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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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의 줄거리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처음 본 물건들의 사연을 찾으며 나와 결혼하기 전, 아내의 과거를 찾아가는 69세 남편의 이야기이다.

배우자의 죽음으로 배우자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 있음을 알게된다거나 주인공이 노인에 가까운 나이라는 점 등에서 최근 몇년간 유행이었던 소설들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 이야기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처음에는 이런 의심으로 책을 읽는데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반부부터 급격하게 이야기에 빠져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서는 열쇠수리공으로 부유하진 않지만 한 평생 성실히 일하며 살아온 남자이다. 누군가는 그의 삶을 지루하고 평범하기 짝이없는 인생이라고 평할지도 모른다. 아서 자신조차 그렇게 느꼈으니까.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 이후, 그는 언제나 똑같은 생활 패턴을 고수한다. 마치 그래야만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는 듯이.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아내의 부츠속에서 여러개의 참 팔찌를 발견하는데 그 팔찌들은 그가 아내와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낯선 물건들이었다. 그는 그 물건에 얽힌 사연을 찾아 나서면서 아내의 과거를 알아보게 된다.

내가 모르는 배우자의 비밀이란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내의 과거를 파헤치면서 과연 절망할지, 혹은 희망섞인 그리움으로 마무리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이야기는 아내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아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 그는 평범하고 성실한 가장이었지만 어느새 아들, 딸과는 소원해졌음을 느낀다. 아들은 먼 호주로 이민을 가 얼굴도 보기 힘들고, 딸은 가까이 살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모를 정도로 거리가 멀어졌다. 아내의 과거를 찾아나서며 아서가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과의 관계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꽤나 감동적이다.

이 글은 미스터리도 아니고, 블랙코메디도 아니다. 힐링물에 가깝지만 힐링을 목표로 한 글도 아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아서의 마음에 동화됨을 느낄 수 있으며, 나와 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볼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이 리뷰는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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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물과 마주하는 용기 - 나를 가로막는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자기치유의 심리학
강선영 지음 / 대림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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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끌려서 집어든 책이다. 나는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을 기대하였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저자는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찾아온 환자들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슬픔이란 감정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게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는 사람도 많다. 보통은 이런 상처응 외면하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면 상처는 낫지않고 속에서 곪아갈 뿐이다.
상처를 똑바로 마주파고 슬픔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려보내야 비로소 치유의 과정에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특히나 남성의 경우 더 그러한데, "남자가 무슨 이까짓 일로 울어" 라는 타박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투적인 말이다. 이렇듯 획일화된 강인한 남성상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남성들은 더욱 자신의 슬픔을 치유할 기회를 빼앗겼을지 모른다.

심리학으로 분류된 책이지만 가벼운 심리에세이 정도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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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 타파 - 소심한 찌질이를 위한 유리 멘탈 박살 프로젝트
황진규 지음 / 팬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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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생각없이 던진 말에 상처받고, 반대로 내가 생각없이 던진 말에 다른 사람이 상처받을까 전전긍긍한다. 어린시절부터 만들어진 성격인데 성인이 되고 여러 노력을 통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심한 내가 튀어나와 나를 괴롭게 할 때가 있다. 최근에도 사소한 실수로 우울함이 가시질 않아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책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발견한 책이다.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려 했으나 리뷰가 별로 없어서 사전지식 없이 읽게 되었는데, 결론은 도대체 이 책이 왜 직장인들에게 유명하지 않은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최근 유행하는 억지스러운 힐링에세이들보다 수십배는 힐링이 되는 책이다.

<p.5 소심함이 내향적인 기질, 소박함, 신중함, 섬세함으로 작용한다면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거칠게말해 소심함 때문에 인생의 방향이 흔들리거나 발목 잡힌다면 그것은 '병'이다>

소심함을 고쳐야 하느냐, 소심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답한다. 소심함 때문에 인생이 꼬이면 그건 극복해야하는 병이라고.
저자는 이전에 본인도 소심한 직장인이었으나 부단한 노력으로 소심함을 극복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타고난 기질이 있어 이는 바뀌지 않는다는데 굳이 노력까지 해가며 성격을 바꾸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가 소심한 사람에 대해 일방적인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에게 소심한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고 평생 소심한 사람으로 남을 것을 강요한다는 점에 있다. 바로 뻔뻔한 이들에게 소심한 사람은 부려먹기 너무 좋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심한 사람이라면 의견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고 뒤에 가서 후회하고 자책하며 본인을 괴롭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버리고 싶다고 수십번 생각했을 것이다.

