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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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오기 위해 너는 최선을 다했던 거구나. 거대한 우주에서, 지구로 오려고.
무섭지 않았니?
고된 훈련을 받은 우주인처럼
모든 게 처음인 아이가
찬찬히 그리고 열심히
우주를 헤엄치고 있었다.
p.23

 

시인의 영롱한 언어는 산문에서도 빛을 발하는 구나. 가볍게 후딱 읽을 수 있는 글인데 그 영롱한 언어가 평범한 언어에 길들여진 내 발목을 잡는다. 게다가 딱딱맞는 라임까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어찌보면 다들 하는 일이지만 그 안에 내가 있고 네가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 담담한 고백에 특유의 감수성과 아름다운 언어와 작은 유머를 섞어 만들어낸 독특함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가족 중 장애를 가진 이가 있다는 건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상에서 감내해야할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함과 세상의 편견을 알기 때문이다.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말이다. 다운증후군만 해도 일정한 확률로 세상에 태어나는데도 전국을 통틀어 다운 장애인 복지관이 단 하나라니....울컥하지만 '울분이라는 단어는 이 책과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서효인 시인이 말했다. '이건 그저 사랑이야기고 다운증후군은 사랑에 붙은 중요한 각주 같은 것'이니 모든 부모가 읽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은재를 낳고 진정한 남편이자 아빠, 오롯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했다는 한 줄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나는 아이의 고유성과 일반성 사이에서 갈등했다. 내 특별한 아이가 평범하길 바랐다. 하지만 세상 모든 아이는 일반적으로 빠짐없이 특별하다는 걸 잘 몰랐다. p.4

나는 나를 기대하기로 했다. 실망도 나애게 하기로 했다. 이 시기의 아이는 그저 찬탄의 대상이어야 한다. 나애게 우주처럼 넓고 별처럼 많은 가능성이 생겨난다. 기대감이 무너진 자리에, 아이를 맞이하는 건 처음이다. p.105

세상은 참 이상한 것 같다. 아픈 아이의 자세와 걸음마, 언어와 인지를 도와주는 병원은 별로 없지만 멀쩡한 어른의 다이어트, 오뚝한 코, 눈 밑 애교살을 위한 병원은 많다. p. 245

염색체라는 건 참 신비하지, 어쩌다 하나가 더 많은 것일까. 그것으로 인하여 은재의 눈꼬리는 곱게 올라가고 은재의 코는 위엽게 가라앉고 은재의 성격은 순하고 맑아졌으니,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동시에, 따로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던 당신과 나는 어쩌다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어쩌다 우연히 인문대 1호관 복도에서 마주치게 되었을가. 어쩌다 순하고 맑은 당신을 내가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런 온전한 행운이 가능이나 한 이야기일까.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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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2016-01-27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던 책인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