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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내가 책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단연, 누구의 작품이냐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번 괜찮은 작가로 찍히면 그 작가의 차기작은 그대로 내 수중으로 들어온다.
또한 이 방법은 거의 - 때때로 실망감으로 벽을 긁는 경우를 빼면 탁월한 선택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처음 대면한 작가의 책은 읽질 않을까?
물론,
읽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택을 할까?
우선, 리뷰를 읽어본다.
사실, 스포일러 만빵을 싫어하기에 슬쩍 훑어만 본다.
그리고 필이 꽂히면 클릭.
또 다른 방법은 제목으로 선택한다.
대부분 제목에 모든것을 담고 있기에 리뷰를 읽지 않고도 끌리면 클릭.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단점이 있는데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는 거다.
<기발한 자살여행>은 제목을 보고 필이 꽂혀서 산 책이다.
사실, '자살여행'보다는 '기발한'이라는 단어가 주는 독특함에 더 끌렸다.
보아하니 자살하려는 자가 여행을 떠난다는 건데,
그 여행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재치있고 엉뚱하고 독특하다고 표현할 것일까?
그 궁금증에 읽지 않고는 배길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말을 그대로 쏟아 부었고 거의 다 읽었을 즈음엔
화가 났다.
어디가 재치있다는 거고, 어디가 엉뚱하다는 거고, 어디가 빼어나다는 건가???
때때로 아기랑 놀고, 때때로 집안일을 하고, 때때로 쉬다가 읽어서 그 빼어난 장관을 놓친걸까?
그렇게 혼자 울분을 토해내던 중,
예전에 읽었던 김영하의 소설이 기억났다.
그래서,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다시 집어들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새벽녘.
김영하의 소설을 접고나서 나는 아르토 파실린나에게 용서를 빌었다.
특별히 재치있지도, 엉뚱하지도, 빼어나지도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음에도 '기발한'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해서 그 이면을 보지 못했다고.
그리곤 주말을 허비했다고, 차라리 <스밀라>(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를 읽을껄 후회스럽다고, 김영하가 낫다고 성급히 판단한, 나 자신을 책망했다.
이래저래 좀 어두운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