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해줄게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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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이 소설은 아프지만 따뜻하고, 참담하지만 행복하다.

 

소재원 작가의 작품들은 챙겨보고 있는 편이다.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그러다 보니 찾게된 공통점이 있다. 소박한 한 가족 또는 소시민에게 위기가 닥치고, 이는 사회 각층의 이권 개입에 의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기본을 잃게 된다. 약자를 따라가는 시점을 통해, 그 상황을 직면하는 독자, 관객은 함께 분노하며 이는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재확인하고,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되어 가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책을 다 읽고 작가 후기에서 확인하게 되어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 차이점이 있다고 보인다. 사회와 강자의 불합리와 부당함 그리고 부조리를 폭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주인공들의 삶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운하지만, 불행하지 않은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통해, 바로 를 그리고 있었다.

 

바로 2015크림빵 뺑소니 사건실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태어나는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피해자와 음주운전, 뺑소니, 은폐시도까지 했던 피의자의 태도가 상반되어 국민들의 공분과 3년 구형 때문에 분노를 샀던 사건이었다.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리얼하면서도 섬세한 필력으로 부조리를 실랄하게 비판하며, ‘가난하지만 행복한이 아닌 행복하지만 가난한평범한 가족의 심경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행복이란 무엇인지 자문하고 답하기 위해, 온갖 불행을 켜켜이 쌓아둔다. 인위적일 수도 있고, 극적일 수도 있는 게 작품이라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약자의 불행을 가득 품고 있다.

 

두 번의 뺑소니를 당해도 깁스한 몸으로 면접을 보는 가장, 만삭의 몸으로 유도분만을 거절하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내 그리고 저출산 시대에 축복 받아야할 임신이 경제력도 없는데 아이를 낳는다며 비난을 받고, 월급을 못 받아도 불이익이 두려워 노동청에 신고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면서 꾸준히 묻는다. 우울한지... 슬픈지...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에 대해서.

 

그러한 과정을 따라가며 순간순간 억울함에 분노가 일기도 하고, 절망에 울음이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행복해 질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진 주인공들이 약하지만 선하고, 불운하지만 인내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각도로 자문하게 된다.

 

불행하면서도 행복하고, 행복하면서도 불행하다.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오는 감동은 마음을 다스려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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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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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도 세계관도 스토리도 독특했던 작품이었다.

 

의수, 의족처럼 인공으로 기억을 사고 파는 미래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로서, 가짜 기억을 사고 팔 뿐만 아니라 기억을 지워주는 약을 팔기도 한다.

 

첫 장에 있는 설명을 보지 않고, 의억이라고 해서 무엇인지 몰라 당황했다가, 페이지를 이리저리 찾다가 보니, 나노로봇에 의한 기억 개조 기술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을 말하는 것이었다. , 가짜 기억이 진짜 기억으로 된다는 것은 SF장르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었다.

 

, 재밌는 것은 이를 위해 기억 개조 컨설팅 회사가 존재하고, 의억을 만들어 내는 의억기공사도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 기억이 그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근본이자 산업이 되는 셈이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설정은 자신에게 딱 맞는 어떤 환상적인 존재와 사랑에 빠진 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존재할리 없다는 것도 알지만, 나에게 꼭 맞춘 것 같은 맞춤형 존재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잠시 영화 <HER>가 떠오르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각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기 때문에 한 쪽만의 사랑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AI기술 기반의 사만다라는 S/W 속 기술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인데, 이는 이 작품을 보고 연상되기도 했다. (지나친 상상력일까?)

 

작품 속 주인공 아마가이 치히로는 불운한 어린 시절 때문에 기억을 지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수로 가짜 기억을 심어주는 약을 복용했고, 덕분에 가상의 소꿉친구가 생겨난다. 실제로는 친구도 없지만.

 

그렇게 맞춤형 소꿉친구와의 관계가 여름이라는 성장의 계절에 사연과 반전을 풀어가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불가능한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100퍼센트 완벽하게 잘 맞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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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 회사도 부서도 직급도 없지만
김지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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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면서 늘 프리랜서를 꿈꾸는 것 같다. 누가 들으면 철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직장생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보다는 출퇴근의 압박이 싫었기에... 어쩌다 보니 집이 서울 구석진 곳이라 어디를 출근해서 출퇴근 거리가 멀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온전히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보다 더 철없는 생각일지 모른다.

 

이 책을 보면서 프리랜서로서의 삶,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 배운 것 같다. 아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딱 제목 대로였다.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직장 생활이라는 것은 어찌됐든 단체 생활이고, 직원들마다, 팀마다 흘러가는 일의 흐름이 있다 보니 일의 목표와 일정에 대해 이해를 하면서 진행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준 프리랜서의 일의 흐름은 그런 사정을 봐주거나 맥락이 없었다. 프리랜서이자 1인기업의 대표격이면서도 막내 사원격이다 보니 마감을 앞두고 야근을 해내야 하고, 마감도 꼭 지켜야 하다 보니 오히려 더 고달픈 생활이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작가의 프리랜서로서의 실상에 먼저 눈길이 갔지만, 작가가 일러스트레이터인 만큼, 상황을 연출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려놓은 그림 하나하나에도 눈길이 갔다. 그래서 치열한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살지만, 웃음을 머금고 하고 있을 법한 저자의 모습도 상상이 갔다.

