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에 대한 욕심이 많다.
아니, '욕심'의 단계를 넘어 '집착'수준이라 대부분의 책을 소장하고 싶어해서 다달이 열심히 비워내건만 보관함엔 늘 100여권의 책이 넘쳐난다.
얼마 전, 소장하고 있는 책을 헤아려보니 600권이 좀 넘었다.
결혼 전 300권 정도를 가져와서 엊그제 결혼2주년을 맞았으니 1년에 150여권 정도를 샀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사 모은 책만 145권.
거기다 1달에 2번 이상 도서관엘 가고 최소 5권 정도 빌려 읽으니, 올 한해만 최소 200여권의 책을 읽었다는 계산인데,
200권.
음....
흡족하냐구?
물론, 전혀 아니다.
그렇게 사 제껴도, 그렇게 읽어 제껴도 늘 책에 대한 갈증에 시달린다.
왜 그럴까?
왜 이렇게 집착하게 됐을까?
아마도 초등학교 때의 '그 사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나의 유일한 취미는 '책 읽기'였다.
한번 책을 읽었다 하면 한이 없어서 밥을 먹으라고 몇 번씩 불러야 겨우 밥상 앞에 앉고 거기다 책을 읽으면서 밥을 먹었다.
그게 아빠 눈에 거슬려서 몇 번씩 책을 빼앗겼고, 급기야 난 화장실에서 책을 봐야하는 상황이 됐는데, 이게 또 한번 들어갔다 하면 1시간은 기본이니 볼일 급한 사람이 아무리 성화를 해도 못 들은 척(아니 들리질 않았다).
나중엔 아빠가 화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오셨고, 아빠 손에 죽도록 맞은 다음 책은 갈갈이 찢기어졌다.(그땐 단지 책을 읽었다는 이유가 이렇게 까지 난리칠 일인가 싶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생리적 욕구를 제때에 해소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나 싶다 -_-;;)
그 뒤로 우리집엔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는 것이 금지됐고 물론 집엔 위인전 나부랭이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
그 뒤론 책은 쳐다도 안 봤다.
성격상 반발심에서라도 더 읽었을 법 한데 정말 그 뒤론 서점이 보이는 방향으론 오줌도 안 눴다.^^
참 신기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 1997년이 됐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며칠 전 마**스님께서 97년에 다시(이게 중요하다) 독서를 시작했노라고 했을 때, 난 찐~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렇다.
나도 97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97년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해 였는데,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고, 책을 읽어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집에서 책값을 받아올 정도가 됐고, 도서관에서 있는 시간이 집에서 있는 시간보다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맞기는커녕 공부 열심히 한다고 용돈을 받았을 정도였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그때 처음 본 도서관의 경치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방 발방 온통 책! 책! 책!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800번대 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남들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신간을 찾아 읽는 즐거움이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4년 후,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원래, '책이란 곁에 두고 손길, 눈길 갈 때마다 꺼내 읽어야 한다'는 주의라서 감동 먹은 책을 도서관에 두고 오는 것이 내내 속상했기에, 참 열심히 사 모았다.
그 후,
다달이 책을 샀고, 열심히 읽었고, 또 정리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책을 사고, 정리하는 것은 삶의 일부분이 됐다.
가끔은 책 읽기에 대해선 초등학교 5학년에 고착된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읽어도 읽어도, 사도 사도 늘 목마른게 아닐까.
오늘,
옆지기에게 결혼 2년 동안 사 모은 책이 300권 정도라고 했더니, 끔찍스럽단다.
결혼 10주년을 생각하니 온 천지 책! 책! 책! 하다못해 천장까지 책이 붙어 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나.
근데,
천장에 책이 붙어 있는 것도 볼만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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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랄랄라 2005-01-1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천장에 책, 볼만하겠어요. 표지가 예쁜 책들을 모아 붙이면 정말 예쁘겠는데요.
근데 자다가 떨어져서 책 맞으면 아플거같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