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들이 먹는 약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게 된다. 당연하다. 그 중에서 특히 신경 쓰는 약이 '항생제'이다. 감기를 비롯해 아이의 질병이 심할 땐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해주는데, 꼭 당부하는 것이 항생제는 중간에 건너뛰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엄마들 사이에선, 항생제를 너무 자주 먹이게 되면 내성이 생겨서 나중엔 약효가 듣지 않는다는 말도 돈다. 내 기억으론 약을 안 먹이고 키우는 '안아키'도 항생제를 특별히 더 경계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항생제가 치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감염의 전장에서>(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는 최초의 항생제라 일컫는 설파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두께의 책이며, 의학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기에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시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인의 삶이 흔들리고 있는 터라 그 의미로 본다면 한번쯤 되새겨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설파제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와 지금은 시대적 상황이 다르지만, 새로운 질병에 대한 치료와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최초의 항균제인 설파제를 만든 사람은 게르하르트 도마크이다. 의대를 다니던 중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군대에 가게 되고, 긴 복무기간을 거치면서 많은 환자들을 보게 되었다. 손을 쓸 수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큰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고, 이후 세균과 감염, 병리학을 연구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설파제'란 화학물질을 만들어냈다.


사실, 페니실린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는데 설파제란 물질과 도마크란 인물은 생소했다. 이 책을 보면서 도마크란 사람이 설파제 개발을 위해 얼마나 연구하고 노력했는지, 얼마나 열정을 불태웠는지 알 수 있었다. 첫 개발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페니실린을 비롯한 다른 항생제에 넘겨줌으로써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첫 발자취는 이후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죽어가는 동료를 보면서 의대생으로서 한없이 느꼈을 책임감과 부담감. 이것이 설파제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독일인의 노벨상 수상을 금지하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받게 된 점이 안타까웠다.


항생제의 근원이 된 설파제가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 아이들이, 전 세계 인류가 감염의 위험을 어떻게 막을 수 있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코로나19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전 세계 제약회사들이 열띤 연구를 하고 있다. 모쪼록, 빠른 시일 내에 생명을 구해줄 위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