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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평점 :
진화론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라.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 말이 생각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신을 믿고 창조를 믿는다.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유대교 등 성경(구약)을 진리의 말씀으로 인정하고 따르는 많은 사람들은 전세계의 절반이 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의 믿음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특히 6장에서 성경을 가지고 와서 종교에 대해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기독교인인 나에게는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에 반하는 이야기를 지나치게 혐오하는 성향이 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자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것은 사고를 마비시키고 굳게 만든다. 이러한 책을 사실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 책의 모든 내용이 틀린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진화론과 유전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랑, 결혼, 교육열, 능력주의, 혐오, 고정관념, 편견, 차별, 동성애, 경제학, 정치, 보수, 진보, 질병, 번식, 노화 등 인간의 모든 영역을 유전자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성경을 인용하여 종교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몇 개월 전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정재승님이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여러 사회 현상을 살펴본 적이 있다. 그러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인용하는 자료가 방대하다는 것이다. 여러 논문과 실험, 다양한 예시들을 인용하여 저자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놀라기도 한다. 정말 한 분야의 전문가는 어떠한 사람인지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래서 설득력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의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종교를 떠나 문과생인 나로서는 사랑을 유전자의 번식 욕구로 보는 관점이 정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전제부터가 다르기에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교수님의 전문성과 노력, 자료는 충분히 인정하며 무척 흥미롭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내가 다음에 소설을 쓰게 된다면 인용하고 싶은 자료도 보인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에 대한 편견 없이 누구에게나 읽어 보라고 권할 것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