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숙제
다니엘 페낙 지음, 신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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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꼭 한 번만이라도 어린 시절을 '맛보고'싶은 것뿐이에요. 누군가 내게손을 내밀어 단 한 번 만이라도 나를 냉절한 의식의 사막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으면, 내 인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머리로 '아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보았으면 하는 거라구요! 그 빌어먹을 어린 시절을 꼭 한 번만! 다 줄 수 있어요, 내 말 듣고 있는 거지요, 여러분들의 어린 시절을 단 일 초라도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뭐든지 줄 수 있다구요! 그 어리석기 짝이 없는 기쁨을 '느낄'수만 있다면! 그토록 충만한 무지를! 슬픔도 제대로 모르는 저 무딘 감성을 내가 맛볼 수만 있다면! 쉽게 열정에 빠졌다가도 그 순간만 지나면 이내 후회하고, 지난 일은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리고 금세 상처가 아무는 저 단순함! 진지한 동기란 애초부터 없는, 소름 끼칠 정도로 아무 생각 없는 행동들! 현재에 푹 빠져 있는 완벽한 현실 도취! 게눈 감추듯 꿀떡 삼켜버린 양심! 단 한 순간이라도 아이처럼 바보 같아질 수 있다면 난 내가 가진 모든 걸 죄다 내놓을 수 있다구요! 그 천진한 어리석음을 누려볼 수만 있다면! 딱 한 번이라도 태초의 바보짓을 저질러 봄으로써 내가 어떤 짐을 벗어놓았고, 어떤 상태에서 빠져나왔으며, 내 의식이 정복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느끼면서 어른이 된 내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른으로 커가는 내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며, 내가 어떻게 해서 어른이 되었는지를 하나하나 다 알수만 있다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란 얼마나 감미로운 것일까! 그 어린 시절을 무사히 치러냈다는 확신이란 또 얼마나 유쾌한 것일까! 자신이 어디서 오는지 제대로 알고 있을 때만이 현재의 제 모습으로 살아갈수 있는 거예요!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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