 

무엇보다도 꿈을 위해 현실적 안정을 포기하고, 평생 직업을 위해 직장을 포기한 저자의 힘들기만 하지 않은 삶, 치열한 프리랜서로서의 삶 속에 담겨 있는 작은 행복들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외국 여행도, 직장인 친구를 만나는 것도, 빵과 커피를 즐기는 것도, 마트에서 작보는 것도, 생라면 먹으면서 야근하는 것도, 작업을 끝내고 세 발짝 거리의 이불로 뛰어드는 것도... 모두가 작지만 소중한 행복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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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같은 나의 연인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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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사랑은 아기가 걸음마를 가능하게 하고,

연인의 사랑은 연인이 꿈을 꾸게 해준다.

 

사랑이란 이렇게 마법 같은 것인가보다.

 

책 전체에 흐르는 정서는 잔잔하면서 슬프다. 그러면서 여운이 남는다.

마치 일본영화처럼. 강하지 않지만, 서서히 스며들며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다.

 

미용사인 미사키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하루토는 잘 보이기 위해서 사진작가의 꿈을 도전한다. 그리고 결국 운명처럼 연인이 된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게 되었고, 미사키가 빠르게 늙어가는 병에 걸리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이별을 고한다.

 

이렇게 보면 시한부 연인과의 덧없는 사랑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샘 자극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무엇을 담아내려고 한 러브스토리라는 게 더 적확한 평이 아닐까 싶다.

 

벚꽃은 순간의 한철로서만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한계가 있지만, 그 순간을 마음 속에 간직한다면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으로서 삶을 지탱해줄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사용한 것 같았다. ,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 짧아서 덧없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지만, 그 순간을 마음 속에 간직하며 다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행복한 기억으로 지탱해줄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벚꽃에서 작가가 발견해냈던 게 성장이라면, 나도 이 책을 통해 나도 한단계 더 성장하고 싶어진다.

뜨거운 여름! 뜨겁다고 하면 아찔하지만, 만물이 푸르른 성장을 하듯이 나도 성장한다면 한없이 기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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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데 엄마가 되었습니다 - 모든 게 엉망진창, 할 수 있는 것은 독서뿐 걷는사람 에세이 3
김연희 지음 / 걷는사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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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자가 이 책을 쓰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면서 뭉클했다. 엄마로서... 여자로서... 저자는 약사로서, 소설가로서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잘 살아왔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아이 중심으로 바뀌고, 몸 컨디션도 주체적일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것이고, 심지어 산후우울증까지 겪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은 것도 아닌데... 뭔가 삶이 공허해지는 느낌...

그래서 이 책을 한땀한땀 써내려 갔을 것이다. 그 알 수 없는... 그리고 생애 처음 겪어 보는 공허함 때문에.

 

그래서 이 책의 한 장 한 장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비단 글지 않은 글들이지만, 그 안에는 참으로 많은 고뇌와 성찰이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몸부림도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육아를 하는 동안 종종 그런 충동이 들었다. 그런 충동은 짓궂은 누군가가 던진 공처럼 갑자기 날아왔고, 나는 불쑥 떠오른 생각에 놀라고, 당황하고, 슬퍼졌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었다. 남편은 성실하고,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서 소설집이 출판되었다.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 종종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우울이라는 공을 맞고 나는 주저앉았다. 우울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마트에서 장 볼 때,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설거지할 때, 갑자기 공격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보았던 산후 우울증에 걸린 산모에 대한 기사를 떠올리곤 했다. 그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가 그녀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까봐 두려웠다.(P4~5)

 

그 때마다 링거처럼 소설을 읽고, 소설 속 인물을 만나 위로를 받고 그 시간들을 버텨냈고,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자들을 위해 육아에세이를 썼다.

 

그런 당황스러움과 공허함은 예고 없이 찾아와서일까? 어찌보면 약간 산만할 수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소설처럼 재미있는 순간순간이 있었다. 그렇게 소개한 책은 40권의 고전, 문학, 인문서 등이 있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약사이기도한 저자가 건강 정보 팁까지 유용하게 담아두었다는 것이다. 임신한 여성과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라면 꼭 알아야할 약 이야기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은 타깃을 명확하게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육아에 의해 의도치 않게 찾아온 우울을 치료하는 책 소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신한 여성 혹은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에게 1권으로서 감성에 대한 치료와 의학적 치료까지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장르라고 본다면 의아할 수 있으나, 타깃을 입장에서 본다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가치 있는 책이 되는 셈이다.

 

저자의 엄마로서의 삶, 소설가로서의 삶,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응원하게 되었다. 언젠가 나도 유사한 상황에 놓인다면 이 책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더욱더 이해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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