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가드닝 - 우리는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
리처드 레이놀즈 지음, 여상훈 옮김 / 들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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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가드닝』
리처드 레이놀즈 / 들녘 / 13,000원

 

스페인어로 ‘작은 전쟁’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게릴라’는 현대에 들어서는 사회 전반에 매우 광범하게 사용된다. 그렇다고 해도 정원을 가꾼다는 의미의 ‘가드닝’과의 조합은 다소 생소할 수밖에 없다. 정원을 가꾸는 작은 전쟁이라니? 그러나 엄연히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다.

 

이 게릴라 전쟁은 역사적으로 유서 깊지만, 오늘날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4년 영국 런던에서의 일이다. 리처드 레이놀즈라는 30대 청년이 아파트 화단에 무단으로 꽃을 심었고, 꽃이 자라는 사진을 GuerrillaGardening.org라는 웹사이트를 열어 올렸다. 리처드 레이놀즈가 내건 게릴라 가드닝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남의 땅을 불법으로 꽃밭으로 가꾸는 것.’ 그에 동조한 동지들은 전세계에서 나타났고, 각자의 전장(꽃을 심을 땅)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물론 손엔 총대신 꽃이 들고서. 『게릴라 가드닝』은 그 작은 전쟁들의 기록이며, 앞으로 게릴라 가드너가 될 동지들을 위한 작은 안내서이자, 전세계 게릴라 가드너들의 경전인 셈이다.


법을 준수하는 일반적인 시민의 감성으로서는, 아무래도 불법으로 남의 땅에 꽃을 심는다는 게릴라 가드너의 방법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리처드 레이놀즈는 자신이 불법을 저지르는 게릴라가 된 것은 전적으로 런던의 수많은 지하보도와 천박한 쇼핑센터, 번잡한 자동차도로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황량한 땅에 꽃을 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게릴라 가드너가 전장으로 삼는 땅은 그냥 남의 땅이 아니다. 공유지면서 관리되지 않는 땅, 버려진 땅들이야 말로 그들의 전장이다. 게릴라 가드너들은 땅의 주인이나 단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땅자체와 거기 버려진 쓰레기들과 싸운다.


이 전쟁은 사람들 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환경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레이놀즈는 이것이 모두가 승자인 전쟁이라고 말한다. 비록 허가 없이 조성된 꽃밭이라고 하지만, 황량한 도시에서 꽃밭은 언제나 환영받는다. 냉담했던 지역공동체도 게릴라 가드너들의 활동에 동의하고, 행정기관들도 도시의 무허가 꽃밭을 합법화하기 시작했다. 뉴욕과 암스테르담, 벤쿠버를 비롯한 많은 도시의 게릴라 가든이 지역민의 환영 속에 공동체 쉼터로 자리 잡기도 했다.

 

레이놀즈는 이런 작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 말한다. 꽃밭을 가꾸는 건 많은 정성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비효율과 낭비를 혐오하는 현대사회에서 가드닝은 그 자체로 전쟁일 수밖에 없다. 레이놀즈는 게릴라 가드닝이 건강한 지구를 향한 더 큰 책임을 떠맡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저 꽃을 심고 가꾸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게릴라 가드닝은 참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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