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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갑작스럽게 스티브잡스의 사망소식이 들려왔던 날을 기억한다. 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미 한 번 암투병을 하고 돌아왔던 전적도 있고, 아직 젊다면 젊다고 할 수 있는 50대의 나이였던 그였기에 그렇게 쉽게 떠날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잡스의 사후 팀 쿡이라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애플의 CEO가 된다고 하길래 이제 스티브잡스가 없는 애플은 내리막길을 걷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애플은 더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스티브잡스는 너무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해 왔으며, 누구보다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팀 쿡이 CEO에 오르고 초반은 조금 주춤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처음으로 대화면 아이폰을 등장했을 때, 스티브 잡스의 신념(스마트폰은 휴대성을 위해 작고 가벼워야한다)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애플마니아였던 지인은 팀 쿡의 사업방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그 누구도 팀 쿡의 애플을 무시할 수 없다. 애플은 스티브잡스의 사후 더이상의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많은 예상과 달리 어마어마한 현금보유량을 가진 최고의 저력을 가진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누구에게나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았던 스티브잡스와 달리 우리는 팀 쿡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애플과 스티브잡스를 거의 동일시했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애플은 애플일 뿐" 애플을 듣고 팀 쿡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가 리더로써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이 크나큰 착각임을 깨달았다.
팀 쿡은 조용한 리더이다. 그는 자신을 크게 포장하지도 않고, 사생활의 많은 부분은 베일에 쌓여있으며, '고집불통'이라고 불렸던 잡스와는 달리 차분한 성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서운 리더이다. 조용한 만큼 큰 저력을 숨기고 있는 리더였음을 이 책을 읽게 되면 쉽게 깨닫게 된다.
스티브잡스 사후 처음 팀 쿡의 이름을 들었을때 의아했다. 한번도 접해본 적 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도대체 어떻게 잡스의 뒤를 잇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사실 쿡은 오래전부터 잡스의 오른팔로 일해왔던 능력자였다. 그는 애플 입사 전 IBM과 컴팩 등 저력있는 회사를 거치며 특정분야가 아닌 회사의 전반적 모든 업무를 익힐 수 있었고, 그래서 스티브잡스의 눈에 띄어 그의 오른팔로써 일하게 되었다. 특히, 스티브잡스가 췌장암 투병으로 회사를 비웠을 당시 문제없이 회사가 돌아갔던 것도 모두 쿡이 잡스의 빈자리를 문제없이 메꾸었기 때문이었다는 부분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즉, 쿡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티브 잡스를 대신할 애플의 차기 CEO로서의 준비를 차근히 진행해왔던 것이다. 다만, 그는 잡스의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타입이라 그의 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또한 애플의 CEO가 된 뒤 그의 행보를 보면 그가 참 영리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스티브 잡스를 너무도 사랑하고 그의 천재성에 찬사를 던졌던 많은 이들은 스티브 잡스를 대신할 인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잘 잡아낸 쿡은 절대 자신을 "스티브잡스처럼"이라는 말의 틀에 가두어두지 않았다. 그는 애플이 스티브잡스의 유지를 따를 것이며 스티브 잡스가 일구어낸 애플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라는 말로 불안해하는 고객들을 안심시켰으며, "나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그러므로 팀 쿡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말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설득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위치에서 평가받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애플에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부를 등한시 했던 스티브잡스와는 달리 그는 기부와 환경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고 CEO가 된 뒤, 그 신념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스티브잡스 생전에도 많은 이들이 애플을 사랑했으나 그것이 획기적인 제품과 고객중심 서비스에 대한 사랑이었다면,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이게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애플이지"라는 자랑스러움까지 느끼게 만들어주었고, 이는 더 높은 고객충성도로 돌아왔다.
팀 쿡은 예전에 '애플의 살림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화려한 스티브잡스와 달리 뒤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보통 우리는 이런 사람은 빛을 보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하다 끝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팀 쿡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담담히 받아들여 수행해왔고 결국 한 회사의 CEO라는 자리까지 묵묵히 받아들여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다. 조용히 묵묵히 열심히 일해온 그가 화려한 천재들이 가득한 비즈니스 업계 최상위층에 도달해 또 묵묵히 업적을 달성해나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반드시 화려해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묵묵히 일하는 이들도 빛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팀 쿡>에 대해 다룬 책인 만큼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대부분 팀 쿡 그 자체에만 주목하는 모습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팀 쿡의 이야기만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애플과 관련한 가장 인기 많은 블로그 편집장이 쓴 책인 만큼 이 책에는 애플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애플스토어도 없이 애플에서 홀대받는다는 인상이 깊어서 그런지 이렇게 애플을 사랑하는 미국인의 모습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책 내용 중 "삼성이 단순히 냉장고 티비 같은 가전제품이나 만들어 돈버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삼성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와는 다른 시각에서 애플을 바라보면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는 점도 내가 이 책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리뷰는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