했고, 그 세번째 주제로 ‘돈’에 관한 일련의 강의를 진행했다. 일종의 청소년 경제학 강의인 셈인데, 강사 면면과 강의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용’이라는 수식은 불필요해 보인다. 서평작인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는 그 강의를 엮은 책이다.


청소년 대상의 경제학 강의라면 돈의 쓰임새나 출처, 용돈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 같은 실용적인 측면을 다룰 것 같지만, 이 강의에선 총 7강으로 돈의 다양한 면모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특히 돈의 본질적인 측면도 놓치지 않는다.


소설가 이시백은 돈이 사회를 지배하는 방식에 대해서 살피고, 에듀머니 이사인 제윤경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길담 서원의 대표 박성준은 돈과 전쟁의 역학관계를,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박권일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살핀다. 철학자 강신주는 돈의 역사적 맥락과 기호성에 대해서 강의 한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교사인 송승훈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돈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전체 강연이 강의 형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강연 주제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볼 수 없다. 강의 마지막에 짧은 질의응답을 다루는 정도다. 청소년인문학교실에 참여한 학생들의 다양한 반응과 글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은 청소년 인문학 시리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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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의 진실 세트 - 전2권 - 사람 냄새 + 먼지 없는 방 평화 발자국
김수박.김성희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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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언론이 다루기 껄끄러워 하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죽음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현장의 기록이면서 한 편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것이 오늘날의 르포 문학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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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가드닝 - 우리는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
리처드 레이놀즈 지음, 여상훈 옮김 / 들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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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가드닝』
리처드 레이놀즈 / 들녘 / 13,000원

 

스페인어로 ‘작은 전쟁’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게릴라’는 현대에 들어서는 사회 전반에 매우 광범하게 사용된다. 그렇다고 해도 정원을 가꾼다는 의미의 ‘가드닝’과의 조합은 다소 생소할 수밖에 없다. 정원을 가꾸는 작은 전쟁이라니? 그러나 엄연히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다.

 

이 게릴라 전쟁은 역사적으로 유서 깊지만, 오늘날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4년 영국 런던에서의 일이다. 리처드 레이놀즈라는 30대 청년이 아파트 화단에 무단으로 꽃을 심었고, 꽃이 자라는 사진을 GuerrillaGardening.org라는 웹사이트를 열어 올렸다. 리처드 레이놀즈가 내건 게릴라 가드닝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남의 땅을 불법으로 꽃밭으로 가꾸는 것.’ 그에 동조한 동지들은 전세계에서 나타났고, 각자의 전장(꽃을 심을 땅)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물론 손엔 총대신 꽃이 들고서. 『게릴라 가드닝』은 그 작은 전쟁들의 기록이며, 앞으로 게릴라 가드너가 될 동지들을 위한 작은 안내서이자, 전세계 게릴라 가드너들의 경전인 셈이다.


법을 준수하는 일반적인 시민의 감성으로서는, 아무래도 불법으로 남의 땅에 꽃을 심는다는 게릴라 가드너의 방법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리처드 레이놀즈는 자신이 불법을 저지르는 게릴라가 된 것은 전적으로 런던의 수많은 지하보도와 천박한 쇼핑센터, 번잡한 자동차도로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황량한 땅에 꽃을 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게릴라 가드너가 전장으로 삼는 땅은 그냥 남의 땅이 아니다. 공유지면서 관리되지 않는 땅, 버려진 땅들이야 말로 그들의 전장이다. 게릴라 가드너들은 땅의 주인이나 단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땅자체와 거기 버려진 쓰레기들과 싸운다.


이 전쟁은 사람들 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환경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레이놀즈는 이것이 모두가 승자인 전쟁이라고 말한다. 비록 허가 없이 조성된 꽃밭이라고 하지만, 황량한 도시에서 꽃밭은 언제나 환영받는다. 냉담했던 지역공동체도 게릴라 가드너들의 활동에 동의하고, 행정기관들도 도시의 무허가 꽃밭을 합법화하기 시작했다. 뉴욕과 암스테르담, 벤쿠버를 비롯한 많은 도시의 게릴라 가든이 지역민의 환영 속에 공동체 쉼터로 자리 잡기도 했다.

