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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유물에 있다 -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 ㅣ 아우름 27
강인욱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나는 아버지의 고향,
즉 조부모님 댁이 우리나라에서 역사로 가장 유명한 지역 중 한 곳이기에 어릴때부터 유적지를 많이 방문했다. 그 때문인지 드라마 중 정통사극은
빼놓지 않고 보고, 역사 다큐를 즐겨보기도 하였는데 막상 고고학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공부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쳐보았다.
저자는 고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입문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는데, 그래서 어렵거나 복잡한 이야기도 없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p.5 고고학이란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유물을 통해 밝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유물과 유적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썼던 사람들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동안 많은 유적들을 보면서도 나는 유물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유물 자체만을 감상하는데 치중했었는데, 사실 유물이 가치있는 이유는 그 유물을 사용하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기본적인 의미를 어느새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 말머리에서부터 저자는 고고학을 접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기본적인 부분을 일러주었다.
나는 특히나 신라시대 유물을 참 좋아하는데, 화려함을 뽐내는
신라의 유물들을 보고 있으면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는 유물 자체가 주는 시각적인 자극에만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 유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었인지,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부분 '역사'라는 소재를 가진 책은 연대별로 차례대로
사실들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언제나 고조선에만 집중하다가 집중력이 흐지부지 흐트러진 경험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형식에
얽메이지 않고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저자가 알려주고픈 사실들이 많이 담겨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담겨있는 이야기 중에는 저자가 다른 곳에서
연재한 칼럼도 속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 전체가 칼럼 모음집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짧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p.43 고고학에서는 유물보다는 유물이 놓인 위치, 즉 층위를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물이
아무리 귀하다 한들 발견된 위치를 모른다면 그 유물을 만들어 낸 인간들의 역사를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유물 그 자체에서만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이 너무다 1차원적 생각임을 깨닫게 된 문장이다. 고고학이란 사실 유물이 있는
장소가 중요하며, 그 장소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유적지에서 유물을 발굴할 때 신중을 기하는 것이 단순히 유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조차 역사를 알아내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었다니. 이 책을 통해 무지했던 나에게
고고학의 기초지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p.77
진짜 심각한 유물 위조는 개인적인 욕심을 넘어 침략을 합리화하거나 자국의 역사를 찬양하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이다.
또한 유물위조를
통한 역사 날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나는 주로 일본의 역사날조에 대해 들어왔는데, 역시나 저자도 일본의
유물위조와 역사날조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정직한 유물 발굴과 역사의 탐색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p.177 외국에 한국학 전공자가 너무 적은 이유 중 하나가 외국 학자의 연구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풍토에도 있는 것 같다.
또한 저자는 우리나라 특유의 텃세가 고고학이라는 학문에서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였다. 한 러시아 학자가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는데, 연구 결과를 들은 한국학자가 한문도 제대로
모르면서 한국학은 제대로 하겠느냐며 러시아 학자를 모욕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너무나 충격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외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자국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할 수 있겠느냐며 매도하는 외국인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좋지만 척박한 연구환경 속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관대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위해 나부터 너른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고학이란 나에게 너무도 생소한 분야였지만 책을 통해
고고학에 대해 많은 정보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용도 쉽게 풀어져있고,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접해보면 좋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이 리뷰는 샘터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