<p.22 소심한 사람은 자신보다 남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소심한 사람은 도대체 왜 소심한 것일까?

소심한 사람은 원치 않는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하면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가 바닥을 칠까 너무 불안하다. 왜나하면 나는 못된 사람도, 건방진 사람도, 이기적인 사람도, 예의없는 사람도 되고 싶지 읺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다.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는 싫어하면서 막상 나에게 나쁜 이미지가 씌이는건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렇게 나에게 나쁜 이미지가 생기면 후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너무 두렵다. 불이익이 생길지 아닐지도 확실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치관이 자기중심적이 아니라 타인의존적이기 때문에 소심한 나는 불행하다. 누군가 내 욕을 할까 두려워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나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두려워 화를 내지 못한다.

이렇듯 초반부에 자세하게 분류된 소심한 사람의 특징을 보다보면 이게 바로 내 모습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든 사람 중 많은 이들이 나처럼 소심한 자신을 고치고 싶어서 책을 집었을테니까.

때문에 저자는 소심한 사람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타인이라는 지옥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p.55 잊지 말자. 가장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소심함은 나의 소심은 어쩔 수 없어, 나는 원래 소심한 사람이야라는 태도이다...우리 안의 뿌리 깊은 소심함에 끈덕지게 직면하여 의연하게 극복해야 한다>

저자는 소심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나도 성인이 된 이후로 줄곧 소심함을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그 노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나 상하 위계질서가 있는 직장이라는 조직에 속해 있는 막내라서인지 계속 주눅들고 타인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그리고 의연하게 소심함에 맞서다가도 한참동안 위축되어 소심한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껌보다 더 끈끈하게 달라붙어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소심함을 타파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할 수 있었다.

<p.102 태어날 때부터 눈치를 본 사람은 없다. 당당하게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로인해 받았던 크고 작은 불이익과 아픔, 상처의 경험들이 소심함의 원인이 된다>

나는 그동안 내 소심한 성향이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태어날때부터 눈치를 보는 사람은 없다. 내향적인 성향은 내가 타고난 것이지만, 소심한 성향은 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은 경험의 축척에 의한 것이다.

나의 소심함의 원인이 된 과거 경험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마 어린시절 집안어른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았던 상처가 쌓여 소심한 성향이 만들어 진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나는 어린시절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었다. 지금은 초등교사가 여자한테 최고의 직업 중 하나라며 대우받지만 IMF 이전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은 돈 못버는 직업일 뿐이었다. 내 꿈을 말했던 집안 모임에서 어른들은 나에게 꿈도 뭐 그렇냐며 비난을 하였고(물론 매도당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어른들이 내 꿈을 듣고 비웃는 것은 초등학생 저학년의 어린아이에겐 큰 충격이었다) 그로도 모자라 동갑인 사촌의 연예인 장래희망과 비교하며 깍아내린 어른들의 태도는 나에게 굉장히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내 꿈을 듣고 폭소하던 어른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을 정도이니...

이 외에도 피아노학원을 다니는데 왜 어른들 앞에서 악보를 외어 즉석연주를 하지 못하느냐는 아빠의 엄청난 호통으로 나는 지금도 완벽한 준비가 없으면 절대 나서려고 하지 않는 행동양식을 보이고, 분명한 과학적 사실마저 '나는 평생 그런 말이라곤 들어본 적이 앖다'는 어른들의 고집은 내가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하지 못하는데 일조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한번도 나의 소심한 성향의 원인이 된 과거 경험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고 과거를 되집어 보며 실체가 없던 소심함이라는 것의 실체를 보게 된 것 같다. 실체를 모르면 대응할 수 없지만 실체를 보기 시작했으니 '에이, 이까짓 것!'이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얻었다.

