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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언어 - 연두빛사람들 조경가 인터뷰집
최영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25년 11월
평점 :
조경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의 시선에서 조경은 건축의 주변부에 머무는 요소였다. 건물이 있고, 사람이 있고, 그 남은 공간을 꾸미는 일. 잘 만들어지면 좋지만 없어도 일상은 돌아갈 것 같은, 일종의 옵션처럼 여겨졌다. <풍경의 언어>를 읽기 전까지 조경은 그런 의미에 가까웠다.
이 책은 그런 인식을 변화시킨다. 조경이 무엇인지 단정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조경이 왜 지금의 도시에서 더 이상 부차적인 요소가 될 수 없는지를 드러낸다. 도시의 땅과 식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계해 온 일곱 팀의 조경가 인터뷰는 결과물보다 그들이 땅을 대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에 집중한다. 책을 읽으며 조경을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도시를 ‘조율하는 감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건축과 개발이 도시의 주인공으로 기능해 온 동안, 조경은 늘 뒤편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해 왔다. 주택의 안마당 정원이 옵션처럼 취급되듯, 조경은 중요하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격을 지닌 분야였다.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성격 때문에 조경이 지금 더욱 필요해졌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긴장 속에 살아간다. 속도와 밀도, 소음과 경쟁 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조경은 자연을 ‘보여주는 장치’라기보다 자연을 ‘들이는 방식’에 가깝다. 숲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는 일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조경가의 말은 더 이상 조경을 미적 장식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조경은 도시의 긴장을 완화하고, 사람들이 자연을 감각적으로 다시 만나게 하는 통로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뷰에 등장하는 조경가들 역시 자신들이 아직 주인공의 자리에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조경이 지금 막 주목받기 시작한 분야임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조경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는 자기 과시가 아니라 도시의 변화에 대한 관찰에서 나온 혜안이다. 건축과 조경, 도시와 자연을 분리해 사고하던 방식이 점차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그 바탕에 있다.
<풍경의 언어>는 조경이 왜 늘 한 발 물러나 있었는지, 그리고 그 물러남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풍경이 있고, 건축이 있고, 사람이 있듯이 풍경은 우리가 매일 통과하고 머무르는 삶의 배경이다. 그 배경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곧 우리가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된다.
이 책은 조경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주기보다 시선을 바꿔준다. 이제 도시의 풍경을 지나칠 때, 그 공간이 누군가의 깊은 고민과 노고의 결과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바라보게 될 것 같다. <풍경의 언어>는 조경이 왜 지금의 도시에서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는지를 조경가들의 대화를 통해 환기시키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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