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
조이스 박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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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엄마 아빠가 그렇겠지만, 나도 매일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골 동화인 라푼젤,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책을 읽어주는 엄마 입장에서는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으로 점철되는 '아이용' 동화가 지루하기도 하다.

인어공주는 왜 한 마디도 못하고 거품이 되었을까, 속 터지게.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가 무섭지도 않았나, 겁 없는 아가씨네.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조이스 박 지음, 스마트북스, 2018)은 동화 속에 숨은 기호들을 찾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재미있게 찾아나서는 '어른용 동화 해설집'이다. 저자가 영문학 교수라서 그런가. 대학시절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읊어주셨던 문학 작품과 거기에 숨은 코드를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것은 영어에 소질이 없었던 내가 영문학을 좋아했던 이유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이론서처럼 딱딱하거나 지루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아이용 동화' 대신 원서에 충실한 '어른용 동화' 내용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 "옛날옛날에~"라면서 내 귀에 대고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좋았다.

'인어공주가 이렇게 더 슬픈 이야기였네. 라푼젤이 왕자와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낳았다고? 백설공주 계모가 사실은 친모라고? 푸른수염이 무서운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잔혹할 줄이야.'

이 책에 실린 24편의 동화 줄거리가 흥미로워, 몇 권은 메모를 해두었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서.

저자는 이 책에 실린 동화의 등장인물, 특히 '소녀'에 집중한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불균형을 초래한 사회를 꼬집고, 여성에게 차가웠던 시대를 읽어주었다. 하지만 이 동화들을 페미니즘의 관점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 남성 우월주의, 시대상 등 다양한 환경을 꼬집어주고, 동화에서 상징하는 것을 해설해주니 가슴이 쓰리면서도 읽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책이다.

시선이 독특하다. 이 동화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관점과 논리가 놀랍다. 그만큼 설득력도 무척 높다. 더불어 페이지 중간중간에 Daniel Egneus의 일러스트가 인상깊었다. 멋진 일러스트가 동화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책 크기는 작지만 챕터마다 내용이 알차서 책 읽는 즐거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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