<p.180 적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의 눈치는 보지 않는다. 학교 선배라는 이유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의 눈치는 보지 않는다. 야근를 강요하고 폭언을 일삼는 직장 상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알량한 권력으로 내 위에서 군람하려는 사람의 눈치는 절대 보지 않는다.>

소심한 사람은 눈치를 너무 많이 보니 이런 행동 습관을 고쳐야한다. 그러나 함께사는 사회에서 눈치가 전혀 없는 것도 말이 안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바로 눈치 볼 사람을 착각하지 말아야한다. 나를 언어적, 정신적 폭력으로 휘두르는 사람은 내 선 안의 사람이 아니다. 내 인생을 가치없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으며 보낼 필요가 전혀 없다. 그들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사람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안색이 좋지 않으면 혹시 아프거나 나쁜일이 있는지 눈치를 살피고, 내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그 사람이 행복해질지 눈치를 살펴야 한다. 내 소중한 사람에게 향하는 눈치, 배려이다.

그래도 어떻게 직장상사를 나몰라라 신경쓰지 않고 지낼 수 있느냐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뻔뻔해지는 연습, 어색한을 버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분노케하는 사람에게는 즉시 화를 내야 한다. 그러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인가? 참으면 결국 그 사람과의 관계는 언젠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 즉시 화를 내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어색해진다. 그러나 그 어색함을 참고 견뎌야한다. 비록 그와 친근한 관계는 되지 못하더라도 그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화를 삭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상사가 있다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그러면 상사는 예의가 없다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럴때는 부당한 지시에 항거하는 것이 예의없는 짓이라면 나는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며 뻔뻔해져야한다. 소심함을 탈피하지 못하면 그에게 내 행복이 저당잡힐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할 수는 없다. 강약을 조절하지 못해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속 연습해야 적절한 방법을 알게 되고 소심함을 벗어나 내 행복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p.216 '그래서'하는 선택은 필연적으로 후회를 낳는다. 선택은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하는 것이어야 한다...병수는 직장을 그만두면서 직장의 모든 징점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급여, 복지, 소속감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 막막함, 외로움과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선택의 기로에 샀을 때 꼭 염두해 둘 말이다. 선택이란 성공이나 후회를 낳는다. 후회에도 불구하고 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서점가를 살펴보면 힐링 타이틀을 달고 있는 서적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힐링타이틀을 단 여느 책보다 힐링에 가까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소심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사회에 갖은 경험으로 상처받고 고민하는 이들의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힐링도서를 찾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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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살이를 위한 to do list
김수현 지음 / 마음의숲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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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베스트셀러란에 보이던 힐링에세이이다. 요즘 힐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여러 힐링에세이들이 쏟아져나오는데, 실제로 공감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이해하는 척하며 오히려 반감을 일으키는 에세이들도 많은데 이 책은 그렇게 억지스러운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복잡한 이야기도 없고 편집 구성도 간격 등에 여유가 많아 편하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미디어는 너무 쉽게 타인의 삶을 훔쳐볼 수 있게 하고, 옛날같았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이들의 완벽해보이는 삶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과연 그 호기심은 무료일까? ... 약간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타인의 삶을 구경하고, 그 대가로 비참함을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그와 동시에 행복해보이는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며 우울함에 빠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 또한 SNS를 보고 있으면 드는 우울감에 카카오톡을 제외한 모든 계정을 삭제하였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기술의 발달로 거리가 좁아졌으나 그로인한 부작용도 많은 듯 하다. 적절함 거리감이 대면한 관계뿐 아니라 가상의 공간에도 필요한 개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에게 더는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마음졸여도, 끙끙거려도, 미워해도 그들은 어차피 인생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직을 경험하면서 퇴사하면 서로 마주치지 않는 사람들이 되는구나 하는것을 크게 깨달았다. 오랜시간 나의 정신과 마음을 지배하던 그 사람이 이제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깨달았을때 안도감이란...! 하지만 나는 여전히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을 버리지 못해 대인관계에서 끙끙 앓곤 한다. 이러한 천성은 정녕 바뀌지 않는 것인지 최근 들어 또 고민이 많다.

