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무슨 데이'를 나는 꼭 챙겨먹는 편이다.
그렇다고 14일마다 꼬박꼬박 챙기는건 아니고, 기본 데이는 챙겨 먹는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블랙 데이, 빼빼로 데이.
거기에 '오늘이 데이'까지.
'오늘이 데이'는 내 맘대로 데이로
'피자 데이', '치킨 데이', '햄버거 데이' '휴식 데이' '등산 데이' '데이트 데이' 등등
이벤트처럼 써먹는 '데이'다.
이벤트가 너무 잦아서 쿠사리를 먹긴 하지만, 뭐든 먹는건 다 좋다. ^^
어제는 바로 내가 꼬박꼬박 챙기는 '빼빼로 데이'였다.
그런데 어젠 예전과 다르게 그냥 밍숭맹숭 지나갔다.
쪼~금 아쉽긴 했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은 뭘 해도 흥이 안 나서 그런지 딱히 화날것도, 슬플것도 없이 넘겨졌다.
그렇게 저렇게 '빼빼로 데이'였던 하루를 넘기고, 흐물거리는 몸을 쉬게 하려는데
'쾅~쾅~쾅'
현관을 부술듯한 소리가 들렸다.
다세대 주택으로 두 세대가 현관을 같이 쓰고 있기에 옆방 여잔가 의아해 하며(다들 열쇠가 있어서 지금껏 문을 두드린적이 없었다)문을 열었더니, 헐~ 못보던 남자가 떡하니 서있는게 아닌가.
너무 놀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내게 그 남자는 옆방을 손으로 가리켰다.
현관문을 열어주고 거실에 있으려니 또 그남자.
옆방문을 계속 계속 두드린다.
옆방 여자와 아는 사이인것은 분명한데, 옆방 여자 뭐가 삐졌는지 전화도 안 받아주고, 문도 안 열어준다.
옆방 여자가 문을 안 열어주는데 내가 열어준게 내심 걸리기도 하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좀 무섭기도 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찰라 5분 정도 옆방 문을 두드리던 남자가 나가길래 얼른 현관문을 잠궜다.
그리고 창문으로 내다보니,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한 손엔 한~아름의 빼빼로를 든 남자가 다시 우리집으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얼마 후,
"문 열어", 쾅~ 쾅~ '문 안열어?' 쾅~ 쾅~
-_-;;;
이쯤되면 옆방 여자가 나와서 수습을 하겠지 싶은데, 웬 걸~ 꼼짝도 안 한다.
끝내는 주인 아저씨께서 나오셔서 "누구세요"한마디 하니까 그남자 총총히 사라졌다.
참 기가차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양반이 저 뭔 짓인가~
아니, 그놈의 빼빼로 데이만 아니었어두 내가 이 고생을 했겠냐구~~~
빼빼로 데이고 뭐고 간에 다 없어져버려라~~~
오늘 아침,
옆방 여자.
아침에 출근하려다가 현관앞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던 꽃과 기타등등을 발견하곤 쓱쓱 모아 집안에 휙~ 던져 놓고 총총히 사라졌다.
헐~
참 대단한 커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