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말 : 모든 주방에는 이야기가 있다 -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미식가를 위해
레네 레제피.크리스 잉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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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준은 '맛'이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그 음식의 가치가 매겨진다. 하지만 맛은 주관적이고, 그날 기분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다. 만일 음식에 이야기가 있다면? 맛을 뛰어넘는 '위대함'이 생긴다.

<음식의 말>(레네 레제피, 크리스 잉 외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9)은 '모든 주방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부제로 여러 셰프들의 '주방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을 기회가 자주 없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시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것.

 

 

납작한 빵으로 고기를 싸먹는 방식의 기원이 어딘지 살면서 들어볼 기회가 있을까? 이 책에는 지금 음식을 만드는 셰프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그 음식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의 음식. 인도, 멕시코, 아프리카 등등 전세계에서 건너 온 셰프들에겐 저마다 음식이 담긴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음식을 만들면서 겪은 에피소드, 소회 등을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같은 재료를 갖고 다양하게 연출해내는 음식들을 보면서,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음식의 가치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리를 할 때면 마음에서 우러나온 무언가가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음식으로, 그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로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본 사람이 미소를 지으면 하루를 버틸 힘이 생긴다.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음식이 영혼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음식을 먹는 이들의 몸은 물론 영혼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그런 마음을 담아 요리한다. 요리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태도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중요한 말이다. 요리를 할 때 맛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음식을 만드는가에 신경을 쓰는 셰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셰프의 목소리에서도 음식에 대한 비슷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온 셰프들의 공통점은 '라 코시나'라는 곳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는 것이다.

 

 

라 코시나는 초보 사업가들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식당 콘셉트를 찾고, 메뉴를 개발하고, 사업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동주방을 제공함은 물론이고, 교육과 마케팅에도 도움을 준다.

 

 

이 책에는 셰프들의 프로필 사진과 맛깔나는 음식사진, 작업하는 모습까지 어우러져 맛있는 음식을 눈으로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세계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겠으나, 동시에 맛기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해서 새로웠다.

프라이드 치킨을 먹기만 했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보니 흥미로웠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겠구나 싶다. 음식에도 이야기가 있고, 목소리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 음식의 기원이 무엇이고, 어떤 재료를 써서 이런 맛이 나오는지 알게 된다면, 그 음식이 더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당장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이야기와 철학이 담긴 음식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음식의 말>의 음식 이야기는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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