<모든 경계를 허물지않을지라도 그녀는 역시 내게 좋은 친구다>

나는 타인에게 마음을 터놓는 과정이 굉장히 느린 사람이다. 이는 어린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에 의한 것인데,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의심도 많고 타인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어도 내 이야기는 잘 터놓지 못한다. 내 본심을 모두 알고 내 곁에 남아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랄까. 그런데 사실 모두가 못난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며, 내 주변 사람들 또한 나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럴때 내가 어떠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 사람은 이렇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스스로를 이렇게 터놓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을 터놓지 못할 나의 모습을 알고 있다. 나만 이렇게 속을 터놓는게 어려운 걸까? 누군가 나와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책은 사람들이 한가지쯤 가지고 있을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다. So What? 의 정신으로 강하게 살아가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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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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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책이 있나 여러 블로그들을 탐방하던 중 우연히 알게된 작가이다. 이 사람의 책이 생각보다 괜찮다라는 한 블로거의 후기를 보고 집어들었는데 나 또한 생각보다 좋았던 책이다.

<p.12 "대기업에 가야해" 아버지가 말했다..."그래야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저자는 '보통'의 우리네 가정과 비슷하다. 저자가 아주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도 직장에 소속된 회사원이었으나 내가 기억하는 부분에서는 이미 회사를 그만두고 여러 가게를 운영하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는 형편이었다. 거듭되는 사업실패와 빈곤속에서 아버지는 저자에게 언제나 대기업을 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대기업만 가면 모든 불행이 끝나고 행복해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p.29 한번은 저녁 6시에 시작한 회의가 밤12시에 끝났다. 장장 여섯시간에 걸친 회의중에 내 옆자리에 앉은 과장은 고개를 돌린 채 울었다. 과장이나 농담이 아니다. 뭔가를 끄적이는 척하고 있던 다이어리 위로 눈물이 떨어지고, 그것을 손으로 쓰윽 닦아내는 것을 내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야근과 죽도록 마셔야 하는 회식, 언제나 벌겋게 충혈된 눈과 좋지못한 안색, 그리고 암투병 이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복귀하여 축하술파티를 하는 차장까지. '보통'은 납득하지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토록 꿈꿔왔던 대기업 직원으로의 삶은 난간 너머를 바라보며 이쯤에서 떨어지면 한방에 죽겠지라는 생각을 희망으로 삼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표를 던졌다. 그렇게 그는 도망쳤다.

내가 이전 직장을 다니면서 동료들과 항상 했던 이야기가 있다. "그만두고 싶다"
여기서 그만두는 것은 단순히 직장이 아니라 인생이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했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 불행에 함몰되어 도망칠 생각조차 못했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질 경우의 경제적 타격이 두려웠다. 그러나 저자는 우선 도망쳤다. 나는 그의 그런 행동력이 놀라웠다.

퇴사를 하면 많은 이들이 밟는 수순대로 그 또한 여행을 떠났다. 다른 책이라면 여행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는 여행에서 그저 시간만 흘려보냈다.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여러가지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점점 초조해하는 그의 심정을 읽어나가면서 그에게 크게 공감하게 된다. 세상에 특출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보통처럼 계획없는 퇴사 후 방황하고 초조해할 것이다.

<p.180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비해,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대체로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렇게하면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중략)... 다들 뭔가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네스호 주변을 서성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급해진 마음에 누군가 저기 어렴풋이 뭐시기가 그 행복이라는 괴물같은데 하는 착각에 빠져 그만 그림자를 향해 행복이다하고 외친다. 그러자 모두가 저마다 비슷한 심정으로 각기 다른것을 향해 외친다. 행복이다!>

저자는 초조하고 방황하던 시간을 통해 행복에 대해 고찰해본다. 그리고 아직은 불행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불행했던 과거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표을 낸 그에게 주위에 많은 이들이 이제 그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그러니 늦기전에 돌아가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큰 성공이나 행복을 갈망하는게 아니다. 매일 누리는 하루하루가 불행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가서 이름있는 대기업에 입사하는게 인생의 성공이라 믿고 자식들을 가르쳐온 부모님 밑에서 막상 사회에 진출하고보니 내 행복이 없음을 깨닫고 퇴사한 보통은 우리가 겪는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화상이다. 그가직접 격어보았기에 으리와 같은 심정을 공유할 수 있고,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커다란 매력이다. 그는 만화가 겸 수필가라고 하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그의 만화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필명 "김보통" 보통의 우리네 삶을 담은 그의 에세이는 나와 같은 직장인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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