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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안녕, 초지로 책을 읽기 전에, 난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띠지와 표지에 대놓고, 이별을 말하기에 어떤 스토리일지는 어느정도 예상을 했지만,
가슴 아픈 이별만을 말하는게 아니라는걸 알고 숨을 크게 들이키고 읽기 시작했다.
난 동물을 직접 키워본적은 없다. 가족들과 살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안 형편상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동물을 싫어하는것도 아니다. 좋아한다. 집 주변에 밤이면 모습을 드러내는 어르신들은 도둑고양이라고 부르고, 우리들은 길 고양이라 부르는고양이와
실제로 눈을 마주친적이 많다. 그때마다 놀라긴했어도 밉거나 그런생각보다는 어디있다가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나타나는지 궁금하면서 걱정을 한 적은 있다.
안녕, 초지로 책의 제목에는 초지로만 나와있어 주인공이자 저자가 초지로만 키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래 저자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14년 전에 잃고나서 한참을 슬픔에 살다가 반년 뒤에 만난 고양이가 바로, 초지로와 라쿠다.
초지로는 수컷이고, 라쿠는 암컷. 처음에는 초지로만 데리고 갈려다가 라쿠에게 마음이가서 그렇게 둘을 입양하게 된다.
어쩌면 반년 전에 잃은 고양이가 주인을 위해 초지로와 라쿠라는 남매 고양이를 만나게 해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놀랐던 점이 있다. 속도감과 전개가 예상외로 빠르게 진행되어 어느순간 초지로와 왜 이별을 하게 되었으며, 어떤 이유때문인지가 순식간에 등장을 한다.
그 부분을 몇번이고 읽었는지 모른다.
참고로 저자는 결혼을 한 상태에서 남편과 상의한 끝에 입양을 결정한것이다. 그렇게 저자와 남편, 아직 어린 아들과 함께 초지로와 라쿠와 지낸다.
어린 아들과 두 명의 남매 고양이가 함께 어울리며, 지내는 모습등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보지 않으면 놓칠 수있는 상황들이 자세하면서, 꼼꼼하게 적혀져있다.
게다가, 실감이 나서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읽게 되었고, 미소가 지어지면서 저절로 그 상황이 상상이 되어 재밌게 읽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불행이 찾아온다. 저자의 친구가 놀러오고, 초지로의 가슴을 만져보면서, 병원에 가보면 좋겠다라는 말을 한다.
저자는 설마, 하면서 병원을 찾게 되고, 수컷에게 드물다는 유선 종양이 있다는걸 발견하게 된다. 다행히도 작았고, 초기였기에 수술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수술을 하게 되어 이제 괜찮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의외의 복병이 찾아온다. 항문에 큰 종양이 있다는걸 발견하게 된다.
수술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수술조차도 불가능한 상황.
이 부분을 읽는데 가슴이 따끔거리면서 아파오는게 느껴졌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어찌할 수 없는 수술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난 차마 할말을 잃었다. 저자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14년 전에 잃은 고양이의 아픔도 가누지를 못하는 저자한테는 날벼락같은 사형선고였을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려고 노력을 한다. 읽으면서 말 못하는 동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경계의 선과 벽이 허물어지는걸 느꼈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이별은 찾아온다. 다만 준비된 이별인가, 준비하지 못한 갑작스런 이별인가의 차이일뿐.
이별이란 단어만 들어도, 봐도 가슴이 아프고,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새벽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가슴이 아파서, 미어져서.
그러면서 저자와 남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행복하게 살다가 이별을 맞이한 초지로의 모습을 보면서
이별이라는게 무조건 아프고, 슬픈것만은 아니라는걸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별도 행복하게 맞이 할수도 있고, 그 남은 시간동안 많은 추억과
행복을 쌓다보면 앞으로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걸. 저자와 초지로가 보낸 142개월간의 이야기가 책 한권에 고스란히 녹아져있어서
나도 참으로 행복한 헤어짐을 같이 맞이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이별에 힘이 되어줄, 그래도 웃으면서 그때 그랬지를 말하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사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모두가 봐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하고, 지금처럼 봄햇살만큼 행복과 슬픔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