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레폴레 아프리카
김수진 지음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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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해외여행객들이 여행경험을 남기는데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서점에 가면 수많은 여행관련 책을 볼 수 있다. 주로 눈에 띄는 책은 대부분 일본, 중국 등 가까운 동아시아권 국가와 유럽, 호주 등 해외여행으로 인기가 많은 나라들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서점구경을 즐겨하는 나도 쉽게 보지 못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지역이다. 그러한 아프리카에 특파원으로 자원하여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가득 담아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여행과 도전을 즐겼던 저자에게도 아프리카는 굉장히 생소한 지역이었는데, 아프리카 특파원을 모집한다는 사내공고를 볼때쯤 때마침 인생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터라 새로운 기회가 될거라는 생각으로 특파원에 지원하였다고 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나에게 아프리카는 가난과 위험, 천해의 자연 정도의 이미지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기에 아프리카 여행기는 과연 어떨지 호기심을 자아냈다.

책은 저자가 특파원으로 머물렀던 지역과 특파원 생활 중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났던 지역으로 8개 나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첫번째 챕터는 저자가 가장 먼저 밟은 아프리카 땅, 에티오피아의 이야기이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저자가 공통적으로 느꼈던 점은 바로 "가난"이다. 어려운 형편에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노동현장으로 떠밀려야 했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좋은 학력에도 충분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친구도 있었으며, 높은 실업률로 소매치기나 사기꾼으로 변모한 이들과 마주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속에서도 아프리카에 대한 여행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남은건 바로 여전히 순수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일 것이다.

p.24 나는 지금 행복해. 운 좋게 이 게스트하우스에 일자리를 얻은 덕분에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너처럼 전 세계 각국에서 오는 손님들과 이렇게 친구가 되기도 하지.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야.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당장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아.

저자가 에티오피아에 머물던 게스트하우스의 가이드 페나가 한 말이다.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젊은 청녕이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고생하는 것을 보고 다른 나라에 태어났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한 글쓴이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든 대답이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를 볼 때면 이런 생각을 했던지라 마치 내 앞에서 페나가 그런 말을 한것처럼 민망하고 부끄러워 졌다. 환경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그의 모습에 우리나라보다 강대국인 나라를 부러워만 했던 내 자신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또한 6.25 전쟁에 평화를 위해 에티오피아에서 파병되었던 칵뉴부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머나먼 땅에서 평화를 위해 한국까지 왔던 에티오피아의 참전용사들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했으며, 또한 정치적 상황으로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가난에 힘든 삶은 살아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지하철 안에서 눈물을 참느라 애써야 했다.

p.56 한국이 우리를 기억해주기를 바라지 않아. 지금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야. 그저 죽기 전에 우리가 한국에서 돌봤던 고아 아이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참전용사인 메르샤 할아버지의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평화의 시대를 살았고, 여성이기에 군대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감사의 마음을 너무 많이 망각하고 살아온 것 같다. 에티오피아의 이야기는 참 내가 많은 반성을 하게하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던 것 같다.

p.133 '태권도는 싸움이 아니라 방어를 강조하는 평화의 무술이에요. 사람을 공경하고 그 누구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워요"  태권도 발차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오랜시간 전쟁으로 고통받는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배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너무도 가슴아팠다. 우리나라는 비록 분단국가이지만 휴전 이후, 오랜시간동안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 적은 없다. 하지만 전세계에는 아직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이 있다. 아프리카 뿐 아니라 난민문제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중동도 매일매일 전쟁의 위협에 불안속에 살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익숙해져 버린 평화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p.334 안타까운 점은 빈부격차 문제의 상당 부분이 인종 갈등과 중첩된다는 것이다. 오랜기간 백인 위주 정책을 시행해온 터라 인종 간 부의 분배가 상당히 왜곡돼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갈등과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 있다. 나는 아프리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대륙에서도 꽤나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저자도 아프리카 여러나라에서 사귄 친구들이 남아공으로 가면 구하지 못하는 물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심각한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문제가 숨어있었던 모양이다. 단일 민족으로 인종갈등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왔던 우리나라 이지만, 이민자와 외국인체류자들이 늘어나면서 하나씩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인종차별은 잘못된 것이라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과연 나는 이를 잘 "실천"하고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당당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문제를 단순히 다른나라의 이야기라고 강건너 불구경만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여행기를 읽는 즐거움은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랜시간과 비용을 들여 먼곳을 여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인 일반 직장인으로서 여행수기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아프리카에 대한 책은 처음 읽어서 신선한 동시에, 기자라는 저자의 직업 때문인지 많은 문제의식이 담겨있어 뜻깊은 책이었다.


(이 리뷰는 샘터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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