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스완네 집 쪽으로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1998년 2월
절판


"그것 좋은 냄새를 풍깁니다, 머리를 빙빙 돌게 합니다, 숨을 끊지요, 간질여 주지요, 게다가 무엇으로 그려져 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건 마술사입니다, 농간입니다, 기적입니다(웃음을 아주 터뜨리면서), 불성실합니다!" 하고 일단 말을 멈추고서는, 점잖게 머리를 쳐들고, 매우 낮은 가락으로, 그 가락을 듣기에 아름답게 만들려고 애쓰면서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건 참으로 성실합니다!"-104쪽

하늘도 그대로 흐려 있다. 창 앞, 발코니는 회색이었다. 갑자기 그 침침한 돌 위에, 덜 흐릿하게 된 빛깔을 본 것은 아니지만 덜 흐릿한 빛깔로 향하는 안간힘 같은, 주저주저하는 광선이 빛을 내려고 고동치고 있는 것을 나는 감지하였다. 잠시 후 발코니는 새벽놀이 비친 물처럼 희미한 빛이 비치어, 격자 쇠붙이의 그림자를 흩뜨리고, 돌 위는 다시금 어두워졌는데, 그래도 길들여진 생활처럼 쇠붙이 그림자는 다시 다가오곤 하였다. 돌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희어지기 시작하며, 그리고 이를테면 음악에서 서곡 끄트머리의 어느 한 가락을, 모든 중간 음정을 거쳐 급속하게 포르티시모에까지 이끄는 크레셴도 모양으로, 돌 위가 맑은 날씨에 불변부동한 금빛에 이르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그 금빛 위에는 세공한 난간 기등의 들쑥날쭉한 그림자가 멋대로 자란 식물처럼 검게 드러나, 화가의 열정과 만족을 나타내고 있는 성싶은 구도에서, 가늘게, 동시에 어두컴컴하고도 아늑한 그늘 덩어리에 쉬는 돋을새림인 양, 빌로드인 양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따라서 이 빛의 호수 위에 쉬고 있는, 널따란 무성한 잎 같은 반영은, 그 자신들이 고요와 행복의 담보인 것을 알고 있는 성 싶었다.-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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