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못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책장에 꽂혀 있으면서, 다시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외치는 책들이 있다.

'나는 공부를 못해'도 그런 책들 중의 하나로, '나는~'은 읽을 수록 새롭고, 또 그만큼의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다.

오늘, '나는~'의 마수에 다시 걸려들었다.

을씨년스러운 가을, 그만큼이나 어두운 조명 아래서 '나는~'을 읽으면서

문득, 얼마전 한 녀석의 말이 생각나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을 갖추지 못한 가정을 우린 결손가정이라 부른다.

도키다 히데미도 결손가정의 아이다.

열일곱살.

공부도 못하고,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sex도 즐기며, 돈도 없고, 아빠도 없고, 바람기가 다분한 엄마와 할아버지를 두고 있는, 아이도 어른도 아닌 주변인.

어찌보면 불량 청소년인 듯도 하고, 어찌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다니는 고행자로도 보이는 히데미.

그래서인지 히데미를 만나면, 나를, 그 아이를 되돌아 보게 된다.

'나는~'은 성적만으로 훌륭한 사람이 될 수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세상엔 '성적'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주는 훌륭한 교재다.

 

히데미는 말한다.

"아버지가 없는 것은 아주 좋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뭘 잘못하면 금방 그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아픈 곳을 건드리니까"

 "하지만, 잘된 일이기도 합니다."

"삼각형의 세 각을 합하면 180도가 되잖아요. 일직선이 되는 거지요. 그처럼 고통의 각을 세개 모으면 그것도 일직선이 됩니다. 여섯 개를 모으면360도가 됩니다. 동그랗게요. 더이상 아프게 하는 뾰족한 각은 없습니다. 나와 아카마는 이미 한 개의 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더 빨리 일직선이나 동그라미가 될 수 있지요"라고....

 

고통의 각을 세 개나 갖고 있는 녀석.

얼마 전 녀석에게 요즘 가장 힘든게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때, 녀석은 선뜻 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자,

"힘들죠 뭐"라고 말했다.

녀석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 넌 벌써 일직선이네. 금방 동그라미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아니,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녀석의 등을 쓸어주는 것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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