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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게임을 한다 -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게임에 대한 심층적 고찰
제인 맥고니걸 지음, 김고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게임을 한다』
제인 맥고니걸 / RHK / 18,000원
게임을 둘러싼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게임 중독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처음 ‘셧다운제’를 제안했을 때만 해도 그게 일종의 정치적 제스쳐로 보였다. 그러나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셧다운제’를 기어이 현실화시켰다.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할 시점에, 이번엔 교과부가 게임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보수언론은 게임을 학교폭력이나 유발하는 사회악 정도로 취급하면서 정부의 발언에 힘을 싣기도 했다.
정책과 규제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여 실효가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를 계속 유지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폐지하면 된다. 그 과정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사회가 진일보하는 대가로 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다. 정작 문제는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제자리 걸음 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 뇌가 손상되어 생각없는 좀비나 폭력적인 괴물이 된다는 사회의 인식은 거의 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저정도 인식 수준이라면, 우리가 기껏 게임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리 사회에서 게임을 허용하느냐 금지하느냐’ 하는 일차원적인 이야기뿐이다. 비단 청소년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미 게임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순전히 낭비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것인지는, 결국 그 사회의 문화적 포용력을 드러내는 일이다. 게임은 정녕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문화인가?
서평작인 『누구나 게임을 한다』의 저자 제인 맥고니걸은 오랫동안 게임의 긍정적 측면을 연구해 왔다. 일반적으로 게임에 몰입하는 것을 일종의 ‘현실 도피’로 여긴다. 맥고니걸은 그를 인정하면서도, 더 나아가 게임에 몰입하는 것이 현실에 대한 ‘의도적’ 도피며, ‘유익한’ 도피 행위라고 말한다. 그녀는 게임을 그저 긍정적으로 보는 정도로 머물지 않는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현실은 망가졌고, 이제 우리는 게임으로 현실을 고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모든 게임은 ‘목표’, ‘규칙’,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라는 4가지 본질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현실과 비교해 게임은 목표가 명확하고, 규칙이 논리적이며, 피드백은 확실하고, 자발적 참여가 보장된 것이다. 우리가 게임에 더 잘 몰입하는 원인도 거기에 있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비교적 쉽게 목표에 도전하며, 피드백을 얻기 위해 기꺼이 협력하고 협동한다. 실패하더라도 곧장 재도전하고, 순전히 내적인 만족감을 위해 게임을 즐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비단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가시간에 즐긴 한두 시간의 게임을 통해 얻은 긍정적 감정과 경험이 현실을 충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맥고니걸은 궁극적으로 게임 본질적인 특징인 목표와 규칙, 피드백, 자발적 참여와 같은 요소를 현실 속에 도입함으로써, 현실을 게임처럼 몰입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맥고니걸은 게임이 아닌 현실의 온·오프라인에서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대체 현실 게임’, ‘세계 변화 게임’의 사례를 제시하고,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맥고니걸의 주장은 현실에서 게임의 역할을 다소 과장한 감이 없지 않다. 그녀 자신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만큼 게임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호이징하는 “모든 놀이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맥고니걸은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미래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누구나 게임을 한다』는 게임의 ‘의미’를 찾는 중간 연구 결과라 할 만하다. 그에비해 우리는 게임의 나쁜 점에만 너무 골몰하고 있다. 그러다 게임이 지닌 가능성을 완전히 놓쳐버리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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