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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성보다 작은 회사가 좋다 -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하려면 작은 기업에서 시작하라
김인옥 지음 / 라온북 / 2017년 8월
평점 :
2017년 5월경 방영되었던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를 보았다. 100번의 입사지원에서 탈락하고 101번째 입사지원 만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풀어낸 오피스드라마였다. 취업준비생의 애환과 중견 관리직의 어려움, 여성 직장인의 고통 등 청장년층이 직장에서 겪는 모습을 실감나게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갑을 관계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계약직 직원들이 NO를 외치며 통쾌한 전복을 이끌어 낼 때,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은 그러한 세태에서 작은 기업에서 시작하여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한 저자의 경험담과 깨달음을 담아낸 책이다. 취준생들이 대기업을 선호하고,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상황은 대기업은 초봉과 복지가 좋고,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생겨난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초봉과 복지를 따지다가 나이만 채우는 취준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수많은 사회초년생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대기업만이 답일까? 공무원의 현실은 연분홍빛 밝은 미래이기만 할까? 반대로 중소기업은 어떨까? 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다녀본 입장에서 다 ‘자기 나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물론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뭔가 명문대에 입학한 것처럼 의기양양해지고 남녀노소에게 왠지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프라이드와 안정감이 생긴다. 하지만 연차가 올라가고 진급이라는 시점에 다가설수록, 그리고 점차 자신이 위계질서와 효율성이 강조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에 적응이 잘 되는지를 확인할수록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기업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중소기업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저자가 첫 번째로 꼽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유능한 인재(올라운드 플레이어, All-round player)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보통 보직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고 업무도 한정적이지만, 중소기업은 보직 변경도 유연하고 능력에 따라 다양한 업무 경험이 가능하다.
나 역시 그랬다. 멀티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겪게 되는 이른바 ‘착취’는 점차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찰리 채플린이 나온 영화 <모던 타임즈>처럼, 대기업에서의 ‘나’는 마치 컨베이어벨트가 지나갈 때 자기가 해야 하는 일만 부속품처럼 일할 수 밖에 없어서, 결국 전체 생산되는 제품과 마케팅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착취’가 어느정도 지나고 나니 빅픽처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삼삼오오 다른 업계, 경쟁 업체 사람들과의 관계가 생겨나면서 작게라도 사업을 해볼 수 있었다. 그것도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또, 저자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이유가 사장, 임원급에게 직접 경영수업을 받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잡한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그 과정에서 또래 동료에게서는 배울 수 없는 일과 인간관계의 진수를 깨우치게 된다. 그 외에도 중소기업에서는 한정된 분야의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인맥 쌓기가 가능한 점, 성과에 따라 확실하고 빠른 보상에 가능한 점 등, 중소기업의 이점을 살리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이 역시 나 역시 그랬다. 내가 하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을 명분과 대표 및 임원진 설득만 한다면 무엇이든 추진해 볼 수 있었다. 재원이 문제이기도 했지만, 하고 싶어 하다 보니 재원 마련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업계 특성에 따라 달라진 다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서비스업 기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반대로 제조업이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업계가 융합되고, 산업 간의 경계가 없어지다 보니 이 역시 가능해졌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와의 접합성과 ‘업계의 특성’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남들 눈을 의식해서 네임밸류 있는 회사만 바라보고 있거나,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자격지심에 시달리고 있다면 사실상 좋은 기회는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현재 4차산업혁명기로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라면 직장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좋은 직업은 안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이 좋다고 하는 직업에 대한 조언은 시대에 뒤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고, 나 역시 후배들에게 어떤 직업이 전망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버렸다. 다만 하루라도 빨리 능력을 키우는 법, 시대가 원하는 역량 있는 인재로 성장하는 길은 대기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주는 셈이다.