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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ㅣ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1985년 작품인 이 책은 20년도 지난 2011년 오늘날에 던지는 잔잔한 반향이 있다. 그 당시 먹고 살기 급급했고, 내일보다는 오늘이 중요했던 시절, 정의라는 것보다 생존이 중요했던 80년대... 하지만 고도성장의 파도에 몸을 실어 급속도로 그 원초적인 문제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현재, 정작 그 당시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 얼마만큼 제대로 짚고 넘어가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그 당시 '타도'를 외치며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남는 것에만 목숨을 걸거냐면서 뜨거운 피를 끌어올렸던 젊은 층은 철이 없다며, 왜 굳이 니가 그래야 하냐면서 타이르던 그 어른들... 시간이 흘러 바로 그 연령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 어른들이 된 오늘날의 한국은 제법 먹고 살 만하기는 해졌지만, 그 젊은 층(혹은 학생들)에게 역시 똑같은 것, 아니 오히려 더한 현실의 순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있어 이 작품은 퍽 가슴을 콕콕 찌른다.
어느날 13세의 도루는 친구들에게 1960년대 일본의 학생 운동, 전공투 이야기를 꺼낸며 반란을 도모한다. 하지만 딱히 정치의식이 있어서 반란을 도무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불만과 자신감 그리고 모험에 대한 기대가 전부이다. 마침 몸이 근질근질하던 아이들은 모두 이 선동에 이끌리고 2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시작된다. 하지만 이렇게 진지한 아이들과 달리 부모들은 자신의 어린(?) 아이들이 유괴되지는 않았을까 하며 노심초사한다.
<7일간의 전쟁> 속 7일간의 전쟁은 '나쁜' 어른들을 망신시키고, 물리적인 화를 당하게 한다. 그리고 꽤 속시원하게 통쾌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느껴지는 작가의 의도는 이렇게 통쾌한 복수 일련의 과정과 그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발견한 지점은 이 아이들을 통해 반영되는, 한 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섰지만 지금은 자기 안위만을 추구하는 아이들의 부모, 바로 "'전공투 세대' 돌아보기"다. 이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서 과거 자신들의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자신이 뜨거웠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어쩌면 저 애들이 우리 뒤를 이을 녀석들인지도 몰라."하며 기특해 하기도 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역설적으로 그 생존 때문에 직면한 매너리즘에 대해 곱씹는 계기를 만든다.
한편 어쩌면 이 작품은 리얼리티를 배제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볼 수도 있던 수준에서 나아가 2008년 한국을 예측한 미래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몇 년 전 한국,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된 문제로 사회가 뜨겁게 달구어져, 촛불을 든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소년소녀들이 한국을 짊어지고 가기에, 미래는 밝을 수 있겠다는 안심이 된다. 어차피 그 전쟁의 승패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보다 제대로 된 "다이나믹 코리아"가 된다는 기대가 흐뭇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