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
김동주 지음 / 페르소나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
처음엔 좋은 말을 모아놓은 명언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이 책은 어디에 가서도 재미있는 화두를 던질 수 있는 특이한 사전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전적 의미 대신 한번 비틀어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예술작품에서 발췌한 단어의 의미를 가나다 순으로 모아놓은 책이다.

가령 '가구'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면 '실용보다는 과시를 위한 물건', '광을 내며 아끼다가 부부싸움 때 박살내는 물건'이란다. 이거 해석이 예사롭지가 않다. 표지에 써 있는 문구가 와닿는다.
"신랄하게 들춰진 인간의 이중성이 짜릿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다른 단어도 살펴보자.

가정 : 청소년의 감옥, 가출의 근원지, 은밀한 폭력의 치외법권 사각지대.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속담의 오류' 편도 재미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가는 말이 고우면 사람을 얕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 낙은커녕 돈만 모아놓고 몸이 망가져 죽는다.

이건 마치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말한 박명수의 명언을 보는 듯하다. 촌철살인이다.

 

스님 : 세상 살기 귀찮은 참에 탈모증까지 생겨 산속으로 피신한 은둔자. 별것도 아닌 것을 짐짓 득도를 한 척 느리고 끈적끈적하게 말하는 땡추.


시어머니 : 시시콜콜한 문제로 한 가정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는 막상막하의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
며느리가 손님과 수다를 떨라치면 비좁은 사이로 끼어들어 흥을 깨는 여자.


강연/강의 : 강연자가 자신도 모르는 내용을 횡재나 망상을 굼꾸는 청중에게 받는 강의료에 따라 늘이거나 줄여서 지껄이는 일.

 

책을 읽다보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간(?)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단어가 어떤 뜻을 지녔는가가 아니라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만 세상을 산다면, 너무 재미없지 않겠는가.

이외수의 <감성사전>처럼, 정철의 <내 머리 사용법>, <불법사전>처럼 한 단어가 나타내는 다양한 의미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풀이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단어 중간중간에 나오는 '인문학 단편에세이'도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책 표지에는 이 책의 용도에 대해 상세히 말하고 있다. 일상대화, 스피치, 에세이, 소설, 칼럼, 논설, 방송, 취업면접 시 활용하라고 적혀 있다. 남발해서는 안되지만, 하나씩 툭툭 던지는 건 분명 차별화를 주는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평범한 단어가 풍자와 위트를 만날 때, 생명력을 가진 단어로 더욱 특별해지는 걸 이 책 <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를 보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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