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으로부터 멀리, 낮으로부터 더 멀리
박대겸 지음 / 호밀밭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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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평소 경험해 볼 수 없는 낯선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지 않을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평범함에서 벗어나 생각지 못한 세계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우리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다. 때론 난감한 상황에 부딪쳐도 괜찮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대겸 작가님의 소설집을 읽으면서 드는 첫 느낌은 독특하다는 것이다. 총 9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각 작품마다 다른 매력이 존재한다. 한 사람의 작가가 썼다고는 믿지 못할 정도이다. 소재도 무척 다양하다. 우주, 군대, 미래 사회, 과거 회상, 일반적인 집, 교회 등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망라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작품마다 다양한 정서도 느껴진다. 지독한 고독, 차츰차츰 밀려오는 공포, 순진함, 따뜻함 등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성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는 뭔가 고독이 느껴진다. 그것이 공포이든, 약간의 희망이든 알 수 없는 고독이 존재한다. 인간 내면의 심리도 나름 치밀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뭔가 무진기행을 쓴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김승옥님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둡지만 강렬한 정서를 가진 시인 기형도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각 작품은 끝날 때 독자에게 뭔가를 묻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설들이 명확하게 끝맺기보다는 미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 열린 결말 속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듯한 느낌이다. 조금은 난해하기도 하고, 또 쉽기도 하고, 어쨌든 이 소설집의 9편의 소설은 뭔가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모호성이 참 좋다. 뭔가 잘 정리되지는 않아도 분명하게 정의할 수는 없어도 그의 소설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새로운 시도가 참 재미있다. 분명 뛰어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박대겸님의 작품 세계가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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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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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라.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 말이 생각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신을 믿고 창조를 믿는다.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유대교 등 성경(구약)을 진리의 말씀으로 인정하고 따르는 많은 사람들은 전세계의 절반이 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의 믿음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특히 6장에서 성경을 가지고 와서 종교에 대해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기독교인인 나에게는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에 반하는 이야기를 지나치게 혐오하는 성향이 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자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것은 사고를 마비시키고 굳게 만든다. 이러한 책을 사실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 책의 모든 내용이 틀린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진화론과 유전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랑, 결혼, 교육열, 능력주의, 혐오, 고정관념, 편견, 차별, 동성애, 경제학, 정치, 보수, 진보, 질병, 번식, 노화 등 인간의 모든 영역을 유전자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성경을 인용하여 종교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몇 개월 전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정재승님이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여러 사회 현상을 살펴본 적이 있다. 그러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인용하는 자료가 방대하다는 것이다. 여러 논문과 실험, 다양한 예시들을 인용하여 저자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놀라기도 한다. 정말 한 분야의 전문가는 어떠한 사람인지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래서 설득력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의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종교를 떠나 문과생인 나로서는 사랑을 유전자의 번식 욕구로 보는 관점이 정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전제부터가 다르기에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교수님의 전문성과 노력, 자료는 충분히 인정하며 무척 흥미롭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내가 다음에 소설을 쓰게 된다면 인용하고 싶은 자료도 보인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에 대한 편견 없이 누구에게나 읽어 보라고 권할 것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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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그레고리 J. 그버 지음, 김희봉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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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투명인간이 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이나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투명인간이 된다면 어디에나 마음대로 갈 거야. 투명인간이 된다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거야.’ 등 발칙한 상상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만화 등은 시대를 거슬러 흥미를 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에도 투명 망토가 등장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한 과학책인 것은 아니다. 소설과 영화 등 투명한 세계를 다양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예시로 들어 더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영화 ‘프레데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것은 저자가 물리학자임과 동시에 SF 애호가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게임인 ‘던전 오브 드래곤’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독자에게 친절하게 다가온다. 이 책의 목적이 과학의 대중화라면 충분히 달성했다고 말하고 싶다.

물리학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한다. 망원경은 보다 멀리, 보다 자세하게 보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되어 왔다. 그런데 이 책은 보이는 것을 볼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금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적절한 사진과 삽화와 함께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애쓴 점이 돋보인다. 이러한 기술들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잘 설명되어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의 부록도 무척 흥미롭다. 부록1에서는 나만의 투명 장치 만드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정말 흥미가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 그리고 부록2는 보이지 않음과 관련된 여러 소설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인용한 책도 있으며 짧은 소개글도 있어서 흥미가 있다면 찾아서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

과학도라면 당연히 읽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문과생들도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정재승 교수님의 추천사처럼 소장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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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유전공학의 발전과 논쟁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예병일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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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교양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많이 듣는다. 당장은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그것을 쌓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보다 나아질 것이다. 그러한 교양을 쌓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누구나 유전공학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쓰이기도 하고 뉴스에 자주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쁘게 살아간다. 당장 오늘이 중요한 우리에게 유전공학은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유전공학은 이미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잇다. 이 책은 유전공학이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유전공학의 역사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유전공학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제약 산업도 유전공학으로 인해 크게 발전하였다. 질병을 진단할 때도, 과학수사와 신원확인 등에도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커다란 위협이 되는지를 경험하였다.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런 코로나19를 파악하고 이겨내는 데에도 유전공학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밖에도 이 책은 유전공학에서 여러 논란이 되는 부분도 다루고 있다. 인간 복제라거나 맞춤 아기 등 공상과학영화에서 볼 법한 기술들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잘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또 유전공학에서 업적을 쌓은 이들도 알게 되었다. ‘멘델’은 유명하니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에 한평생 연구에만 온몸을 바쳤던 ‘생어’와 같은 분의 이야기가 언급된다. 특히 ‘생어’는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도 ‘생어’를 많이 좋아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유전공학의 입문서로 딱 적당하다. 너무 길지도 않고 어려운 용어가 있지만 저자가 쉽게 설명하고자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미래 사회는 싫든 좋든 유전공학의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좀 더 유전공학에 관심을 가질 때 유전공학은 조금 더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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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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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일컫는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참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요즘에는 혼밥, 혼술도 많고 인스턴트 식품도 많아서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밥을 먹는 것이 금지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이 책은 한국의 위대한 작가 황석영님의 에세이로 식사, 밥에 대한 글을 모은 것이다. 황석영님은 한국의 현대사를 압축했다고 할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분이다. 우선 그의 고향은 만주이며 그의 어머니는 이북이 고향이다. 그리고 해병대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였으며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글을 써서 도망쳐다니기도 했다. 80년대 말에는 문익환 목사님 등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해외에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정치범으로 감옥에 수감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그의 다양한 인생 속에서 먹었던 음식과 방문했던 식당과 장소,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군대, 구치소, 감옥, 북한,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먹었던 음식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작가님의 글은 정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생동감이 느껴진다. 글을 읽으면 음식과 그 재료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그리고 음식과 함께 나타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먹었던 음식, 먼저 세상을 떠나간 친구들과 먹었던 음식, 어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 등 고향, 그리움에 대한 정서가 글 속에 강하게 묻어 있다. 그래서 글을 읽는 독자도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고 그리운 사람을 떠오르게 만든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예전 기억이 떠올라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또 감옥, 구치소, 북한 등 색다른 경험도 소개된다. 특히 예전 김일성과의 에피소드는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라 특히 인상적이었다. 또 감옥에서의 일도 새롭게 다가왔다. 독일과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묘사도 정말 맛깔나게 묘사되어 인상적이었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요즘에 음식이나 여행에 대한 방송도 많고 책들도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콘텐츠 못지않게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작가님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책 속에 우리의 정서가 있다. 사람이 있다.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그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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