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집, 저 집, 이 집의 유일한 남자인 안군(4살)의 별명은 원숭이다.
우리가 원숭이라고 부르면 "오호호호호" 원숭이 소리를 정말 실감나게 잘 낸다. 눈을 감고 들으면 원숭이가 옆에 있는 듯하다. 소리뿐만이 아니라 원숭이처럼 매달리고, 뛰어오르고, 구르고, 먹고, 하다못해 앉아 있는 자세도 원숭이 같다.
처음엔 재미 있어서, 또 한편으론 신기해서(여자 아이들은 한번도 저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다) 더 해보라고 시켰는데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져서 이젠 말리지도 못할 정도다.
얼마나 심한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앞 이빨이 부러져서 야메 이빨을 해 넣었고, 찢기고, 멍들고 온통 상처 투성이다. 그나마 어디 크게 부러지지 않은걸로 위안을 삼고 있다.
남자 아이라 그런건지, 안군만 유난스러운 건지. 나부대는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도서관에도 못 데려갈까.
근데 또 이게 여자들 속에서만 있어서 그런지 여우짓도 곧잘해서, '사랑해'라며 안기는 건 기본이고, 눈웃음도 잘치고, 울기도 잘한다. 그래도 깡다구는 엄청 쎄다.
우리로선 참 감당하기 힘든 녀석이다.
이렇듯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관심 있는 녀석이라 책은 녀석의 손을 비껴간지 오래다.
가끔 다리 찢다 실증날 때, 칼싸움하다 지킬 때, 게임 실컷 했을 때 책을 읽어 달라고 가져오긴 하는데 그것도 잠깐. 재밌게 읽어줘도 금방 실증을 내고 칼 싸움 하자는 둥, 카드게임 하자는 둥 딴청을 부린다.
그런데 어제,
우리 집에 놀러 온 안군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뭔 짓인가 싶어서 언니에게 물어봤더니, 며칠 전 서점에 갔을 때 슬쩍 봤다는 거다. 그래서 "누가 똥 쌌어?"라고 물어 보니, "두더지가...."라면서 내용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몇 권의 동화책을 가져와서는 제목을 읽고, 어떤 내용의 이야기인지 중얼중얼 얘길 한다.(물론 글자를 알아서 읽어내려간게 아니라 기억력의 소산이겠지만)
아니 이! 럴! 수! 가~
여태껏 몸만 놀릴 줄 아는 녀석이라고, 4살인데 글도 모른다고 얼마나 구박에 구박을 했던가~
녀석의 지적 배고픔은 모르고 꾸역꾸역 밥만 퍼 먹였으니.....
이 얼마나 무지한 엄마이고, 이모란 말인가~~~
그동안 안군 보다는 김양(3살)을 돌보느라 안군의 배 곯음을 몰랐구니. 흑흑~
안군!
이제 걱정말게.
지금부터 이 이모가 자네의 또다른 배를 채워주겠네.
자넨 소화 잘 시켜서 이쁜 똥 잘 누게나.

음.. 근데 나 또 오바해서 감당못할 정도로 안기는거 아닌가 몰라.
이거 참 적정선을 모르겠으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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