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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
카트린 벵사이드.장이브 를루프 지음, 박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나탈리 포트만의 대사가 오래 남아 있는 영화, 클로저.
“보여줘.
사랑이 어디 있어?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어.”
이 문장은 사랑을 말하면서도
정작 그 실체를 한 번도 붙잡아 본 적 없는 사람의 호소처럼 느껴진다.
클로저 속 인물들은 사랑을 한다고 믿지만,
끊임없이 확인하고 상대를 몰아붙인다.
그들이 끝내 알고 싶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두려움에 떨며 울고, 매달리고, 집착하며
붙잡으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는 이러한 사랑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세심하게 파고든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다.
그리고 비슷한 결핍을 지닌 누군가와 만났을 때,
우리는 그 결핍을 서로에게 투사한다.
상대를 이해한다고 느끼는 순간, 혹은 이해받았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마치 오래 찾던 이상을 발견한 것처럼 들뜨고, 그 들뜸은 곧 상대를 더욱 친밀하고 소유된 존재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때의 사랑은 타인을 향한 사랑이라기보다
‘결핍이 잠시 채워진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에 가깝다.
그래서 관계는 점점 요구와 확인의 구조로 변한다.
사랑받고 있는지, 여전히 선택받고 있는지, 변하지 않았는지를 끊임없이 재확인한다. 클로저의 인물들이 그러했듯이.
이 책은 사랑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핍을 메우기 위해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고독을 인정한 두 사람이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랑은 동일화가 아니라 관계이며, 소유가 아니라 공존이라고 말한다.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사랑을
우리는 왜 그토록 증명하려 드는 걸까.
아마도 사랑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에 대해 확신에 찬 말을 하는 사람들조차 사랑에 실패한 경험은 있어도, 완성된 사랑을 살아본 경험은 없을지 모른다.
사랑에는 결말이 없고, 완성이라는 상태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의 의미는 무한하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말을 하는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사랑은 타인을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향하고 있는가.
클로저가 사랑의 욕망을 통해 이 질문을 던졌다면,
이 책은 철학적이고 깊은 사유를 통해 같은 질문 앞에 우리를 세운다.
사랑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으며, 명확히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불확실함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는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를 책을 통해 상기하게 된다
어쩌면 사랑은 사랑받고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저 스스로에 대한 진실함이, 사랑할 수 있는 태도와 맞닿아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유한한 존재에게 무한한 것을 바랄 수는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랑을 배울 수 있을까.
누군가를 인정하지 않고서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와 당신 사이에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우리의 사랑이 있을 수 있을까.
사랑은 나의 것도 당신의 것도 아니다.
나와 당신 사이, 그 무한한 틈.
사랑은 언제나 그 사이에 있다.
(*이 책에는 사랑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와 고찰이 있다.
사랑에 대해 정의할 수 없음은 사랑이 모든 걸 정의할 수 있음과도 같다. 사랑의 무한한 의미를 철학적 사유로 만날 수 있는 깊고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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