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좋아하는 친구와 셋째주에 샤갈전을 보러 갔다왔다. 그것도 최악의 멤버(친구, 4살된 그의 딸, 나, 그리고 3살인 조카)와.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을 조카가 너무 좋아해서 전시회도 무난히 소화할 줄 알았던 내가 착각이었다.

인체의 신비에 버금가는 관람객들 속에서 업어 줬음에도 불구하고 칭얼대는 조카의 등살에 그림을 본건지 달리기를 한건지도 모르게 전시실을 빠져나와야 했다.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제대로 관람 못한것이 분하기도 하고, 돈이 아깝기도 했던 나는 조카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처음부터 안간다고 하던가, 미술관 가자고 하니까 좋아라 하고 따라나서더니 그림은 안보고 왜 칭얼대냐구~~~"

"후다닥"

"-_-;;"

이모는 화를 내든 말든 시립미술관 앞마당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조카.

에라~ 모르겠다.

관람은 어차피 물건너 갔고, 뛰는 김에 더 뛰게 만드는게 좋겠다 싶어, 시청 잔디광장으로 갔다.

시청현관문 앞에서 분수대까지 뒤로 안돌아보고 머리채를 휘날리며 뛰는 조카와 친구 딸래미를 보며,

그래 지적교양 어쩌구 저쩌구 할꺼없이 애들은 그저 몸으로 뒹글게 만드는게 최고라는 결론을 끌어내며 친구와 난 파아란 하늘을 향해 벌러덩 드러누웠다.

근데, 잔디광장은 대체 몇 미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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