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나는 무엇으로 빛날까
최영숙 지음 / 미디어숲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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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자꾸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면, 그때쯤엔 AI가 진단을 더 잘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림을 배워서 디자이너가 되면, AI가 이미 더 멋진 그림을 뚝딱 만들어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이 책, 《AI 시대, 나는 무엇으로 빛날까》를 읽고 나서 그 복잡함이 조금 풀렸습니다.


이 책을 쓴 최영숙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AI가 잘하는 게 뭔지 알기 전에, 먼저 네가 잘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해." 처음엔 그 말이 너무 단순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한 말 아닌가?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사실 우리는 정작 '나'에 대해 잘 모른 채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수학 점수, 영어 점수가 나를 설명합니다. 학원 선생님은 몇 등급인지로 나를 판단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숫자와 등수로 스스로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데 AI는 이미 계산을 사람보다 훨씬 잘하고, 영어 번역도 순식간에 해냅니다. 점수와 등수로만 나를 정의하면, AI 앞에서 나는 금세 초라해지고 맙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 나를 찾아보라고요. 예를 들어, 친구들이 싸울 때 왠지 내가 나서서 중간을 잡게 되는 것, 새로운 장소에 가면 제일 먼저 지도를 그리고 싶어지는 것, 슬픈 영화를 보면 남들보다 오래 그 감정이 남아 있는 것. 이런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특성들이 사실은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서라고 책은 말합니다.


책에는 다양한 직업과 분야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흥미로운 점은 AI 때문에 사라지는 직업을 무서워하라는 내용이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AI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일들, 그리고 AI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AI는 요리법을 수천 개 알지만, 할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모릅니다. AI는 완벽한 문장을 쓰지만, 내 친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만의 농담은 만들 줄 모릅니다. 그 틈새, 그 작은 공간이 바로 사람이 빛날 수 있는 자리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빛나는 것은 가장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자기다운 사람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AI는 평균을 아주 잘 냅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가장 무난하고 정확한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바꾼 사람들은 평균이 아니었습니다. 엉뚱하고, 독특하고, 남들이 이상하다고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평균에서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오래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이 책은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대신 질문을 선물해 줍니다. 나는 언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가?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가? 그 질문을 붙들고 걷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그 길만큼은 오직 내가 걸어야 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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