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프랑스 현대문학선 22
조르주 페렉 지음 / 세계사 / 1996년 2월
품절


단순성과 통찰력의 부재, 그것이 그들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잔인하게도 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부유함과 마찬가지로 여유 있는 마음이었는데, 그것은 가장 심각한 것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가장 결힙한 것은 단지 객관적인, 물질적 풍요로움만이 아닌 일종의 거침 없음, 즉 일종의 여유였다. 그들은 늘 훙분해 있거나 경직되어 있든지, 아니면 탐욕스럽거나 질투심에 차 있었다. 더 풍족하고 화려한 삶에 대한 그들의 욕망은 매우 자주 어리석은 정열로 변질했다.-26쪽

아마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잘 세계의 호의적인 기호들을 해독하고 불러낼 줄 알았는지 모른다. 그들의 귀와 손가락, 그리고 그들의 입과 혀는 마치 끊임없이 망을 보는 복병처럼 정확한 순간들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고요한 평안과 영원의 감정에 흠뻑 젖어, 추호의 긴장도 존재하지 않는 달콤한 균형의 순간에도, 무언가 일시적이고 연약한 어떤 것이 흔들리고 있는 듯했다. 따라서 모든 것이 무너지기 위해서는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매우 사소한 느낌, 단순한 망설임의 순간, 연약한 서투른 몸짓으로도 그들의 행복은 삐걱거렸다. 그것은 결코 멈추어서는 안될 일종의 계약, 약하고 측은한 어떤 것,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단순한 분노의 순간,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어떤 위험하고 불확실한 것이었다.-55쪽

그들은 행복을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우며 신비스러운 온 우주에 자신들의 창조적인 파장을 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따라서 그들의 걸음이 기쁨이 되기 위해서 그저 한 발을 내딛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혼자이며 허무하게 앉아 있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잿빛의 얼음이 언 평원, 메마른 사막의 초원 위에....... 어떤 왕궁도 다시 사막의 문 앞에 세워지지 않았고, 어떤 조망대도 지평선 위에 떠오르지 않았다.-89쪽

그들의 삶은 마치 너무도 지루한 습관과도, 평화로운 권태와도 같았다. 무위의 삶 그 자체였다.-108쪽

수단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진실에 속한다. 따라서 진실의 추구란 그 자체가 참되어야만 한다. 참된 추구는 각 부분이 결과 안에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전개된 진실이다.-12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