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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이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이지만,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을 읽으면서 개인주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나니,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의문이 생겨서 다시 읽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가벼운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었다. 물론 저자가 판사이자 독서광인지라 철학적인 이야기가 전혀 없는건 아니었지만 그 부분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두번째 읽을때는 처음에 의식하지 않았던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합리적 개인주의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가지지 못한 철학이 무엇인지,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통의 가치를 찾아가야 한다는 메세지이다.
처음에 읽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메세지들이 두번째 읽을 때에서야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로, 저자가 글을 굉장히 쉽게 썼기 때문이다. 처음 읽을
때 단순히 에세이라고 느꼈던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저자는 어린시절부터 책을 붙들고 살았던 독서광이다. 그래서인지 참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인상깊었던 부분은 어려운 용어들은 모두 빼고, 딱딱한 말도 모두 빼고 자신이 독서와 경험을 통해 체화한 깨달음을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저자가 참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흔히 하는 말 중에 혼자만 시험을 잘 보는 친구 말고, 다른 친구들을
가르쳐주는 친구가 정말 공부를 잘 하는 친구라는 말이 있다. 본인이 아는 것을 모르는 이에게 설명하기 위해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쉽게
풀어내야 하는것이니 단순한 이해나 암기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저자 또한 그동안 쌓아온 지식을 단순히 지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소화하여 쉬운 글로 풀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로 내가 처음 읽을때는 없었던 개인주의에 대한 지식이
쌓였기 떄문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을 다시 반복해 읽으면 느낌이 다르다는 생각은 항상 했었지만 이렇게 눈에 띄게 다른 점을 느꼈던 적은 처음이라
새로운 독서의 재미를 경험한 것 같다.
p.10
저 초록색 외계인들이 내 맘에는 안 들더라도 어차피 잠시 머물며 즐겁게 보내야 할 이 술집에서 ㅅ로 오해하고 총질하면 내 손해니 잠시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합의가 있어야 술집이 돌아간다. '다름'은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가능한 한 참아주는것, 그것이
톨레랑스다.
책의
서두에서 볼 수 있는 문장이다. 저자는 자신을 철저한 개인주의자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라고 하여 마냥 혼자만을 생각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사회질서와 자신의 평화를 위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서로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이 집단 속의 개인주의이며, 내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세이다. 나는 스스로가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가치관과 행복을
희생하면서 집단에 충성하는 집단주의는 나에게 굉장히 큰 스트레스 요소이다. 그러나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혼자 살아갈 방법이 없기에
어느정도 타협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한 번 씩 힘든 점은 나는 내 개인주의 가치를 누르고
집단에 협조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집단주의의 사람들이 그 것을 인정하지 않고 완연히 집단의 구성품으로 소속될 것을 강요하는 때가 있다.
이럴때마다 나의 노력이 불필요한 것이었나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에게 실망감을 크게 느끼기도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배려하고 협동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사실 이 문제는 세대차이의 문제와도 연관된 것 같다. 집단으로 뭉쳐
살아야만 했던 기성세대와 개인주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신세대 간의 갈등.
이러한 갈등은 그저 기성세대가 모두 사라지고 세대 교체만이
이루어져야만 사라질까?
저자는
그러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p.27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개인주의에서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하는 점은 바로 개인의
끊임없는 투쟁이다. 사회와 개인과 의 갈등에서 내가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하고, 이를 대화를 통해 사회에 끊임없이
요구하며 타협점을 찾아야한다. 우리나라는 강한 리더 하나가 전체를 이끌어가길 바란다. 집단의 하나가 되어 개인적 투쟁없이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사실 나 또한 과거에는 집단에 묻어가길 바라는 소시민 중
하나였다. 아니, 사실은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스스로 투쟁하는 고통은 피하고 싶으면서, 또한 집단에 자쥐우지
되는 것은 싫다며 개인주의를 외쳤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옳은 방향이 아니란 걸 분명이 깨달았다.
사람들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투쟁하는 건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나는 개인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고(개인주의자의 합리적인 삶이 나의 행복에 더 가까운 길이라 판단했다) 이를
위해 내 자신과, 타인과, 그리고 우리사회와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사실 이 리뷰는 내가 책을 일고 쓴
고민들의 흔적이라 자칫 책이 무거운 이야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스스로가 거창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 즐겁기에, 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읽어보면 쉽게 읽히고, 또한 직업이 판사인지라 법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흥미롭기도 하다. "다름에 대한 인정"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다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