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 -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이들을 위한 나답게 사는 법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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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고 누군가 이야기해준다면, 무척 힘이 날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쳤고 힘들게 살아간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만 한오백년이 걸리며, 움직일 틈 없이 꽉 찬 출근 지옥철을 타고, 또 같은 지옥철로 퇴근하는 일상. 그게 당연한 삶인 줄 알고, 또 그게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

<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19)는 이런 삶을 내려놓고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9명(혹은 팀)의 이야기를 편하게 써내려간 에세이다. 저자 역시 서울에서 10년 넘게 글 쓰는 일을 해오다가 한 여행을 계기로 5년 전부터 제주에 내려와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간극이 생기지 않고 100% 리얼 스토리가 펼쳐졌다. 그래서 더 깊이 있는 내용이 이어졌고, 보는 내내 공감이 갔다.

 

이 책에 나온 제주살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전에 엄청나게 바쁘게 살아왔던 것, 그리고 지쳤을 때 제주에 내려왔다는 것. 그런데 처음부터 제주에서 눌러 앉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내다보니, 살다보니, 다시 말해 어떻게 하다보니 제주에서 이렇게 정착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는 물 흐르듯이 살아왔어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죠. 떠밀리면 떠밀리는 대로 흘러도 가보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았어요. 제주에서 살고픈 마음도 그냥 자연스럽게 든 거예요. 뭐 몇 년 살아보겠다, 그런 마음도 없었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마침내 제주에 정착하게 된 '헬프브라더' 김태호 씨의 이야기부터 프리랜서 작가 부부, 무명서점 서점원, 동호회에서 만나 잼을 만드는 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3명의 공동대표, 목수를 꿈꾸는 약사, 화가와 캘리그래피 작가, 부부공연단, 그리고 회사원까지...

각 이야기마다 그들의 생각이 보였고, 여유가 느껴졌다.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인생에서 '돈'이 전부라면 너무 슬픈 일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돈 대신 시간과 여유, 자연이란 걸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때 제주살이를 꿈꾼 적이 있었다. 실제로 실천해보고자 집을 알아보기도 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3년 전. 하지만 그때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걸 다 내려놓고 내려갈 수 있을까. 남편은 제주살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나는 너무 현실적인 엄마였다.

하지만 3년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책이 더 공감되는 건 내 손에 쥔 걸 내려놓아도 된다는 스스로의 허락이 조금씩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도피처로서의 제주살이가 아닌, 내가 꿈꾸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바쁜 일상과 잠시 단절(?)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물론 지금은 예전에 고민할 때보다 떠나지 못할 이유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책이 있어 조금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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