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절판


고상하고 견딜 만한 것은 책과 와인 병에 쌓인 먼지 뿐이다. 살짝 펼쳐진 책 사이에 코를 쑤셔 박기 전에 살짝 불어 먼지를 제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69쪽

플레이아드의 저자들에게 소중한 그 '전작'시스템에는 독성이 있다. 물론, 한 작품, 한 작가를 이해하거나 모방 작품을 써 보는 데 그보다 더 편리한 것은 없다. 손톱으로 이를 으깨 죽이는 저열한 쾌감을 느끼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애호 작가들의 강박 관념, 나약함, 게으름, 요령, 술책을 하나하나 꼽아보는데 그보다 더 유용한 것은 없다. 독자들은 그들의 결점을 절친한 친구의 앙증맞은 괴벽처럼 좋아한다. 작가는 친근한 사람이 된다. 아주 가까운.-105쪽

책의 경우에는 수없이 많은 접근 방법과 선택 동기가 있다. 작가, 나라, 만남, 장르, 정황, 판형, 순간적인 기분, 계절, 집 등등. 수없이 많은 것들. 모든 것이 구실이 된다. 관계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121쪽

독서에 관한 한, 시민이라고 모두 평등하지 않고 남녀 간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맛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책이 있고, 배부른 독자가 있는가 하면 굶주린 독자가 있다. 식욕은 기질뿐만 아니라 계절, 상홍, 장소, 주변장식, 고요, 잡음, 결핍, 풍부, 사랑, 증오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기분과 마음의 움직임, 정신적, 신체적 요동을 좇아간다. -213쪽

나는 책을 읽지 않는 아이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에게 페냑의 <소설처럼>에 한번 빠져보라고 적극 권한다. 특히 그들 서재에 아이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아직 고추에털도 안 난 녀석이 어딜 감히!"라는 모욕적인 말로 그들을 쫓아내라고. 그렇게 해도 책에 흠뻑 취하는 방식으로 반항하지 않는 아이는 진정한 반항아, 호기심도 없는 아둔한 녀석, 혹은 자극해봤자 씨도 안 먹히는 철학자다.-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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