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1998년 2월
품절


나의 고모는 사실상 인접한 두 개의 방에서만 살고 있었다, 오후에 한쪽 방을 환기시키는 동안 또 한쪽 방에 가 있는 식으로, 그것은 시골 방이었다, - 어느 고장에서, 대기나 바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미생물 때문에 온통 빛을 띠거나 향기를 풍기거나 하는 것처럼 - 무수한 냄새로, 말하자면 덕성*예지*습관 같은, 주위에 감도는, 은밀하여 눈에보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넘쳐흐르는 듯한 정신 생활의 모든 것으로부터 발산하는 무수한 냄새로 우리를 황홀하게 하는 방이었다. 또한 그 냄새는 자연의 냄새, 이웃 시골의 냄새와 마찬가지로 그 철의 풍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게으르게 눌러앉아서 인간과 어울리고 떠날 줄을 모르는 그런 냄새다.-72쪽

다시 말해, 그 냄새는 과수원에서 찬장으로 옮겨진 그해의 모든 맛있는 젤리, 잘 익은 맛있는 젤리다. 철따라 변하지만, 세간과 하녀처럼 그 집의 특유한 냄새, 따끈한 빵의 보드라움으로 서리의 짜릿함을 조절하는 냄새, 마을의 큰 시계처럼 한가로우나 시각을 어기지 않는 꼼꼼한 냄새, 빈둥거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질서 있는 냄새, 돈담무심하면서도 선견지명이 있는 냄새, 세탁물의 냄새, 아침 일찍 일어나는 냄새, 신앙심의 냄새, 평안을 즐기고 있는 것같아 보이지만 실은 불안의 증가밖에 가져다 주지 못하는 평안을 즐기는 냄새, 그리고 거기서 살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이의 눈에는 시의 큰 저수지 같아 보이나 실은 산문적인 것밖에 즐기지 못하는 냄새. 그러한 고모의 방 공기는 매우 영양이 되는, 자양분이 많은 침묵의 미묘한 구수한 냄새로 포화되어 있어서, 나는 항상 일종의 왕성한 식욕과 더불어 그곳으로 가곤 하였는데, 부활제 전 주일의 아직 쌀쌀한 이른 아침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콩브레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공기 맛이 더 났기 때문에.-72쪽

다시 돌아가지 못할 나라에서, 나그네가 보내 주는 꽃다발처럼, 옛날에 나 역시 거쳐온 봄철의 꽃향기를, 아득한 그대의 소년기로부터 맡게 해주게. 앵초*민들레*금잔화와 함께 와 주게, 발자크의 식물지대에 만발한 자애의 꽃다발을 만드는 그 꿩의비름과 함께 와 주게, 부활첨례날의 꽃과 과꽃 그리고 부활절의 우박 섞인 마지막 눈송이가 아직 녹지 않았을 때, 그대의 대고모님 댁 뜰의 작은 길에 향기 풍기기 시작하는 눈송이꽃과 함께 와 주게. 솔로몬의 몸차림에 어울리는 백합의 영광스런 비단옷과 더불어, 그리고 팬지꽃의 다채로운 칠보와 더불어 와 주게. 하나 특히, 마지막 서리로 아직 차갑지만, 오늘 아침부터 문에서 기다리는 두 마리의 나비 때문에, 예루살렘의 첫 장미꽃을 방긋이 피게 하려는 산들바람과 더불어 와 주게나.-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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