 

레이놀즈는 이런 작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 말한다. 꽃밭을 가꾸는 건 많은 정성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비효율과 낭비를 혐오하는 현대사회에서 가드닝은 그 자체로 전쟁일 수밖에 없다. 레이놀즈는 게릴라 가드닝이 건강한 지구를 향한 더 큰 책임을 떠맡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저 꽃을 심고 가꾸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게릴라 가드닝은 참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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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게임을 한다 -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게임에 대한 심층적 고찰
제인 맥고니걸 지음, 김고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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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게임을 한다』
제인 맥고니걸 / RHK / 18,000원

 

게임을 둘러싼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게임 중독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처음 ‘셧다운제’를 제안했을 때만 해도 그게 일종의 정치적 제스쳐로 보였다. 그러나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셧다운제’를 기어이 현실화시켰다.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할 시점에, 이번엔 교과부가 게임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보수언론은 게임을 학교폭력이나 유발하는 사회악 정도로 취급하면서 정부의 발언에 힘을 싣기도 했다.

 

정책과 규제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여 실효가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를 계속 유지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폐지하면 된다. 그 과정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사회가 진일보하는 대가로 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다. 정작 문제는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제자리 걸음 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 뇌가 손상되어 생각없는 좀비나 폭력적인 괴물이 된다는 사회의 인식은 거의 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저정도 인식 수준이라면, 우리가 기껏 게임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리 사회에서 게임을 허용하느냐 금지하느냐’ 하는 일차원적인 이야기뿐이다. 비단 청소년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미 게임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순전히 낭비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것인지는, 결국 그 사회의 문화적 포용력을 드러내는 일이다. 게임은 정녕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문화인가? 

 

서평작인 『누구나 게임을 한다』의 저자 제인 맥고니걸은 오랫동안 게임의 긍정적 측면을 연구해 왔다. 일반적으로 게임에 몰입하는 것을 일종의 ‘현실 도피’로 여긴다. 맥고니걸은 그를 인정하면서도, 더 나아가 게임에 몰입하는 것이 현실에 대한 ‘의도적’ 도피며, ‘유익한’ 도피 행위라고 말한다. 그녀는 게임을 그저 긍정적으로 보는 정도로 머물지 않는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현실은 망가졌고, 이제 우리는 게임으로 현실을 고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모든 게임은 ‘목표’, ‘규칙’,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라는 4가지 본질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현실과 비교해 게임은 목표가 명확하고, 규칙이 논리적이며, 피드백은 확실하고, 자발적 참여가 보장된 것이다. 우리가 게임에 더 잘 몰입하는 원인도 거기에 있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비교적 쉽게 목표에 도전하며, 피드백을 얻기 위해 기꺼이 협력하고 협동한다. 실패하더라도 곧장 재도전하고, 순전히 내적인 만족감을 위해 게임을 즐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비단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가시간에 즐긴 한두 시간의 게임을 통해 얻은 긍정적 감정과 경험이 현실을 충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맥고니걸은 궁극적으로 게임 본질적인 특징인 목표와 규칙, 피드백, 자발적 참여와 같은 요소를 현실 속에 도입함으로써, 현실을 게임처럼 몰입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맥고니걸은 게임이 아닌 현실의 온·오프라인에서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대체 현실 게임’, ‘세계 변화 게임’의 사례를 제시하고,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맥고니걸의 주장은 현실에서 게임의 역할을 다소 과장한 감이 없지 않다. 그녀 자신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만큼 게임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호이징하는 “모든 놀이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맥고니걸은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미래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누구나 게임을 한다』는 게임의 ‘의미’를 찾는 중간 연구 결과라 할 만하다. 그에비해 우리는 게임의 나쁜 점에만 너무 골몰하고 있다. 그러다 게임이 지닌 가능성을 완전히 놓쳐버리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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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게임을 한다 -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게임에 대한 심층적 고찰
제인 맥고니걸 지음, 김고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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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13_ 맥고니걸은 보수적 사회라면 꿈도 못 꿀 문화적 소양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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