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지 않으려 발버둥칠수록 우리는 서로를 닮아갔다. 한 지붕 밑에서 엉겨 덜그덕거리는 가족이라는 낡은 푸대자루, 다 해져 실밥이 뜯어지고 구멍이 뚫린 천막 안에서 우리는 우리에 갇힌 짐승들처럼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었다. 지긋지긋한 넝마를 찢고 탈출할 날을 따로따로 꿈꾸었다. 가족이라는 허울을 유지시킨 건 엄마의 끝없는 희생이었다. 아버지와 딸들이 구질구질을 빠져나오려 획책하는 밤에 엄마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누더기를 홀로 깁고 꿰맸다. 깨어진 조각들을 눈물과 땀으로 봉합해 겉으로라도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2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