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통역을 했을 뿐인데 착한 아이가 되고 그로 인해 받은 표창장은 나와 농인부모의 관계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돌봄을 제공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부모는 사라지고 말 못하는 불쌍한 장애인으로서의 모습만 남았다. 누구나 돌봄수혜자이자 돌봄제공자가 될 수 있으며 그건 모두의 권리여야 한다는 논의는 없었다.
유리네 집은 그중 가장 ‘정상’적인 집이었는데 유리는 말했다. 엄마의 기대치가 커서 힘들다고, 보라네가 부럽다고.
농인의 세계는 아름답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청인의 세계가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처럼 농인의 세계에도 좋은 것, 나쁜 것, 기쁘지만 슬픈 일,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 공존한다.
우리가 평소에 마주하는 수많은 역사 콘텐츠는 역사를 적극적으로 도구화한다. 대학과 학문이라는 경계를 넘는 순간, 역사는 현재를 소환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