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작가 - 예능작가 16인의 생생한 방송 이야기
김진태 엮음 / 도토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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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예능작가를 꿈꾸던 때가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코미디작가이다. 남들을 잘 웃게 하는 사람들은 한번씩 꾸었을 꿈일 테지만, 학창시절 오락부장까지는 아니어도 무리에서 늘 웃음의 근원지(?) 역할을 해온 터라 남들보다는 좀 더 강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코미디와 예능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예능작가>(김진태 엮음 / 도토리북스 / 2021)는 오랜 연륜의 예능작가인 저자가 예능작가 16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도 있는 예능작가의 세계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인 김진태 작가는 '우정의 무대'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체험 삶의 현장' 등등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금까지 재미있던 기억으로 머리속에 남은 그 프로그램의 작가이자 30년차 베테랑 예능작가이다. 그가 만난 16명의 예능작가도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유명한 작가이며, 프로그램도 우리나라 TV를 쥐락펴락해온 대표 예능작가들이다.

어릴 적 TV에서 '유머 1번지'나 '청춘만만세'를 보며 눈물나게 웃었고, '일밤'이나 '우정의 무대'를 보면서 가족과 함께 주말을 즐겼으며, '개그콘서트' 소재를 갖고 연애를 했고, '무릎팍 도사'를 보며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날렸고, '슈가맨'을 보며 두 MC의 케미에 흠뻑 빠졌으며, 시간이 지나 아이들과 '복면가왕'과 '히든 싱어'를 함께 보며 누구일까 맞혀보기도 해왔다. 이렇듯 예능은 팍팍한 내 인생에 웃음을 심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예능작가>는 저자가 16명의 예능작가와 일대일로 혹은 일대다로 만나,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예능작가는 마냥 밝고 웃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마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위해 얼마나 고단하게 생각하고 움직였는지, 그 땀의 흔적이 작가의 말 곳곳에 드러났다.



특히 이 책이 더 좋았던 것은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모두 오랜 경험을 가진 예능작가이다보니 수박 겉핡기 식의 인터뷰가 아니라 마음 깊이 감춰뒀던 고민의 흔적들이 그대로 밖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직업인으로서의 '예능작가'를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또한 그들의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생생히 잘 알 수 있었다.

1세대 작가인 임기홍 작가에서 '대주작가'로 유명한 김대주 작가까지, 16명의 예능작가가 얼마나 자신의 열정을 불태웠는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기획에서 섭외, 편집까지 이 모든 걸 예능작가가 다 해야 한다는 걸 예전에도 알았다면, 아마 나는 꿈조차 꾸지 못했을 거다.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다. '복면가왕'을 기획하고 성공시킨 박원우 작가의 경우, 그 프로그램이 국내외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해외 판권도 팔렸는데 정작 작가에게는 원고료 외에 다른 수익이 없었단다.

이미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복면가왕' 판권이 세계 많은 나라에 팔렸다는 걸 보고 무척 뿌듯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경우 판권이 방송사에 있다보니 작가에게는 그로 인한 금전적 이득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드라마는 그래도 작가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데, 예능 분야는 아직 그런 체계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예능작가의 콘텐츠를 보호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선배 작가들이 힘쓰는 이유가 이해됐다.




오래 전, 광고를 전공하던 대학원에서 방송작가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친구 역시 유명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면에서 미래가 밝지 않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 시청률 스트레스는 매일 받고, 개편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 프리랜서란 불안함이 작가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친구 생각이 났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예능작가 혹은 방송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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