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양장, 조선시대 삽화수록 에디션)
존 번연 지음, 김준근 그림, 유성덕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굳이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인정받는 그 <천로역정>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천로역정 : 텬로력뎡>은 더욱 특별함이 숨어 있다. 바로 조선시대 화가인 기산 김준근이 그린 삽도가 42점 실려 있다는 것. 중간중간에 장면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삽도를 볼 때마다 감탄을 했다. 이게 진정 조선시대에 그려진 게 맞는가.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텬로력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번역된 서양 소설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종교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문학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나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턴로력뎡>은 <천로역정(합질)>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5월 29일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 제685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천로역정>은 영국 청교도 문학을 대표하는 존 번연(1628~1688)의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한 남자가 성경을 읽고 천국으로 가는 과정을 거치며 고난과 고통을 받다가 마침내 구원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성경이라는 방대한 말씀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욕심', '위선', '나태', '선의' 등의 개념을 '의인화'하여 활용한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이 성경에서 보여주셨던 '비유'일 수도 있다.

문장마다 인용된 성경구절이 신약과 구약을 넘나들며 엄청난 양의 이야기와 접목되어 있었다. 이것은 작가인 존 번연이 얼마나 성경지식이 많은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조선시대 삽화가 독자의 상상을 완성해주는 역할을 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천로역정>은 어렸을 적 아버지 책상 위에 항상 꽂아있던 책이었다. 그만큼 아버지가 성경 다음으로 가장 자주 보시던 책이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나도 어렸을 적부터 어린이 버전이나 만화버전의 <천로역정>을 많이 읽었다. 그런데 커서 다시 읽는 <천로역정>은 느낌이 달랐다. 이렇게 상황마다 의미가 있었는지도 알게 되었고, 성경구절과도 완벽하게 이어진다는 것도 이번에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보았다. 나는 만화로 먼저 보았고 지금도 만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영화와 만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7개의 관문을 통하는 과정이 마치 <천로역정> 같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그만큼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은 후에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시대를 넘나들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인가보다.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등에 무거운 짐을 항상 메고 다니다가 마침내 죄짐을 벗었다는 내용과 삽화를 보고 내 어깨도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각자의 죄짐을 벗는다면, 거기가 바로 천국일 것이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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